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가모 노인문화의 거리

탑골공원과 스가모거리

김규성 | 기사입력 2013/03/17 [22:53]

일본 스가모 노인문화의 거리

탑골공원과 스가모거리

김규성 | 입력 : 2013/03/17 [22:53]
최근 ‘고령사회를 대비한 효 문화‘ 칼럼과 논설로서 건강한 노인문화를 창달하기 위해 ‘어르신(노인)문화의 거리’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어르신 스스로 여가를 비롯한 문화 및 예술을 생산, 발전시킬 수 있는 열린 공간 마련을 위해 ‘어르신문화의 거리를 만들자’는 연속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특히 시흥시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능곡동 거리를 ‘어르신(노인)문화의 거리’로 지정, 운영하자는 캠페인도 전개하는 중이다. 

수년전 필자는 일본 복지시설을 견학할 기회에 ‘노인의 천국’이라 불리는 도쿄역(東京驛)에서 전철로 20분쯤 거리에 있는 도시마(豊島)구에 스가모(巢鴨) 상가를 돌아본 적이 있었다. 스가모 상가의 손님이나 점원 대부분은 백발성성한 어르신들이었다. 

스가모 상가는 일본 정부나 도쿄시가 예산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거리가 아니라, 어르신들이 모여들면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일명 재래시장이었다.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울타리로 격리된 느낌을 주는 탑골공원 같은 곳에 모이고 있지만, 일본의 노인들은 개방된 공간으로서의 진짜 실버거리라 할 수 있는 스가모로 즐겁게 구경다니는 모습은 활기차게 보였다. 

스가모는 자생적 재래장거리

▲ 스가모거리     ©출처 네이버 블로그(ssong6604)
스가모 상점가는 정부가 만든 노인복지시설도 아니고, 노인용품 전문상가도 아니다. 이곳은 본래 구닥다리 시장 거리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구닥다리’도 노인들에게는 복고이자 향수를 일으키는 마음의 고향이다. 

연간 9백만에서 1천만 명의 노인이 찾아온다는 이곳은 시골 노인들의 단체 관광버스가 하루에도 30여대씩 들락거리고, 심지어는 노인문제로 고심하는 선진국의 학자나 기업들의 연구대상으로 떠올라 견학을 올 정도로 유명해 졌다.

노인들의 거리에 걸맞게 상점들도 그들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 배어있다. 어느 상점에나 의자가 5∼6개 정도 배치되어 체력이 약한 노인들이 쉴 수 있게 되어 있고, 가격표도 큰 종이에 포스터처럼 붙어 있다. 

어떤 상점은 아예 녹차까지 대접해주는 곳도 있다. 그것은 단기적으로 매상을 올리기보다는 노인들을 즐겁게 해줘 자주 찾아오게 만든다는 장기적인 안목에 의한 것이다.

호칭 또한 중요한 데 이 거리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보다는 ‘손님’이라는 호칭을 부르는 곳이 대부분이다. 아예 상점들의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실버 점원을 두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고용창출의 의미에서 ‘노인들을 위한’ 거리에서 ‘노인들에 의한’ 거리로까지 발전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어르신문화의 거리

스가모가 자생적으로 생긴 거리라는 점에서 착안하면 이 안에 일본인 특유의 경제논리가 깃들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가모는 어느 경제평론가가 말하는 것처럼 “외로운 실버세대에게 만남과 소통의 장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런 것이 고령화시대의 새로운 사업의 아이디어가 된 것”으로 보였다.

보통 어디든지 있게 마련인 가게나 카페, 음식점 등은 별 특별할 것 없는, 흔히 볼 수 있는거리의 모습이지만, 값은 싸고 그 안에 노인들을 위한 배려와 만남의 장을 열어놓음으로 해서 특별한 거리로 탈바꿈된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옛 향수를 자극하는 센베이나 단팥빵, 심지어는 우리나라의 ‘지지미(부침개)’ 가게들로부터, 노인들이 사용하는 손수레, 지팡이, 건강식품 등을 파는 상점들과 약국들, 그리고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서부터 아이스크림 가게 등과 노인들이 이용하는 카페까지, 스가모는 활기차게 젊음을 되찾고 있었다.

 老少同樂 문화의 거리를 보고싶다.

우리의 경우 특히 노인들이 모이는 장소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탑골공원을 찾아보면 활기찬 공간이라기 보다는 마치 수용소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는 노인들이 살아왔던 시대와 다르다. 우리의 효 사상이 노인을 공경하는 기본적인 미풍양속을 갖고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현재를 살아가는 노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치고 있는가 반문하게 된다. 

핵가족화 되면서 사회적인 환경이 변모했기 때문에 현재의 노인들이 과거와 같은 그저 가만히 공경 받는 구조의 효를 바랄 것인가? 오히려 젊은이들의 삶에 노인들을 적응시키는 교육이 필요하고, 그 교육을 통해 요즘의 세대와의 진정한 만남과 소통이 가능해 질수는 없을까. 

한마디 덧붙여 왜 우리 사회에는 대학로는 있으면서 노인들의 실버거리는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노인들이 탑골공원에서 향수에 젖어있을 때 일본의 노인들은 스가모에 가서 스트레스를 푼다면, 이제 시흥시 능곡동에 어르신 문화의 거리에서 노소동락(老少同樂)하는 어르신 천국을 보고 싶다. 시흥에서 아름답고 활기찬 노년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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