포동 폐염전에서 타일 작품전을 보다

최영숙 | 기사입력 2005/08/04 [00:00]

포동 폐염전에서 타일 작품전을 보다

최영숙 | 입력 : 2005/08/04 [00:00]

  사람들이 커피나 담배를 끊지 못하면 흔히 '인이 배겼다.'는 말을 쓴다. 반복되는 습성을 한 번에 끊기가 힘든 것이다. 내게는 기호식품이 아닌 특정 장소에 인이 배긴 곳이 있다.  포동의 폐염전이다.  일정기간 가지 못하면 궁금하다. 그곳은 퍼내고 퍼내도 늘 새로움으로 충만되는 화수분 같은 존재이다.
 

 지난 가을, 석양이 질 무렵 포동 폐염전에서 바닥을 찍고 있었다.  부드럽게 퍼지는 저녁 햇살은 포동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포동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눈가가  부드러워지고 웬지 모르게 쓸쓸해 진다.
 눈길을 잡아 당기는 것이 있었다.  바닥에 벌집과 같은 형태의 문양이 보였다.  일벌들이 잉잉거리며 새로운 방을 들이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것은 타일 바닥에 새겨진 독특한 문양이었다.
 바닥의 문양을 만든 것은 포동의 바람과 햇살, 갯벌등 그곳 자연의 현상에 따라 만들어진 풍경이었다.
 붉은 햇살들이 벌집 문양의 칸칸을 비춰주고 있었다.
 내게 최초로 타일의 아름다움을 알려주었다.
다음부터는 더욱 자세히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무엇이던지 관심을 가지면 더욱 가깝게 보인다.
 

소금을 거두지 않는 타일에서 하나의 작품들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태양에 반사되던 강열한 태양은 균열을 만들어 냈다.  균열이 아름답다.  찍어서 액자에 걸어 놓기만 하면 되었다.

아직 바닷물이 닿는 곳에서는 예전에 소금을 만들던 기억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소금 버케들이 타일에 남겨져 있었다. 바닷물, 바람, 햇살, 타일이 만들어준 천연 소금이었다.  가만히 입 안에 넣어보니 짠 맛이 돌았다.  세상은 그냥 가만 놔 두면 제자리로 찾아갔다.

쉿!   이곳에 들어서면 조용해야 한다. 타일에 가만히 귀 기울이면 두근두근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조봇한 타일 아래에는 새싹들이 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타일을 밀고 올라온 것은 칠면초, 퉁퉁마디, 나문재등 타일 위에서도 생명은 펄펄 살아 움직였다.
 
타일 위에서 칠면초가 나온다면  타일 위 갯벌이 덮인 곳에서는 장미꽃이 핀다.
 
  타일이 튀듯이 타일의 문양대로 꽃을 피우는 듯 타일 위의 갯벌이 꽃을 피우는 것이다.  장판이나 벽지 무늬를 보는 듯했다.
 
 바닷물이 닿지 않는 바닥에 빗물이 고였다. 바닥에 단단히 박혀있는 타일들로 인해 빗물이 모여 연못을 만들고 있었다.  이제 소금을 만들 수 없는 타일바닥에는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타일이 걷힌 곳의 문양들은 또 다른 모습들을 만들고 있었다. 구름들이 둥둥 떠 다니고 있는 듯했다.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저 고양이 등에 타고 어디론가 끝없이 바람에 밀려 다닐 듯했다.  마음을 실어 보았다.  잠시 눈을 감고 바람의 방향에 따라 가 보았다.  어린아이로 돌아가 있었다.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될 수 있고 느낄 수 있었던 순진무구한 시절로 돌아갔다.
 
어린 아이의 눈으로 볼 수록 세상은 단순하다.  타일이 거둬진 바닥과 타일의 앞 면과 뒷 면 단 세 가지가 있다.  문양의 모양은 마음 결에 달라 질 수 있다.  강아지와 놀 수도 있고, 새처럼 멀리 날려 보낼 수도 있다.

 사람들의 생이 끝나면 무덤을 만들어 주듯이, 포동의 폐염전에는 폐총처럼 타일 무덤이 있다.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타일들을 거둬들여 무덤을 만들어 놨다. 여느 무덤들처럼 고요하고 적적했다.
 

앞의 타일 무덤이 고요하고 적적했다면 소금창고와 함께 있는 이 타일 무덤은 격렬했다.  절대  이 상황을 받아 들이지 않는 듯했다.  타일의 날카로운 모서리들이 눈에 박혔다.
 

이제 소금을 거둬들이는 생명을 품는  타일과 무한히 자신의 생명 영역을 넓혀가는 나문재의 만남을 보았다. 세상은 그렇게 조화롭게 살아지고 소멸될 것이다.
 
까치발을 하고 타일들이 소금창고를 보고 있다.
 내 마음도 좀 더 높이 보려고 까치발을 하는 마음으로 타일들을 만났었다. 포동 폐염전에서 다양한 타일 문양들을 만나면서 타일 하나하나 틀리는 느낌과 문양에 보면서 충분히 행복했다.  화수분 같은 그곳은 오늘 다시 가면 또 다른 문양의 타일들을 만날 것이다.  천천히 움직여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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