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번째 '거인' 소금창고

<연재>소금창고를 복원하다

최영숙 | 기사입력 2008/11/27 [02:13]

36번째 '거인' 소금창고

<연재>소금창고를 복원하다

최영숙 | 입력 : 2008/11/27 [02:13]

 

▲ 2008년 11월 25일 '거인' 소금창고     ©최영숙


  
크리스토퍼 노란 감독의   '메멘토'라는 영화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독특했다. 
 
전직이 보험 수사관이었던 레러드는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려 10분을 기억하지 못한다. 자신의 아내를 죽인 범인이 존 G 라고 기억할 뿐이다. 10분 후를 기억하지 못하는 그는 자신의 몸에 새겨진 문신과 메모에 의지해서 시간을 역순해서 자신이 믿고 있는 범인을 찾아 올라간다.
 
36번째 ‘거인’소금창고의 시간들을  ' 메멘토' 영화에서 처럼 역순으로 올라가 보았다.

2008년 11월 25일  ‘거인’ 소금창고를 담았다. 이 방향의 모든 소금창고들이 불에 타고 파괴되었다. 그러나 이 창고만이 유일하게 예전에 이곳이 소금창고였다는 표시를 하고 있었다. 
 
36번째 ‘거인’ 소금창고는 콜로세움이란 이름으로 전시를 했었다. 
 
이곳에 서 있으면 오래된 유적지에 온 듯했다. 불에 탄 창고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소금창고였다. 



▲ 5번째 '원형경기장' 소금창고     ©최영숙

 

원형경기장을 생각하면 콜로세움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5번째 소금창고의 이름이 원형경기장이었다.  이미지가 중첩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창고를 보면서는 콜로세움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었다. 같은 이름을 다른 이미지로 보는 것 특이한 경험이었다. 
 
 

▲ 2008년 11월 25일 창고     © 최영숙



어느 어둑어둑 해지던 날 이 창고를 보고 있는데 커다란 거인이 무뚝뚝하게 서 있는 듯했다.  한 순간 들어서던 그 느낌이 선뜻하고 강렬했다.

모두 사라져도 목석처럼 제 자리를 묵묵히 지켜내고 있는 거인의 모습이었다.  
 
'거인'  '콜로세움'  어느 이름이나 그날 그날의 이미지에 따라 떠오르는 이름이 되었다.
 


▲ 2008년 6월 3일     ©최영숙


 
2008년 6월 3일 소금창고 파괴 1주년에 즈음해서 소금창고들이 있던 자리들을  다시 사진에 담았다. 
 
거인창고 잔해들 형태는 온전히 있었다.그나마 다행스러웠다. 

  

▲ 2008년 2월 10일 눈 내린 '거인'소금창고     ©최영숙


    
2008년 2월 눈이 내렸다. 이 방향의 소금창고들이 모두 사라졌는데 도 불탔던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거인'  소금창고를 만나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 2007년 8월 19일 '거인' 소금창고와 구름     ©최영숙

 

2007년 8월 구름이 맑았다. 구름을 거느리고 있는  '거인'  창고는  또 다른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몇 개 씩 남겨진 마지막 창고의 흔적들도 사라지는 이곳 풍경에서 남겨진 옛 모습을 보는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창고가 불탔을 때 앞에 있었던 '달빛' 소금창고가 있던 자리는 거의 흔적조차 없어졌다.   이 창고에서 바라보는 이 풍경이나마 고마웠던 것이다.   
 

▲ '거인' 소금창고와 모델     ©최영숙

 

2007년 6월 10일 소금창고들이 파괴되고 일주일 후 소금창고로 왔다. 이 거인 소금창고에서  사진동호회에서 온 듯한 사람들이 촬영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사진을 담는 사람들에게는 보고와 같은 장소였다. 갈대밭과 소금창고는 촬영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뮤직비디오나 영화에 자주 소금창고가 보이곤 했다. 비열한 거리를 이곳에서 찍었고 이정현의 뮤직비디오도 이곳에서 촬영되었었다.

이곳에 사진을 담으러 왔던 사람들은 하루 아침에 사라진 소금창고들로 인해 당황한 듯했다. 그 많던 소금창고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겨우 소금창고의 형태를 하고 있는 창고를 찾은 곳이 이곳인 듯했다. 불에 타서 사라진 창고에 기대서서 사진을 담는 사람들을 바라보는데 마음이 씁쓸해졌다.

 

▲ 2005년 5월 27일 비 내리다     ©최영숙

 

2006년 5월 비가 내렸다.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듯한 기둥들을 바라보았다. 불에 탄 소금창고의 폐허같은 곳에서 비를 맞으며 바라보는 풍경은 사람을 처연하게 만들었다.

 

▲ 2006년 3월 15일 불탄 소금창고를 처음 만나다     ©최영숙



2006년 3월 이 창고에 왔을 때 처음으로 이곳의 창고가 불에 타서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다. 불에 탄 창고들을 바라보자 덜컥 가슴이 내려앉던 기억이 있다. 
 
 

▲ 2006년 3월 15일 '거인' 소금창고 불탐     ©최영숙


 
불과 얼마 전까지 멀쩡히 있던 웅장하고 크던 소금창고는 사라지고 하나의 형태만이 남겨져 있었다. 이곳의 풍경이 바뀌는 것은 그야말로 ‘밤새 안녕’이었다. 불에 탄 소금창고 뒤로 ‘달빛’ 소금창고가 멀리 보였다. 남겨진 소금창고와 불에 탄 ‘거인’소금창고의 모습은 묘한 대조를 보이고 있었다.


▲ 2006년 2월 7일 '거인' 소금창고의 현존했던 마지막 모습     ©최영숙
 
 

2006년 2월 7일 ‘거인’ 소금창고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함박눈을 맞고 있던  소금창고는 이 모습을 마지막으로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이 사진이 이 창고의 아름다웠던 마지막의 풍경이 되었다. 
 
한 달 후에 이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인’ 소금창고는 벌판에서 함박눈을 맞고 있었다. 
 
 

▲2006년  2월 7일 포동 벌판 길  위에 서다    ©최영숙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걷던 그 싱그럽던 기억과 알싸한 바람을 기억한다.  이 길을 반대로 돌아서 가면 소금창고들이 늘어선 길들로 들어섰었다.  그곳에 모두가 있어서 아름답던  풍경을 바라보면서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갔다.
 
 

▲ 2006년 1월 8일 쥐불을 놓다     ©최영숙

 

2006년 1월 거인 창고 앞 논에서 농부가 쥐불을 놓았다.

내년의 풍년을 위해 논두렁과 볏짚을 태우는 것을 보면서  저 불속에 있는 또 다른 뭇 생명들이 죽어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연히 행해지는 일들에서  얼마나 많은 뭇 생명들의 생사를 쥐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2005년 10월 29일 가을 소금창고     ©최영숙


 
  
37번째 '구름을 몰고오다' 소금창고가 멀리 보였다.  '거인' 소금창고에서 한모퉁이를 돌아서면  이 방향의 마지막 소금창고인 '구름을 몰고오다' 창고가 있었다.   2005년도의 사진에는 제 모습을 온전히 지키고 있었다.
 
 

▲ 2005년 8월 28일 소금창고     ©최영숙


 
2005년 8월 ‘거인’소금창고는 건재하게 서 있었다. 여름 이 갈대밭에 들어서면 무더위가 숨을 멈추게 했다. 염기가 그득한 이곳의 공기는 더위를 더욱 심하게 느끼게 했었다. 그 뜨겁던 열기가 확 달려드는 듯했다.

 

▲ 2005년 6월 23일 울퉁불퉁한 길과 '거인' 소금창고     ©최영숙

 
 
2005년 6월 보디빌딩을 하는 힘찬 청년의 팔뚝처럼 길들이 제 근육들을 자랑하고 있는 듯했다. 이곳의 길들은 언제나 날것을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 2005년 5월 8일 포동벌판과 '거인' 소금창고     ©최영숙


 
2005년 5월 어두워지고 있었다. ‘거인’소금창고를 위시해서 이곳의 벌판은 많은 소금창고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넉넉한 대지는 이 모든 소금창고들은 포용하고 있었다.

 

▲ 2005년 5월 8일 '거인' 소금창고 기둥     © 최영숙


 
'거인' 소금창고의 기둥에서 못들이 스멀스멀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서로를 강하게 연결지었던 못들이 이제는  자신의 근본을 보이고 있었다.  
 
서로를 물고 있었던 세월을 내물리고 있는 풍경은 서로를 풀어주고 있는 시간처럼 보였다. 
 
   

▲ 2005년 3월 2일 눈내리다     ©최영숙

 

2005년 1월과 3월 눈이 내렸다. 함박눈이 내렸던 이곳의 풍경이 단정한 숙녀의 이미지였다.   

 

▲ 2005년 1월 31일 눈 내리다     ©최영숙

  


그러나 눈이 휘날리는 이곳의 풍경은 펄펄 살아 움직이는 야성적인 매력이 있었다.
 
바람에 휘날리는 눈발을 바라보고 있으면 쓸쓸함과 함께 마음이 후련해졌다. 저 휘몰아치는 눈길에 마음을 풀어놓으면 세상사 모든 근심이 흩어져 버리는 듯했다. 
 
눈이라도 내리려는 듯 하늘이 구물거리면 소금창고로 향했다. 너른 벌판에서 눈을 맞을 때 느껴지던 그 황량함과 영혼이 자유로워지던 그 느낌을 알기 때문이었다.
 
올해도 습성을 잊지못하고 소금창고 벌판에 섰었다.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는 일은 쓸쓸한 일이었다. 


 

▲ 2004년 11월 2일 칠면초 붉다     ©최영숙

 
 

2004년 11월 짙어가는 가을 ‘거인’소금창고를 만났다. 칠면초와 갈대들이 포동벌판을 장식하고 있었다. 바뀌는 계절은 그 시점에 가장 알맞게 가장 빛나는 풍경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포동벌판의 팔색조 매력은 언제 바라보아도 늘 새롭게 빛을 발했다.


▲ 2004년 10월 8일 '거인' 소금창고와 자물쇠     ©최영숙


 
2004년 10월 8일 ‘거인’소금창고의 창고 문은 굳건하게 닫혀있었다. 그러나 자물쇠를 잠그고 나무판으로 못질을 했지만 세월은 소금창고의 대문을 허물고 모두에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었다. 
 
저 단단히 닫힌 그 시절은 어디로 가고 모두에게 허허롭게 드러내는 시절을 만났을까 싶었다.


▲ 2004년 9월 9일 노을지다     ©최영숙

 
 
2004년 9월 9일 ‘거인’소금창고 뒤로 석양이 지고 있었다. 


▲ 2004년 8월 21일 소금창고와 아이들     ©최영숙



2004년 8월 21일 딸과 딸의 친구를 데리고 이곳에 왔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비석치기를 하고 놀았다. 세월은 이 아이들을 대학 3학년의 숙녀로 만들었다. 


▲ 2004년 8월 14일 '거인' 소금창고 모습     ©최영숙

 
 

2004년 8월 14일 소금창고의 모습이 당차게 서 있었다. 창고 앞면의 철판도 제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창고 옆에서 자라는 나무는 친구처럼 자라나고 있었다.

사대풀과 나무기둥, 소금창고와 나무까지 이곳의 풍경을 한눈에 바라보게 했다. 
 
시간이 역순으로 가면서 점점 젊어지고 있는 ‘거인’ 소금창고들을 바라보았다.


▲ 2004년 8월 14일 '솔장다리' 피어나다     ©최영숙

 


2004년 8월 14일 해안지 모래땅에서 서식 하는 ‘솔장다리’ 꽃에 쌓인 ‘거인’ 소금창고를 만났다. 언제 이런 시절이 있을까 싶게 자신을 치장하고 있는 ‘거인’ 소금창고의 풍경은 바라보았다. 이제 점점 결말로 다가서고 있었다. ‘거인’ 소금창고의 아름다운 시절을 바라보는 일은 이미 불에 타서 사라진 풍경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더욱 큰 안타까움을 주었다. 불에 탄 풍경이 ‘콜로세움’이니 ‘거인’의 모습이라고 한들 제 모습을 갖추고 있던  이 풍경이 가진 아름다움에 견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 2004년 7월 24일 상양산 아래의 '거인' 소금창고의 첫 사진     ©최영숙
 
 


2004년 7월 24일 상양산 아래로 ‘거인’ 소금창고는 흐트러짐 없이 서 있었다.

‘거인’소금창고를 가장 마지막으로 역순으로 올라가서 기억하고 있는 ‘거인’ 소금창고의 처음 풍경이다.
 
‘메멘토’라는 영화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 모두 진실인 것인가? 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했다. 자신이 아내를 죽이고 그 사실을 절대 인정하지 못하고 범인을 찾는 레너드의 왜곡 되어진 기억을 진실로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인정하고 싶지 않는 사실을 끝내 인정 못하고 왜곡된 기억을 자신에게 강요하는   주인공이 비단 그 하나뿐 일까 생각했다.

소금창고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기록한다. 기록되어진 소금창고들을 다시 불러보면 잠깐의 착각을 일으켰던 부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수정을 하면서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조심에 조심을 해도 어느 부분에서 자신도 모르게 왜곡 되어진 진실은 없는지 조심스러워졌다.

 

▲ 2008년 11월 25일 '거인' 소금창고 불빛을 받다     ©최영숙


 
2008년 11월 25일의 ‘거인’ 소금창고의 모습이다. 

"기억은 우리를 일깨울 뿐이다." 영화 메멘토의 마지막 대사다. 일깨워진 기억조차도 자신이 보고 싶고 느끼고 싶은 대로 변질될 수 있었다.  사람속 깊이 내재된 이기심과 자기애를 볼 수 있었다. 

현재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기억이 진실일 수 없다는 것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거인’ 소금창고를 처음 만나던 날의 기억, 더욱 정확히 말하면 사진에 담기던 그 시점에서 기억되었다. 

사진을 담기 전에도 분명 많은 시간을 이 창고들을 바라보았건만 기억하는 시점은 사진에 담긴 시점이 되었다.
 
 

▲ 2008년 11월 25일 거인 소금창고     ©최영숙




사진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기억은 왜곡되거나 착각할 수 있지만 적어도 사진을 담던 시점은 진실이기 때문이었다. 

2008년 11월 25일 담은 최종 사진은 현재를 가장 잘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기록하는 부분에 있어서 좀 더 깊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소금창고들이 모여 어떤 커다란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한다면 사진이  진실을 말하지만 그 또한 그 많은 소금창고의 이미지들 중에서 자신이  바라보는 시선만을 담아낸다는 생각을 했다.
 
한 사물에서 다양한 모습을 찾아내는일  가슴 설레이는 일이고  한없이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더욱 깊은 시선으로 다가서야 한다는 것  기쁨이고 두려움이라는 생각을 했다.
 
'메멘토'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기억조차도 왜곡되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소금창고를 담은   기록들이  이 곳에 존재했었던 소금창고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좀 더 많은 이미지들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이미지를 담다보면 본질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기 때문이었다. 
  
'콜로세움' ' 거인' '메멘토' 등 많은 이미지를 만들었다.
 
36번째 '거인' 소금창고는  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서던 멋진 소금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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