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선 못다 한 꿈 마음껏 펼치기를”… 천안함 용사 4주기, 눈물로 얼룩진 대전현충원

최영숙의 발길 따라 가는 풍경

최영숙 | 기사입력 2014/03/27 [23:37]

“그곳에선 못다 한 꿈 마음껏 펼치기를”… 천안함 용사 4주기, 눈물로 얼룩진 대전현충원

최영숙의 발길 따라 가는 풍경

최영숙 | 입력 : 2014/03/27 [23:37]

 

▲ 아들의 무덤 앞에서 단장의 슬픔을 토하는 어머니     ©최영숙


 지난 2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엄수된 '천안함 용사 4주기 추모식'에 다녀왔다.

 

묘역 한편에서는 해군 예비역 윤돈영(28) 씨가 차가운 비석마다 정성스레 전역증을 달아주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 잠든 전우들 모두 그 누구보다 간절히 집에 가고 싶어 했을 것”이라며 “차가운 땅속에 누운 이들에게 이것이 작은 위안이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전역증을 가져와 달아주었다”라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어 “같은 해군 출신이다 보니 현장에서 정복을 입고 있는 후배 장병들을 보면 다 친동생 같고 마음이 쓰인다”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대학 학과 선배의 묘소를 담임교수와 함께 찾은 한 후배는 비석을 어루만지며 “선배님이 조국을 위해 고생하신 만큼, 저 역시 부끄럽지 않게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고 앞으로도 자주 찾아뵙겠다”라고 엄숙히 다짐했다.


▲ 아빠 무덤에 온 어린이가 아빠의 부재를 알기에는 아직 어렸다. 천진한 어린이를 바라보는 일이 힘들었다.     © 최영숙


어린 자녀가 아빠의 영원한 부재를 온전히 깨닫기에는 아직 너무나 어렸다. 비석 앞에서 천진난만하게 약과를 먹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는 일은 곁에 선 이들의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다.  
 

▲ 오열하는 어머니     © 최영숙


 자식의 무덤 앞에서 어머니는 결국 참았던 통곡을 터뜨렸다. 어머니는 하염없이 차가운 돌판에 새겨진 자식의 이름만을 부르고 또 불렀다.  

 

어머니는 “자식을 가슴에 묻은 이 에미가 죄인이다. 먼저 떠나보낸 자식 생각에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진다. 꿈에서라도 단 한 번만 보고 싶은데 어찌 이리 얼굴 한번을 보여주지 않느냐”라며 묘역이 떠나가라 눈물을 쏟아냈다.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된다는 해봄이는 “아빠 얼굴이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아요. 하지만 친구들에게 우리 아빠는 돌아가셨어도 대한민국을 멋지게 지키다가 돌아가신 유명한 원사님이라고 당당하게 말해요. 그럼 친구들은 아빠가 없어서 안 좋겠다고 하면서도 또 부럽다고 말하기도 해요. 집에서 만화를 볼 때 아빠와 아이가 같이 나오는 장면을 보면 아빠 생각이 많이 나요”라며 의젓하게 말해 지켜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다시 한 번 적셨다.

 

▲ 아들에게 담배불을 붙여준 아버지는 재만 깔끔하게 남는 꽁초를 보면서  기뻐했다.     © 최영숙


한 아버지는 자식의 무덤 앞에서 평소 아들이 좋아했던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바람을 타고 타들어 가며 재만 깔끔하게 남는 꽁초를 바라보던 아버지는, 마치 자식이 곁에서 맛나게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듯 슬픈 미소를 지었다.

▲ 천안함 묘역을 찾은 여. 야 정치인들     © 최영숙


천안함 용사 4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여야 정치인들도 차례로 묘역을 찾아 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며 참배했다.

▲ 장철희 일병의 한국철도공사의 명예사원증     © 최영숙


 고(故) 장철희 일병의 무덤 앞에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헌정한 명예사원증 패가 굳건히 세워져 있어 참배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그 패에는 다음과 같은 절절한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오 그대여…! 철도기관사의 꿈을 이루어 한반도와 대륙을 넘어 유럽까지 마음껏 달려보고 싶었던 꽃다운 청운, 장철희 일병…! 우송대학교 철도전기신호학과 재학 중 나라의 부름으로 그대의 소중한 꿈은 위대한 애국심으로 승화되어, 조국을 위하여 천안함에서 장렬히 산화한 숭고한 님의 기상을 코레일은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여기 그대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하여 코레일은 명예사원으로 임명하고 명예사원증을 바치오니, 광활한 대륙을 가로지르며 거침없이 달리는 철도기관사로서 그대의 꿈을 그곳에서 마음껏 펼쳐보시옵소서!’


 

▲ 천안함 용사들에게 온 편지를 달고 있는 후배 병사들     © 최영숙


추모식에 앞서 지난 24일 국립대전현충원을 미리 찾았을 때, 현충원 입구에서는 해군 후배 장병들이 천안함 용사 4주기를 맞아 전국 각지의 어린이들이 보내온 추모 엽서들을 정성스레 매달고 있었다. 삐뚤빼뚤한 글씨 속에는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지켜주시려고 소중한 목숨을 바친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슬픕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용사님들처럼 멋진 사람으로 바르게 크겠습니다” 등 아이들의 추모글이 적혀 있었다.  

▲ 조지훈 상병의 무덤     © 최영숙

 

지난 2010년 4월 29일에 거행된 영결식 및 안장식의 첫 기록부터, 2014년 3월 26일  오늘날 천안함 용사 4주기 추모식에 이르기까지 그  슬픔의 시간을 사진과 글로 기록해 왔다.

 

나 역시 자식을 키우는 같은 어머니의 심정인지라,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이 고스란히 이입되어 전해졌다. 현장을 취재하고 기록을 이어가는 내내, 밀려오는 먹먹함에 눈물이 앞을 가려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 대한민국은 천안함 요사를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천안함 묘역 뒤로 현수막이 걸리다.     © 최영숙


 그날의 아픈 기록들을 차분히 정리하며,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유가족분들에게 지극하고 심심한 위로의 뜻을 다시 한 번 전한다.

 

아울러 조국의 푸른 바다를 지키기 위해 청춘을 바치고 이곳 대전현충원에 묻힌 마흔여섯 영혼들의 영원하고 평안한 영면을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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