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믿고 대출받았는데 빚잔치라니…” 광명·시흥 주민 600여 명, 보금자리지구 취소 촉구 삭발 시위광명·시흥보금자리지구대책위원회 지구 지정 취소 요구, 삭발 및 항의 집회
광명시흥보금자리주택지구의 사업 추진이 지연되면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보금자리 지구 지정을 취소하라며 거세게 항의 집회를 열었다.
광명·시흥보금자리지구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광명시 학온동 온신초등학교 앞 사거리 도로변에서 광명시 학온동과 시흥시 과림동 지역 주민 6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항의 집회를 개최했다. 주민들은 '보금자리 전면 취소!', '강제 수용 결사반대!', '보금자리 죽은 자리', '원주민과 기업은 하나! 주민이 잘돼야 기업도 풀린다' 등이 적힌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명시흥보금자리주택지구는 지난 2010년 5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지구 지정을 받았으나, 지속된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심각한 자금난이 겹치면서 현재 사업 추진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6월 광명시흥보금자리지구(1,740만 ㎡ 규모) 내에서 집단 취락 지역(174만 1,000 ㎡)과 군부대 부지(132만 7,000 ㎡) 등을 지구에서 제외해 전체적인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한편, 자족 기능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초 연말까지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제시하기로 했으나, 현재까지도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해 표류 중이다.
최영길(61) 광명시흥지구 학온동 주민대책위원장은 “수년간 사업이 지연되면서 광명과 시흥 주민들은 정부의 정책을 철석같이 믿고 농지와 공장 부지 등의 대토(代土)를 위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다”라며 “하지만 사업 유예로 대출금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집과 토지가 경매에 넘어가는 등 지역 주민들의 삶이 처참하게 피폐해지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과거 다른 신도시 지구의 전례와 같이 주민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최영길 주민대책위원장에 따르면 현재 광명농협 학온지점 대출금 2,857억 원과 제2금융권 등 타 금융기관 대출금 약 2,300억 원을 합해, 주민들이 향후 토지 보상을 예상하고 조달한 총 대출 금액만 자그마치 5,375억 원에 달하며 매달 청구되는 이자만 수백억 원이다. 사업이 이대로 지연되면 이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 차후에 보상을 받더라도 빚을 갚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허울 좋은 '빚잔치'가 될 판이다.
안익수(58) 광명시흥지구 과림 주민대책위원장은 “주민들의 절박한 뜻을 모으고 마음을 다잡는 의미에서 오늘 삭발을 감행했다”라며 “주민들을 대표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던져 열심히 하겠다. 우리의 정당한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며, 향후 광명과 시흥 대책위가 더욱 공고하게 연합해 시흥 지역에서도 대규모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행사에 참여한 문영진(61·광명시 옥길동) 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태에서 매달 빚만 늘어나 숨을 쉴 수가 없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정부가 하루빨리 지구 지정을 전면 취소해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절규했다.
정부의 빠른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다. 국책 사업이라는 거대한 명분 아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유예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막대한 금융 이자와 삶의 고통은 온전히 원주민들의 빚으로 고스란히 쌓이기 때문이다. 진행할 거라면 확실한 보상과 개발 일정을 내놓고, 그렇지 않을 거라면 하루빨리 규제를 풀어 주민들이 스스로 살아갈 길을 열어주어야 마땅하다.
4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희생해 온 이들에게 정부가 또다시 무기한의 기다림만을 강요하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처사다. 막막한 대출 이자 속에서도 머리를 깎으며 결연히 연대했던 광명과 과림동 주민들의 절박함이 하루빨리 정부의 책임 있는 결단으로 이어지기를, 그래서 더 이상의 피눈물 흘리는 이가 없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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