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취재] 풍경과 판화에 시를 담다... ‘2014년 시흥문학제’ 성황리 개최'털실이 풀리는 저녁' 시간을 보내다
털실이 풀리는 저녁
한휼
대상을 수상한 한휼 시인은 지면을 통해 서정적이면서도 울림 있는 수상 소감을 밝혀왔다.
"먼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제 작품을 고심 끝에 뽑아주신 예심과 본심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아울러 이렇게 뜻깊은 상을 주최하고 또 오랜 시간 동안 흔들림 없이 운영해 오신 시흥시, 시흥예총, 시흥문인협회 관계자 모두에게도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글을 쓰는 도중 자주 창작의 고통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특히 이번 가을이 제겐 유독 그랬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글을 쓰지 않고 빈둥거리며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로 그때 제 나태함을 무섭게 일깨우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당선 통보를 받고 나니 마치 죽비에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앞으로 나태해지지 말고 늘 긴장하며 치열하게 글을 쓰라는 문학적 계시로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죽비에 맞은 자리가 아직도 서늘하게 욱신거립니다.
저는 늘 혼자서 외롭게 시를 씁니다. 문단을 같이 공부하는 시 모임이 따로 없어 제 시를 함께 읽어주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늘 '이런 식으로 시를 써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나, 혹은 '내가 제대로 된 시의 길을 걷고 있는 건가' 하는 깊은 의구심이 들곤 했습니다. 저에게 주신 시흥문학상은 이러한 오랜 불안감을 단숨에 해소시켜 준 한 모금의 맑은 청량제였습니다. 이제야 텁텁했던 입안이 개운해짐을 느낍니다.
이 소감을 쓰고 있는 지금은 저녁이 막 신발을 벗고 제 서재로 천천히 들어오고 있는 시간입니다. 저녁이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어둠의 신발 두 짝이 방문턱에 걸쳐 있습니다. 제가 또 그 신발들을 가지런히 정리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신발이 가지런해지면 낮 동안 사방으로 흩어졌던 제 마음도 다시 시 쪽으로 고요히 모아지겠지요. 끝으로 제가 시를 쓸 동안 말없이 곁을 지켜준 소중한 가족과, 올해 봄에 저와 귀한 가족의 연을 맺어주신 사돈댁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해 올립니다."
한편, 이번 시흥문학상 시 부문 우수상은 조현, 강경아, 지연 씨가 차지했으며, 수필 부문 우수상은 엄옥례, 최호, 조미정 씨가 각각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시상식에 이어 진행된 『시흥문학』 제24집 출판기념회는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진 격조 높은 무대로 꾸며졌다. 축하 공연 무대에 오른 소프라노 유미현은 이연옥 시인의 시 「나비에게」와 임경묵 시인의 시 「봄밤에」에 곡을 붙인 아름다운 가곡을 청아한 음성으로 노래해 늠내홀을 깊은 감동으로 물들였다.
행사는 지역 문학 발전에 이바지한 문인들에 대한 공로패 시상과 정성 어린 시 낭송을 끝으로 성황리에 모든 막을 내렸다. 올해 시흥문학상에는 전국 각지에서 무려 2,000여 편이 넘는 격조 높은 작품들이 응모되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회를 거듭할수록 시흥문학상이 대한민국 문단의 든든한 주춧돌로 확실히 자리를 잡아간다는 확신이 들었다. 다가오는 내년에는 더욱 깊은 사유와 높은 예술성을 지닌 많은 작품이 접수되어 시흥의 문학적 지평을 넓혀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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