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타자성의 부분적 연결로 만들어 가는 우리 동네 마음지도

채은영 독립 큐레이터 | 기사입력 2020/03/01 [20:58]

소중한 타자성의 부분적 연결로 만들어 가는 우리 동네 마음지도

채은영 독립 큐레이터 | 입력 : 2020/03/01 [20:58]

 

시흥시 아트캔버스 담당자의 전화를 받은 게 올해 4월초였는데, 12월 중순이다. 아직 전시설치도 끝나지 않은 전시에 관해 글을 쓴다는 것이 부담스럽고 적절한가 걱정이지만, 사계절을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관해 남 은 과정을 잘 마무리하기 위한 글로 정리해 볼까 한다.

 

2020년 두 번째 시작 예정인 아트캔버스 전시는 시각 예술의 형식과 언어로 우리 주변, 동네, 지역을 문화적으로 생태적으로 재인식하고 재배치하는 경험과 계기를 마련하려 한다. 인간과 비인간(동식물, 사물), 도시와 자 연, 공간과 장소, 과거-현재-미래, 이미지와 이야기는 분절적이지 않고 다층적이고 복잡한 관계적 풍경 속에 있다. 하지만 인간과 자본 중심의 공간에서 우리는 관습적이고 일상적 행위자가 되곤 한다. 이번 전시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공간, 지역을 통합적인 감각과 다양한 매체의 시각예술 작업으로 다양하고 섬세한 장소성의 가능성을 드러내려 한다.

 

다양하고 섬세한 장소성을 위한 중요한 바탕은 심리 지리학과 다종 문화 인류학이다. 상황주의 인터내셔널 은 도시를 자유롭게 표류하고 횡단하는 놀이를 통해 얻 은 감정, 기억 등으로 새롭게 변형된 도시의 스펙타클을 제안한다. 표준화된 도시 일상에서 개인의 주체적 인식 과 경험을 강조하는 태도와 방법으로 심리지리학은 여전히 유효하다. 또한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인간과 비인간, 장소와 비장소, 주체와 비주체, 자연과 문화, 사물과 생물 등 인간과 자본 중심의 이원론적 세계관을 벗어나 수평적이고 관계적인 존재론적 전환으로서 다종 문화인류학을 참고한다. 따라서 우리 동네는 단순히 지역성과 역사성을 한정하지 않고, 물리적 공간 속 기능적인 안내, 역사, 관광 지도가 아닌 소중한 타자성이 복합적으로 부분적으로 연결된 마음지도가 등장한다.

 

▲     ©시흥예총 제공

 

첫 번째 아트캔버스가 공립미술관에서 기획되어 운영 을 지역에서 맡았다면, 두 번째는 기획부터 운영까지, 시흥시, 주관단체 그리고 기획자가 과정형으로 진행하고 있다. 초대형과 공모형으로 굳이 나누어 작가 선정을 하고, 기존 작업의 형식과 과정보단 리서치베이스 그리고 맥락을 강조하는 방식의 작업 형식과 과정을 제안하는 부분은 기획과 실현에 관해 시뮬레이션을 계속 수정 보완해야 하는 기획자에겐 돌아가는 일일 수도 있다. 작가들과 함께 지역 연구를 위한 향토사와 동네 이야기에 관 한 세미나와 답사를 함께 하는 일도 번거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아트캔버스의 경우, 밀도 있는 완성형 전시를 설치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한다는 외적 목표만큼, 지역에서 시각예술에 관한 다양한 전망들이 가능할 수 있는 계기와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게 고려했다.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작가의 작업이다. 기획자는 방향을 생각하고 제시할 뿐, 그것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건 온전히 작가의 역량과 몫이다. 작가 선정부터 작업과 관련된 협의 그리고 작가의 시간인 리서치, 작업 진행 및 최종 결정 그리고 제작까지 모든 과정이 시행착오, 중단, 반복의 연속이었다. 어제 17일 시작해 여전히 진행 중인 터라, 설치 완료된 작업을 기준으로 소개하기 보단, 각 작가들의 작업 과정과 형식에 대해 간단히 소개 하려 한다.

 

김보민 작가는 라인테이프로 시흥시의 과거, 현재, 미래의 공간이 합쳐진 공간 위에 과거의 사건과 인물, 현재 의 사물과 이야기 등을 그린 그림들을 인터넷 세계의 타임라인과 이미지처럼 올려놓는다. 송이슬 작가는 과거 의 공동체와 미래의 공동체에 관한 텍스트를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판 형식으로 간결하지만 선언적으로 보여준다. 컨템포로컬(윤주희, 최성균)은 월곶 미래 탑, 오이도 등대, 갯골 생태 공원 전망대 같은 도시의 랜드마크를 트로피처럼 만들고 주변에서 채집한 소리를 들려준다. 김남훈 작가는 시흥 도시 거리 낮은 빈틈 사이에 자라난 풀에게 물을 주고 쓰레기로 버려진 물건들을 모아 오브제 액자를 만든다. 신다혜 작가는 시흥시 여러 장소 사진에서 자연물을 제거하고 3개 장소를 합친 랜티큘러 사진으로 선보인다. 송미주 작가는 산책길에 만난 동물과 식물, 광물 등 을 디자인적으로 배치해 버스 외부 래핑으로 보여준다.

 

대부분 작가들이 시흥시 여러 장소를 찾아다니며 발품을 들이거나, 지역이나 내용에 관한 상당한 자료들을 찾아가면 준비했다. 형식적으로는 첫 번째 아트 캔버스 보단 좀 더 지역을 강조하거나, 구체적인 형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주요한 기획 개념과 작업 과정 조금 어렵거나 낯설 수 있기 때문에 보이는 방법에선 좀 더 익숙한 방식을 선택했다. 그렇지만, 회화, 영상, 텍스트, 소리, 광고판, 오브제 등 제한적 인 버스 공간과 3년 운영이라는 제약 안에서는 좀 더 다 양한 매체와 방법으로 관람할 수 있게 했고, 관람객이 입구에서 들어왔을 때 도시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시점도 고려했다.

 

작가들이 대부분 지역 연구를 기반으로 했지만, 그건 작가적인 리서치를 의미한다. 1차적인 의미에서 지역에 관한 리서치가 담겨있어 시흥시란 지역적 특수성과 장소 성을 재현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대부분 우리 동네, 우리 지역, 우리 공동체를 강조하고 의미화 하는 방식이 여전히 인간과 자본 중심으로 괄호 치기 방식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 시흥시는 이름을 가리거나 유사한 사례를 조금만 찾다 보면 지역성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지역과 지역 사이의 공통성과 유사성 그리고 로컬리티의 확장을 위한 알레고리이다. 우리가 사는 동네는 세계 어느 공간이 될 수 있고 중요한 것은 물리적 공간에 장소성을 재배치하고 재구성할 존재론적 전회로서 수평적이고 관계적 세계관이다. 다나 해러웨이의 <반려종 선언>과 메를린 스트래선의 <부분적인 연결>에 기대에 정리하면, 소중한 타자성의 부분 적 연결을 이번 전시로 경험하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렇게 이 세계를 다시 재구성할 상상과 실천을 할 수 있다면 그게 이번 전시의 희망 사항이다.

 

이 글은 '예술시흥 2019 Vol.21'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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