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버지는 아들의 생전 모습을 정성스럽게 그림에 담아 무덤 앞에 바쳤다. 아들은 아버지의 그리움이 담긴 그림 속에서만 환하게 웃고 있었다.
추모 벽보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수많은 글이 적혀 있었다.
"김태민! 1년 만이구나.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이거 하나는 꼭 기억해다오. 우리들 중 그 어느 누구도 너를 잊지 않았단다. 정말 보고 싶구나." "한주호 준위님, 그리고 46용사 여러분. 당신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삼촌, 소은이 왔어요. 우리 꿈속에서 꼭 만나요." "더 이상 가족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퍼하는 분들이 생기지 않도록,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성실히 복무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귀 하나하나가 묘역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묘역에는 용사들의 친구들이 찾아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고(故) 이상민 하사의 친구 이숙경(23) 씨는 "상민이는 항상 가족 걱정뿐이었다. 건강이 좋지 않으신 부모님과 동생을 늘 먼저 챙기던, 참 정이 많고 따뜻한 친구였다"라며 고인을 추억했다.
공주 의랑초등학교 동창인 김경식(25), 이종연(25) 씨는 "작은 시골 동네에서 함께 자랐기 때문에 유치원 때부터 단짝 친구였다. 이 친구는 정말 착했다. 워낙 조용하고 온순한 성격이라 친구들과도 두루 잘 지냈다. 지금도 문득문득 상민이가 너무 보고 싶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어 연신 카메라 셔터를 터뜨리자, 한 어린 아들은 "이 아저씨들은 왜 이렇게 모여서 사진을 찍어?"라며 천진난만한 호기심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곁에서 엄마는 차마 아이에게 사실을 말하지 못한 채 목이 메어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차가운 상석 위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리는 애틋한 글귀들이 새겨져 있었다.
"사랑하는 아들아, 많이 보고 싶다. 그곳에선 부디 좋은 부모 만나 더 많이 사랑받으렴. 이곳에서 못다 한 공부, 마무리하지 못한 피아노, 늘 하고 싶어 했던 택견, 네 꿈이었던 만화가, 그리고 미처 못 해본 데이트와 가보지 못한 여행, 가지고 싶다던 자동차까지… 그곳에선 꼭 다 이루려무나." -못난 어미가, 정범구 모(母)-
"꽃에 새긴 사랑은 꽃이 시들면 지고, 땀에 새긴 사랑은 바람이 불면 날아가지만, 내 마음에 깊이 새긴 내 사랑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묘역 한편에는 "대한민국은 천안함 용사를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소중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이 땅에 두고 먼저 떠나간 영령들이, 이제는 저 하늘에서 부디 추위도 슬픔도 없는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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