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대중 대통령 3주기 추도식 및 동교동 집무실 개방 현장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도식 및 휘호전 열려

최영숙 | 기사입력 2012/08/29 [20:28]

故 김대중 대통령 3주기 추도식 및 동교동 집무실 개방 현장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도식 및 휘호전 열려

최영숙 | 입력 : 2012/08/29 [20:28]
▲ 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예를 표하다     © 최영숙


2012년 8월 18일(토) 오전 10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김대중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 이희호 여사와 권양숙 여사     ©최영숙

 

추도식에는 부인 이희호 여사와 아들 김홍업 전 의원을 비롯한 유가족과 강창희 국회의장,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 등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민주통합당의 대선 경선 주자인 문재인 의원, 손학규 전 대표, 정세균 전 대표,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박준영 전 전남지사를 비롯하여 김한길 의원, 천정배 전 의원 등 각계각층의 참배객 2,0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

 

김석수 추모위원장(전 국무총리)은 추모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온갖 고난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민주주의와 민족의 화해 협력을 위해 평생을 바치신 분으로, 김 대통령의 삶과 정신은 우리 겨레 마음속에 온전히 남아있다”며, “정권을 재창출하려 한다면 그 지혜는 김대중 대통령의 삶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 신형원 교수 노래하다     © 최영숙


고인의 육성과 영상을 시청한 후 고은 시인이 작시하고 가수 신형원 경희대 교수가 작곡한 추모곡 ‘당신은 우리입니다’를 신형원 교수가 직접 불렀다.

 당신은 우리입니다

-고은-

당신은 민주주의입니다.
어둠의 날들
몰아치는 눈보라 견디고 피어나는 의지입니다.
몇 번이나 죽음의 마루턱
몇 번이나 그 마루턱 넘어
다시 일어서는 목숨의 승리입니다.
아 당신은 우리들의 자유입니다. 우리입니다.

당신은 민족통일입니다.
미움의 세월
서로 겨눈 총부리 거두고 부르는 노래입니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
그 누구도 바라마지 않는 것
마구 달려오는 하나의 산천입니다.
아 당신의 우리들의 평화입니다. 우리입니다.

당신은 이제 세계입니다.
외딴 섬 아기
자라나서 겨레의 지도자 겨레 밖의 교사입니다.
당신의 고난 당신의 오랜 꿈
지구의 방방곡곡 떠돌아
당신의 이름은 세계의 이름입니다.
아 당신은 우리들의 내일입니다. 우리입니다.
이제 가소서.
길고 긴 서사시 두고 가소서.

 

유족 대표로 김홍업 전 국회의원이 3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준 참배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고 김대중 대통령 묘소로 이동하는 참배객들     © 최영숙


추도식 종료 후 참배객들은 묘역으로 이동했다.
 

▲ 종교의식을 하다     © 최영숙


묘소 앞에서는 천주교와 개신교식의 종교의식이 차례로 거행됐다.
 

▲ 이희호 여사 분향하다     © 최영숙


이어서 헌화와 참배가 진행됐다. 먼저 이희호 여사가 단상에 올라 분향했다.
 

▲ 권양숙 여사 분향하다     © 최영숙


뒤이어 권양숙 여사가 분향을 마쳤다.
 

▲ 여.야 대표 헌화와 묵념을 하다     © 최영숙


참석한 여야 대표들도 헌화 후 동반 묵념을 했다. (왼쪽부터)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 헌화, 묵념하다     © 최영숙


민주통합당의 대선 주자들도 차례로 헌화와 묵념을 이어갔다.
 

▲ 청소년평화순례캠프에 참석한 학생들 방명록에 쓰다     © 최영숙

 

청소년평화순례캠프에 참여한 하송이(15) 학생은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인솔자인 임주희(29) 씨는 “청소년 40명과 지도자 5명이 버스를 타고 김대중 대통령의 발자취를 따라 5·18민주화운동 성지, 전쟁기념관, 김대중평화센터를 거쳐 이곳 김대중 대통령 묘소까지 참배하게 됐다. 학생들이 김 대통령께서 평소에 강조하셨던 정신을 깊이 체험하고 느껴서 훗날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장에 마련된 방명록에는 “햇볕정책으로 우리에게 평화를 주신 영웅이십니다.” “평안하시길 비옵고 우리 겨레의 평강을 이끌어 주시길 빕니다.” “사과하고 책임질 줄 아셨던 대통령.” “국가의 혼을 받듭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고 김대중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들이 가득했다.

 

▲ 김대중 대통령 묘소에 절하다     © 최영숙

 

참배객들은 고인의 묘소를 향해 깊은 절을 올렸다. 대구에서 온 최일순(72) 씨는 “세계가 인정한 대통령이다. 그 모진 고문을 당하시고도 대통령 재임 시절 보복이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삶이 힘들 때마다 힘을 얻으려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차혜숙(56) 씨는 “일 년에 두서너 번, 새해와 추석 때마다 찾아와 술을 올리고 참배한다. 박정희, 이승만 대통령의 묘소도 함께 찾아뵌다. 오늘도 막걸리를 한 잔 따라 드리고 가는 길”이라고 전했다.

 

김태운(30) 씨는 “고등학생 시절 청화대에 초청되어 멀찍이서 뵌 적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그토록 통일을 소원하셨는데 끝내 이루지 못하고 가셔서 아쉬움과 한이 크실 듯하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통일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설수진(55) 씨는 “‘인동초’라는 단어가 깊이 생각난다. 한국의 민주화와 나라를 위해 끝없는 고통을 감내하고 우뚝 선 우리의 꿈이자 멘토이시다. 한길만을 바라보며 40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대업을 달성하고 가신 분이기에 오늘따라 더욱 그립다”며 회고했다.

 

▲ 대통령 서거3주기 추모 휘호, 어록전     © 최영숙


국립현충원 일정을 마친 뒤, 김대중 대통령 서거 3주기 기념 행사로 집무실 개방과 추모 휘호·어록전 《묵향(墨香)에서 피어나는 김대중 정신》이 열리고 있는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 전시실에는 김 대통령의 사상과 철학이 녹아있는 친필 휘호 30여 점과 중견 서예인들이 정성껏 쓴 김대중 어록 작품 30여 점이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 김대중 대통령 집무실     © 최영숙


가장 먼저 김대중 대통령의 생전 집무실을 관람했다.
 

▲ 최경환 전 비서관     © 최영숙

 

현장에서는 최경환 전 비서관이 방문객들에게 직접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최 전 비서관은 “이 자리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아버지 부시 대통령 등 전 세계 정상 12명이 앉아 대화를 나누던 곳이다. 특히 클린턴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과 문화적 취향이 비슷해, 이곳에 진열된 장식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느라 한동안 자리에 앉지 못했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대통령이 서거 전 마지막으로 읽으신 책이 에이미 추아의 《제국의 미래》와 만화로 된 《조선왕조실록》이었다. 만화 조선왕조실록을 정독하신 뒤 일기장에 ‘참 유익하다’고 감상을 남기기도 하셨다. 또한 김 대통령께서는 문방구에서 흔히 살 수 있는 평범한 이 세계지도를 특히 아끼셨는데, 늘 전 세계의 지인들을 떠올리며 국제 정세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하셨던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 이희호 여사 집무실     © 최영숙


이어 옆방에 위치한 이희호 여사의 집무실로 이동했다. 책상 위에는 이희호 여사가 남편의 입관식 날 마지막으로 손수 써 내린 편지가 놓여 있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같이 살면서 나의 잘못됨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늘 너그럽게 모든 것 용서하며 애껴준 것 참 고맙습니다. 이제 하느님의 뜨거운 사랑의 품안에서 편히 쉬시기를 빕니다. 너무 쓰리고 아픈 고난의 생을 잘도 참고 견딘 당신을 나는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이제 하느님께서 당신의 뜨거운 사랑의 품안에 편히 쉬시게 하실 겁니다. 어려움을 잘 감내하신 것을 하느님이 인정하시고 승리의 면류관을 씌워 주심을 믿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당신의 아내 이희호 2009. 8. 20
 

▲ 옥중 서신     © 최영숙


김대중도서관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사상 연구와 업적 기림을 위해 다양한 역사적 사료를 수집·관리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군사정권 시절 옥중에 있던 김 대통령이 어린 아들에게 보낸 빛바랜 편지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77년 5월 31일 소인이 찍힌 진주시 상봉동 진주교도소 내 김대중 편지

“사랑하는 홍걸아! 너의 편지는 언제나 반가히 받아보았다. 아빠는 너희들의 편지 받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더구나 네가 학교성적도 좋아지고 체육도 잘되어간다니 참 기쁘다. 무엇보다도 좋은 친구가 많이 생기고 선생님들에게도 호감을 느끼면서 재미있게 공부한다니 더 바랄 것이 없구나, 친구들에게는 되도록 친절하고 관대하며 그의 인격을 너의 인격같이 존중해주어야 한다. 내가 남으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으려면 먼저 나부터 남에게 그렇게 해야 한다. 특별히 큰 차별이 없는 한 되도록 친구의 의사를 존중해주고 화목하게 지내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많은 벗들과 원만히 살아나가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길이다.“
 

▲ 가족사진     © 최영숙
 

 

전시실 한편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의 청년 시절 결혼사진을 비롯해 다정한 가족사진, 치열했던 선거 유세 사진, 망명 시절의 기록 사진, 그리고 청년 이희호 여사가 백범 김구 선생과 함께 찍은 역사적인 사진 등 개인사와 한국 현대사가 교차하는 수많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어 《묵향에서 피어나는 김대중 정신》 추모 휘호·어록전이 열리는 전시장 본관으로 내려갔다.

▲ 김대중 대통령 글씨 - 이순신 한산도 야음     © 최영숙


넓은 바다에 가을 햇빛 저무는데 찬바람에 놀란 기러기 떼 하늘 높이 나는구나.
나라 일이 걱정되어 잠 못 이루는 밤 새벽달은 무심코 활과 칼을 비추고 있네.
-이순신 <한산도 야음> 중 

▲ 3주기 추모식을 하다     © 최영숙

 

지난 2009년 9월 24일 자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나라를 바꾼 세계의 지도자 11명'을 선정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을 세계 2위로 꼽은 바 있다.

 

이날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3주기 추도식과 휘호전을 동행하며, 대중에게 알려진 거인의 모습 이면에 숨겨진 소박한 인간 김대중의 면모를 다채롭게 만날 수 있었다. 영국 유학 시절 사택 뒷마당에 찾아오던 작은 참새 무리를 유독 좋아해 훗날 참새 사진을 선물 받고 아이처럼 기뻐했던 일화, 평생 고향 하의도를 잊지 못해 하의도가 선명히 그려진 옛 고지도를 찾아내 집무실 벽에 소중히 걸어두었던 일, 그리고 만화로 그려진 친숙한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며 소탈하게 감탄했던 모습까지. 사사롭고 작은 일상 속 존재들에게 끊임없이 감사하고 감동했던 고인의 인간적인 따뜻함이 묵향과 함께 참배객들의 마음속에 깊숙이 다가온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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