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야동 목련나무를 기록하다

최영숙 | 기사입력 2020/03/24 [03:04]

2020년 대야동 목련나무를 기록하다

최영숙 | 입력 : 2020/03/24 [03:04]

 

▲ 2020년 3월14일 대야동 목련나무     ©최영숙


들려오는 소식들로 우울한 봄이다
. 그러나 자연의 섭리에 따라 계절은 어김없이 꽃을 피운다.

2019년 11월 1일, 나는 대야동 목련나무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올해도 목련꽃 소식이 들려오자, 익숙했던 발길은 어느덧 대야동 그 자리에 닿았다. 혹시나 나무 밑에 조그만 싹이라도 틔웠을까 싶어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어디에서도 생명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 시흥장수신문

 

아파트 공사는 완공을 앞두고 있었다. 목련나무 주변은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되었다.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대야동 목련나무와 함께했던 기록들을 정리해 본다.

 

▲ 2018년 4월 4일 목련꽃 만개함     ©최영숙

 

 1. 2017/12/24 기사 - 대야동 재개발 지구에 남겨진 목련나무를 살려야 한다.

 

대야동 목련나무는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인 대야동 아랫방아다리길 7번지에 있다. 목련나무가 위치한 시흥시 대야동 303번지 일원은 2013년 12월 11일, 시흥시 고시 제2013-98호로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시행 인가가 고시되었다. 현재 극동아파트 아랫마을은 철거가 거의 완료된 상태이며, 두산건설은 “소래산을 품은 1,382세대 초역세권 대단지, 대야역 두산위브 더파크”라는 이름으로 분양을 시작했다.

 

소래산 자락에서 살아온 목련나무를 살리는 것이야말로 두산위브가 진정으로 ‘소래산을 품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만약 건설사가 품지 못한다면 시흥시라도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2018년 1월 31일 블루문 뜨던 날 목련나무     ©최영숙

 

2. 2018/01/09 기사 - 지역 주민과 사업자를 손잡게 한 100년 된 목련나무

 

▲ 2018년 1월 3일 시청에서 회의하다  © 최영숙

 

시흥시와 두산건설(대야동 주택재개발사업 시공사)이 사업지 내 자생하는 수령 100년(추정) 이상의 토종 목련나무를 보존하기로 결정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시공사 측도 “비용과 시간이 더 들더라도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재개발 사업이 삶의 질 향상에 보탬이 될 수 있다”라는 취지에 공감했다. 향후 시흥시와 두산건설은 목련나무 보존 및 활용 방안에 대해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 2018년 2월 28일 목련나무 이식을 위한 설명을 하다     ©최영숙

 

3. 2018/02/28 기사 - 대야동 백만 송이 목련나무의 이식이 시급하다

 

2월의 마지막 날,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오후 1시 30분, 옛 대야동 명문연립 앞 아랫방아다리길 7번지에 시흥시, 두산건설, 주택조합 관계자 및 ‘시흥시 대야동 백만 송이 목련지키기 시민모임(이하 시대백목지키모)’ 회원과 지역 주민들이 모였다. 목련나무의 이식 장소가 소래산 자락 두산위브 공원으로 정해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외부에서 나무를 새로 구입하지 않고, 마을의 역사가 담긴 정다운 목련나무를 옮겨 심기로 한 건설사와 조합의 선택은 탁월했다. 이는 지역 주민과 새 입주자들이 100여 년의 역사를 공유하게 되는 귀한 결정이었다.

 

▲ 2018년 3월31일 보름달 목련꽃 핌     ©최영숙

 

4. 2018/03/29 기사 - 대야동 목련나무, 여전히 그 자리에서 꽃을 피우다

 

29일 오후 3시 10분, 단체 연락이 왔다. “목련나무 가족 여러분! 기쁜 소식입니다. 내일 목련나무를 이전한다고 합니다. 오전 7시부터 장비가 투입되어 분뜨기를 하고, 점심 이후 상차하여 이전할 예정입니다. 조촐하게 막걸리라도 한 잔 부어주려 합니다.” 안시헌 위원장의 연락을 받고 이전식에 쓸 북어와 막걸리 등을 준비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목련나무는 어느새 꽃을 피우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꽃망울만 보였는데, 활짝 핀 꽃송이가 여럿 보였다. 꽃을 보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은 처음이었다. 이지선 선생님이 이식 전 꽃망울을 미리 따주어야 나무의 기력을 보존할 수 있다고 했다.  내일 오실 분들께 봉투를 준비해달라고 안내했다.

 

▲ 2018년 4월 13일 목련나무 이사 연기됨     ©최영숙

 

 5. 2018/04/12 기사 - 대야동 목련나무, 14일 소래산 자락에 둥지를 틀다

 

▲ 2018년 4월 3일 이식을 위해 전지하다  © 최영숙

 

 대야동 목련나무가 4월 14일, 소래산 자락 ‘두산위브더파크’ 공원 부지로 이식될 예정이다. 당초 4월 10일 자정에서 11일 새벽 사이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우천 예보로 인해 일정이 조정되었다. 앞서 4월 3일에는 성공적인 이식을 위해 시공사에서 가지를 치는 전지 작업을 마쳤다.

 

▲ 명문주택과 목련나무  © 최영숙

 

6. 2018/04/13 기사 - 대야동 목련나무, 19일 자정으로 이식 날짜 재연기

 

13일 오전 7시, 분뜨기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확인 결과 이식 날짜가 19일 자정으로 다시 연기되었다.6-2018/04/13기사- 대야동 목련나무, 1900시로 이식 날짜가 다시 연기되다

 

▲ 2018년 4월 19일 목련나무 이식을 위해 도로를 건너다     ©최영숙

 

7. 2018/04/21 기사 - 대야동 목련나무, 4.19 혁명일에 소래산 자락에 안기다

 

2018년 4월 19일, 드디어 대야동 목련나무가 어린이공원 부지에 이식되었다. 감리단에서는 나무의 안녕을 기원하며 북어포와 과일, 막걸리를 차려 의식을 치렀다. 감리사에서는 ‘부활’을 상징하는 계란도 준비했다. 모든 이의 염원이 한곳으로 모이는 순간이었다.

 

▲ 2018년 4월 19일 목련나무 소래산 자락에 이식되기 위해 옮겨지다     ©최영숙

 

이 목련나무가 옛 마을 사람들과 새로 들어올 주민들을 이어주는 가교가 되리라 믿었다. 백만 송이 꽃 아래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질 날을 꿈꾸며 무사 안착을 기원했다. 현장에서 만난 예비 입주자도 “나무를 살려주어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고 전했다. 100년의 향기를 기억하는 주민과 시민들 모두를 하나로 묶어준 것은 바로 이 목련나무였다.

 

▲ 2018년 6월7일 목련나무 물주기     ©최영숙

 

8. 2018/06/07 기사 - 지금, 대야동 목련나무는 안전한가

 

6월 4일 오전, 안시헌 위원장으로부터 “상태가 심상치 않으니 긴급히 만나자”는 연락과 함께 검게 변한 잎사귀 사진이 공유되었다. 이지선 씨는 “뿌리가 활착되려면 물을 충분히 주어야 하는데, 책임 관리자가 없는 상황에서 무더위가 겹쳐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임경묵 씨는 비닐 포장에 둘러싸인 나무를 보며 “마치 찜기 위에 냉동만두를 찌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식된 지 겨우 50일 된 고목이 지열을 높이는 비닐에 덮인 채 물조차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 2018년 7월 26일 목련나무     ©최영숙

 

▲ 2020년 3월 14일 대야동 목련나무와 아파트     ©최영숙

 

9. 2018/06/08 기사 - 대야동 목련나무, 사후 관리는 누구의 몫인가

 

67일 오후 1시 30분 두산건설 현장사무소에서 시흥 시청 도시재생과, 두산건설, 주택조합, 명성 조경건설, ‘시흥시대야동백만송이목련나무살리기 시민모임' 회원 등이 대야동 목련나무의 지속적인 관리주체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했다. 그러나 원점을 맴돌 뿐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소나무 등 귀하다 싶은 나무를 이식할 때는 조경업체에서 사후관리까지 관리하는 조건으로 이식하는데 100여 년 된 목련나무를 이식하면서 시흥시와 두산건설이 대대적인 홍보를 한가운데 이식되었는데 사후 관리 주체가 없어서 물을 구걸하는 현실이 시흥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없이 초라했다. 6월 7일은 물을 주었지만, 그럼 다음은 또 어쩌란 말인가?

 

목련나무가 목말라한다는 소식에 생수를 준비한 시민에서부터 목련나무를 걱정하는 마음은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이 있는 곳으로 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목련나무를 염려하는 시민들의 사랑과 관심은 깊었다.

 

▲ 2018년 6월 21일 물 공급하다     ©최영숙

 

10. 2018/06/23 기사 - 대야동 목련나무, 가장 큰 고비를 지나다

 

4.19 혁명 날에 소래산 자락으로 옮겨진 목련나무를 만나는 것은 심적으로 힘들다. 목련나무의 100여 년 삶에서 지금 가장 큰 고비를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보는 사람이 이러한데 목련나무는 얼마나 힘들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까 싶었다. 6월 21시대백목지키모회원들이 목련나무를 찾았다. 가까이 본 목련나무는 67일보다 더욱 검게 변해 있었다.

 

목련나무는 최악의 상태에서 생존을 위해 온 힘을 쓰고 있었다. 물을 공급받지만 이글대는 태양이 받아낸 비닐 포장 속에 둘러싸여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하루빨리 관리주체가 정해져서 목련나무가 현재의 상태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을 공급받아야 할 듯했다. 고목이 이식되어 살아나려면 자력의 힘과 사람들의 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연후에야 그 후의 결과에 대하여 한 사람으로 써 목련나무에게 당당할 수 있을 듯했다.

 

11. 2018/07/06 기사 - 참담함 속에서 희망을 품다

 

75일 대야동 목련나무 가지들이 뚝뚝 잘려 나간 사진을 보고 참담했다. 현장을 찾았다. 시흥시에서 나와서 잘랐다고 했다. 나무들의 형태를 만들면서 잘 모습을 보고 목련나무를 살리기 위해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다. 참담함 속에 희망이 피어나기를 바랐다.

 

▲ 2019년 11월 1일 안시헌 위원장 나무를 보다     ©최영숙

 

12. 2018/08/10 기사 - 114년 만의 폭염, 사투를 벌이는 목련나무

 

날씨가 태양에서 레이저 광선을 쏘는 듯하다. 올여름은 1904년 기상관측 이래 114년 만에 최악의 폭염이 찾아왔다. 1942년 이후 76년 만에 40를 넘는 지역이 속출했으며 42개 지점에서 8월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목련나무 이전 99일을 맞은 726일 목련나무를 찾았을 때는 잎들이 다 말라 있었다. 두산에서 물을 공급했다. 모든 언론에서 중계방송하는 듯 114년 만의 폭염을 보도하는데 살아 내기에 최악의 조건에 서 있는 목련나무는 덩그러니 공사 현장 한 쪽에 서 있었다. 목련나무는 지금 스스로 살아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힘을 쓰고 있을까 싶었다. 제발, 뿌리는 살아남아서 내년 봄이 되면 새순이 돋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속이 타들어가는 계절이다.

 

 대야동 목련나무 일출 © 최영숙

 

13- 2019/04/20일 기사- 대야동 목련나무, 2019419, 이식 1주년을 기록하다

 

2019419일 대야동 목련나무를 이식한지 꼭 1년째 되는 날이다. 목련나무의 지난 시간을 사진으로 복기해서 기록한다.

 

14, 2019/10/30 기사- 20191028, 대야동 목련나무를 만나다

 

2019419일은 대야동 목련나무 이식 1주년이었다. 그러나 공사 중이라는 이유로 접근도 하지 못했다. 지난 1월 목련나무가 갈라지고 버섯이 핀 것을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2019년 1023시대백목지키모안시헌 위원장이 주택조합에서 목련나무를 볼 수 있게 잠시 개방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28일 목련나무를 만날 수 있었다. 목련나무 어디에서도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없었다. 참담했다. 111() 12시에 목련나무를 떠나보내는 작은 의식을 치르려 한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 2019년 11월 1일 목련나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다     ©최영숙

 

15, 2019/11/05기사 - 2019111일 대야동 목련나무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시흥장수신문에서 20171224일 자 대야동 재개발 지구에 남겨진 목련나무를 살려야 한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다. 안시헌 위원장을 주축으로 201712월 25일 목련나무를 살리기 위한 [시흥시대야동백만송이목련지키기시민모임] 이후시대백목지키모라는 모임이 생겼다. 목련나무가 이식되고 목련나무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104년 만의 폭염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 물 공급 등 천재와 인재의 결과로 목련나무가 고사했다. 안시헌 위원장은 마지막 인사말에서 이제 참새 떼처럼 피었던 목련 꽃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쉽고 안타까움이 크지만 잡고 있던 끈을 놓고 왔습니다. 그간 애 많이 쓰시며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으로 목련나무 살리기 시민 모임은 마무리를 맺습니다. 늘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고 인사를 했다.

 

 2018년 4월4일 대야동 목련나무 꽃핌 최영숙

 

목련나무를 기록하면서 마음을 졸였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러함에도 결국은 허망하게 죽은 나무를 볼 수 밖에 없었다. 마음이 무너져 내리던 시간이었다.

 

재개발이 될 때 지역주민이 귀하게 여기는 나무나 보존가치가 있는 곳을 미리 공원 부지로 들어가게 한다면 지역민과 새로 입주자들과 연결하는 귀한 역할을 할 것이다. 대야동 목련나무가 이식될 때 이곳에 이사 오면 목련나무 꽃을 볼 수 있을 거라던 입주민의 기대도 어린이 공원에 들어선 목련나무 그늘 아래에서 어린아이들이 뛰어놀고 가끔 그늘에서 쉬고 싶었던 소망은 사라졌다. 

 

목련나무가 살 수 있게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감과 자신이 뿌리내리던 곳에서 이식되고 고사한 목련나무에게 한없이 미안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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