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의 대중화

양시내 | 기사입력 2020/03/14 [21:33]

클래식의 대중화

양시내 | 입력 : 2020/03/14 [21:33]

 

  © 정소영


클래식의 대중화라는 말을 일반 대중들이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언뜻 들어서 나쁠 것이 없고 어렵고 따분하고 그들만의 리그라고 느껴지던 먼 세상이 대중들에게 다가선다고 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다고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클래식 전공자들은 클래식의 대중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보다 의문을 던지는 이들이 많다. 말은 좋지만 어떻게? 또는 그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을 가진 이가 많았다. 그 의문의 바탕에는 나도 가끔은 지루하고 어려운 클래식 음악을 잠시의 지루함도 견딜 수 없는 현대의 대중들에게 어떻게 전달하지? 라는 생각이 잠재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내가 만난 음악가들의 대부분에게서 그렇기 때문에 클래식은 고품격 홀에서 우아한 관객들만 들을 수 있어라고 말하는 소위 우리들만의 리그를 고집하는 비뚤어진 자존심은 볼 수 없었다. 다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거나 뜻은 좋지만 나는 못 한다는 음악가가 많았다.

 

클래식 악기를 전공하려면 글을 배우는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입문해 꾸준한 레슨과 연습으로 기능적인 과정을 연마하고 그 안에 내포된 작곡가의 어법을 연구하며 음악적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은 집중도와 개인의 역량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그 기간이 만만치 않다. 대학에서 전공을 하고도 석사, 박사, 해외 디플롬까지 깊이 있는 연구를 계속해 나가는 이도 적지 않다. 이렇듯 순수하게 연주자로서 배움의 길을 걸어온 이들에게 배운 것을 대중화 해보세요라고 하니 방법을 몰라 문득 두려운 마음부터 드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울림이 좋은 홀이 익숙하고 기본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아는 관객이 편안하다. 하지만 청중이 없는 연주란 있을 수 없고 우리나라 클래식계도 떠나가는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기획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연주자들도 알고 있다. 알고 보면 너무 좋은 클래식 음악! 일단 한 번 맛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대중화의 대표적인 한 형태가 바로 버스킹이다.

 

 

본질을 잃는다면...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 나는 종종 클래식 음악의 버스킹에서 착잡한 마음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대중을 사로잡는 방법으로 채택한 프로그램이 전혀 클래식하지 않거나 그 장르가 모호한 음악이 많았기 때문이다. (과도한 전자음향을 포함해서)

 

얼마 전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모 인터뷰에서 클래식의 대중화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어 화제가 되었다. 클래식의 대중화에 대한 생각을 물으니 대중들이 클래식화 되는 것이 맞을 것 같다며 본질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음악가들은 그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엄마는 아이에게 맛도 좋고 몸에 좋은 당근을 먹이고 싶고 알려주고 싶다. 하지만 아이는 생김새와 색깔만 보고 절대 먹으려 하지 않는다. 엄마는 당근의 형체를 알 수 없도록 잘게 썰어 각종 야채와 고기를 섞어 볶음밥을 만들어 주었다. 아이는 볶음밥에 케첩까지 뿌려 맛있게 먹었다. 엄마는 아이에게 당근을 먹였지만 당근 이 맛도 좋고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공감을 아이에게서 얻어낼 수 있을까? 이 과정에서 아이가 먹은 것은 볶음밥이라는 새로운 요리였다. 클래식의 대중화 과정에서 마음 아픈 부분들이 바로 이런 것인데 그 본질이 흐려져 이것이 클래식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연주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문화 생산자로서의 내가 무엇을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 없이 무조건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려는데 목적을 두고 본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연주자 스스로 클래식 음악의 힘을 믿지 않는 데에서 비롯된 가슴 아픈 일이다. 클래식 음악을 전혀 들어보지 않은 이들도 클래식 음악을 한 번 접하고는 잘 모르지만 힐링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것은 클래식 음악이 가지고 있는 가장 순수한 힘이라고 생각된다. 이해인 수녀의 시처럼 클래식 음악에는 고요하고 순결한 힘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본질을 흐릴 필요가 없다. 가장 클래식한 곡으로 정면 승부해야 한다.

 

▲ 크리아츠앙강블 버스킹  © 정소영

 

최종 목적지

클래식 악기들은 그 음색이 그 악기의 본질 중 하나이다. 버스킹을 할 때에도 되도록 그 음색을 살릴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보자. 전자음향을 타고 들려오는 악기의 소리는 내게는 전자음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는 클래식 음악이 아니다. 듣고 싶은 사람에게만 들려야지 듣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까지 시끄럽게 들리는 음악은 이미 소음이다.

 

클래식 음악은 거리 공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기후나 소음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가 거리로 나가는 이유는 한 번도 실제로 클래식 연주를 접한 적이 없는 잠재적 관객에게 당근을 한 번 맛보도록 어필하는 것이다.

 

긴 시간 연주하지 말자. 한 곡만 연주해도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 연주가 끝났을 때 당신의 바이올린 연주를 더 듣고 싶은데 어떡하면 될까요?’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클래식 음악의 버스킹이었으면 좋겠다. 한 달 후 공연이 있는 연주자가 프로모션을 위한 연주회로 버스킹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 다음은 공연장으로 이끌어야 한다. 우리가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관객이 우리에게 다가오게 하기 위한 것이다. 스스로 당근을 살 수 있도록.

 

 

 

이 글은 '예술시흥 2019 Vol.21'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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