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수환 추기경 묘소에서 작은 미사가 집전되다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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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6일은 김수환 추기경의 3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전날 김수환 추기경의 3주기 추모 미사에 대한 정보를 검색했다. 올해는 묘역에서의 미사 집전은 없고, 서울대교구 집전으로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추모 미사 안내가 올라와 있었다. 적어도 3주기까지는 묘역에서 추모 미사를 드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인지 조금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
| ▲ 용인 천주교 공원 내 성직자 묘역을 찾은 사제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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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오전 9시에 용인 천주교 공원으로 출발해 10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다. 관리소에서 오늘 미사가 있는지 다시 물었다. 관리인은 서울대교구에서 주관하는 공식적인 미사는 없지만,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에서 오전 11시에 묘역 미사를 봉헌한다고 알려주었다. 김수환 추기경의 묘소로 향했다. 성직자 묘역에서는 신부님 한 분이 김수환 추기경의 묘소를 비롯해 생전에 인연이 깊었던 분들의 묘소인 듯, 중간중간 멈춰 서서 기도를 드리고 계셨다.
| ▲ 용인 천주교 공원 내에 있는 박완서 선생의 묘를 찾다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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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미사까지는 1시간가량 남았다. 김수환 추기경의 무덤에 꽃을 바치고, 그 가까이에 있는 박완서 선생의 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 1월 22일이 박완서 선생의 1주기였다. 무덤에는 이미 많은 꽃이 놓여 있었다. 가져간 꽃을 무덤에 내려놓고 잠시 묵념했다. 마지막 떠나는 날 사진을 담았던 고인들은 알 수 없는 인연의 끈으로 연결된 듯, 어느 순간 문득문득 그 마지막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 ▲ 2011년 1월 25일 박완서 선생 장례식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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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이었음에도 유독 따뜻했던 2011년 겨울이 떠올랐다. 당시 박완서 선생의 장례식을 지켜보던 한 젊은 여인이 "이렇게 사랑받고 떠나는 삶을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박완서 선생이 지녔던 특유의 따뜻한 '아우라'가 번지던 그해 겨울이 생각났다. 김수환 추기경의 무덤을 찾으면서 함께 참배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11시가 가까워지자 다시 김수환 추기경의 성직자 묘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수녀님이 김수환 추기경의 무덤에 성수를 뿌렸다.
이어 성직자 묘역에서 김수환 추기경 선종 3주기 미사가 봉헌되었다.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에서 온 이동원 야고보 신부의 집전으로, 무덤을 찾은 8명의 신자가 제단에 함께 모여 미사를 드렸다.
이동원 야고보 신부는 "오늘 묘역에 미사가 있는지 연락을 해보았는데 없다고 하기에 미사를 집전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매년 신자분이 단 한 분만 계시더라도 기일에는 이곳 묘역에서 11시에 미사를 집전하겠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 ▲ 김수환추기경 무덤과 미사를 드리고 있는 신자들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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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대가 없었기에 녹음기로 성가가 시작되었다. 시작 성가는 227번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라'였다. 이동원 야고보 신부는 강론을 통해 "주님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하셨다. 김수환 추기경의 삶은 소외된 이웃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보듬고 껴안는 것이었다. 그 뜻을 받들어 우리도 사랑을 실천하자"라고 당부했다. 미사를 함께 드렸던 한 추모객은 "김수환 추기경님을 위해 미사를 드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오전 11시, 그 자리에 머물렀던 8명의 신자만이 참여한 작은 미사였지만 참으로 경건하게 봉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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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온 김은희 데레사 씨는 "추기경님 가까이서 그분의 삶을 충분히 보았다. 돌아가신 뒤에도 그분을 사랑하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생각난다"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온 박팔수(64) 씨는 "매년 기일마다 찾아뵌다. 늘 옆에 계시는 것만 같다. 그분은 사랑을 실천하셨다. 남이 어려울 때 도와주시고 정의가 무엇인지 알려주셨다. 오늘 미사가 있는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일찍 왔을 텐데 아쉽다"라고 전했다.
| ▲ 명동성당으로 이어진 추모객들 2009년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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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6일 오후 6시 12분, 김수환 추기경은 향년 87세로 하느님 곁으로 돌아갔다. 김수환 추기경은 시대적 격변과 정권의 탄압, 계층 간 갈등이 깊었던 우리 사회에서 종교와 계층을 초월해 모든 국민의 존경을 받은 큰 어른이었다. 강한 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약한 마음을 지녔던 시대의 의인이었다. 그분이 선종하셨을 때 명동성당으로 이어지는 길을 추모객들이 가득 메웠던 기억이 선하다.
| ▲ 김수환 추기경 사제들에 의해 운구되다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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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20일 오전 10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집전으로 장례 미사를 마친 후, 오후 2시경 이곳 천주교 용인공원 성직자 묘역에 안장되었다.
| ▲ 삼우제 미사에 참석한 어린이가 '아빠, 할아버지 무덤이 따뜻해'라고 했다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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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인 2009년 2월 22일 낮 12시에는 염수정 주교의 집전으로 전통 장례 의식인 삼우제 형식의 추도 미사가 열렸었다. 이때 참석한 한 어린이가 김수환 추기경의 무덤을 손으로 만지며 "아빠, 할아버지 무덤이 따뜻해"라고 말했다. 어린이가 하는 말을 들으며, 평소 아이처럼 순수했던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이 겹쳐 보여 가슴이 뭉클했었다.
| ▲ 2010년 2월 12일 눈이 쌓인 용인 천주공원 성직자 묘역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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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기를 얼마 앞둔 2010년 1월 12일에 찾았을 때는 성직자 묘역에 눈이 하얗게 쌓여 있어, 관리하는 분들이 눈을 치우느라 고생을 하기도 했다.
| ▲ 2010년 2월 16일 김수환 추기경 1주기 추모미사를 드리다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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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10년 2월 16일, 김수환 추기경의 1주기 추모 미사가 수많은 추모객이 참석한 가운데 이곳 묘역에서 거행되었다.
| ▲ 2010년 2월 16일 1주기 추모미사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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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년 2월 16일 2주기 추모미사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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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2011년 2월 16일에도 2주기 추모 미사가 대대적으로 봉헌되었다.
| ▲ 2012년 2월 16일 3주기 추모미사 © 최영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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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인 2012년 2월 16일에는 3주기 추모 미사가 봉헌되었다. 미사 일정이 미리 공지되지 않아 예년처럼 많은 참배객과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작고 정성스럽게 미사가 마무리되었다.
요즘처럼 어지러운 시절일수록, 그분이 남긴 마지막 인생 덕목들이 유독 깊은 농도로 다가온다.
인생 덕목(人生德目) -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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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 말 (言)
말을 많이 하면 필요 없는 말이 나온다. 양 귀로 많이 들으며, 입은 세 번 생각하고 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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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 책 (讀書)
수입의 1%를 책을 사는 데 투자하라. 옷이 헤어지면 입을 수 없어 버리지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위대한 진가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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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 노점상 (露店商)
노점상에서 물건을 살 때 깎지 말라. 그냥 돈을 주면 나태함을 키우지만, 부르는 대로 주고 사면 희망과 건강을 선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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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 웃음 (笑)
웃는 연습을 생활화하라. 웃음은 만병의 예방약이며 치료약이다. 노인을 젊게 하고, 젊은이를 동자(童子)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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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 TV (바보상자)
텔레비전과 많은 시간 동거하지 말라. 술에 취하면 정신을 잃고 마약에 취하면 이성을 잃지만, 텔레비전에 취하면 모든 게 마비된 바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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六. 성냄 (禍)
화내는 사람이 언제나 손해를 본다. 화내는 사람은 자기를 죽이고 남을 죽이며, 아무도 가깝게 오지 않아서 늘 외롭고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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七. 기도 (祈禱)
기도는 녹슨 쇳덩이도 녹이며, 천 년 암흑 동굴의 어둠을 없애는 한 줄기 빛이다. 주먹을 불끈 쥐기보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가 더 강하다. 기도는 자성을 찾게 하며 만생을 유익하게 하는 묘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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八. 이웃 (隣)
이웃과 절대로 등지지 말라. 이웃은 나의 모습을 비추어 보는 큰 거울이다. 이웃이 나를 마주할 때 외면하거나 미소를 보내지 않으면, 목욕하고 바르게 앉아 자신을 곰곰이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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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 사랑 (慈愛)
머리와 입으로 하는 사랑에는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 관용, 포용, 동화, 자기 낮춤이 선행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칠십 년이 걸렸다.
김수환 추기경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잔잔한 미소가 지어진다. 세상을 향해 스스로 한 덩이 '밥'이 되어주라던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 스스로 기꺼이 '바보'가 되고자 했던 김수환 추기경의 영원한 온기가 사뭇 그리워지는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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