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취재] 가을밤을 수놓은 선율, 소외된 이웃과 나누는 ‘제18회 도두머리 음악회’
음악회를 찾은 도창동 도두머리 주민 홍사홍(75세) 씨는 “우리 같은 농촌 마을에서는 평생 한 번 보기 힘든 공연이다. 마을에서 이런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 주민들에게는 큰 감격이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이어 이순희(65세) 씨는 “평소 지리적·환경적 여건으로 문화적인 예술 공연을 접하기가 무척 힘든 편인데, 얼마 전에는 이곳에서 <호두까기 인형> 발레 공연을 관람했었다. 함께 온 손자들도 너무나 좋아했고 축제의 질이 해가 갈수록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이 외진 곳까지 좋은 문화를 배달해 주기 위해 애쓰고 봉사해 주시는 분들에게 고개 숙여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에이스아파트에서 매년 음악회를 찾고 있다는 김필진(76세) 씨는 “매년 가을마다 빼놓지 않고 오는데, 공연장을 찾을 때마다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참 행복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친구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매화고등학교 2학년 조아라 학생은 “친구들끼리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좋다. 작년보다 무대나 프로그램 준비가 훨씬 더 짜임새 있게 잘된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이렇듯 작은 시골 마을에서 개최하는 음악회가 오랜 세월을 거듭하며 이토록 격조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축제를 묵묵히 준비해 온 기획자들의 피땀 어린 노고가 배어 있음을 깊이 짐작할 수 있었다.
이번 음악회는 도창복지문화센터와 엘림요양원이 공동 주최했다. 별도의 입장료는 책정되지 않았으나, 주변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과 따뜻한 사랑을 나누고자 하는 관람객들이 자발적으로 소소한 생활용품을 준비해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현장에는 주민들이 정성껏 모은 쌀, 라면, 밀가루, 된장, 고추장, 화장지 등 온정 어린 생필품들이 가득 기증되어 훈훈함을 더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협연자로 나선 소프라노 김주연 씨의 앙코르 무대였다. 그녀가 잔잔한 오케스트라 선율에 맞추어 명곡 「섬집아기」를 부르기 시작했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익숙한 도입부 노랫말이 체임버의 깊은 울림과 함께 체육관에 울려 퍼지는 순간, 가슴 한구석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아스라한 어릴 적 기억 속의 엄마는 뙤약볕 아래서 보랏빛 가지 밭을 매고 계셨다. 일하는 엄마 곁에서 흙을 만지며 놀다가 지쳐 칭얼거리면, 엄마는 커다란 가지 잎들을 조심스레 따서 흙바닥 위에 돗자리처럼 펴고 나를 포근히 뉘어주셨다. 그리고는 투박한 손으로 밭을 매시다 잠시 멈춰서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하는 나직한 노랫가락을 자장가 삼아 가만가만 불러주셨다.
비록 노래 속 배경인 바닷가 ‘섬집’과 내가 자라난 농촌의 ‘가지 밭’은 전혀 다른 공간이었지만, ‘엄마’라는 단어 한 마디가 지닌 위대한 힘은 순식간에 나를 아득한 유년 시절, 엄마의 따듯한 손길이 머물던 그 애틋한 순간으로 고스란히 이동시켜 주었던 것이다. 음악이 지닌 치유와 환원의 기적을 경험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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