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택수 시인의 고독과 상처, 그리고 시시흥문인협회 개최 제23차 문학강좌에 다녀와서
첫 번째 강사로 나선 김종광 소설가는 ‘쓰고 싶다면 즐겁게 쓰자’라는 주제로 포문을 열었다. 김종광 작가는 1971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98년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에 단편소설 〈경찰서여, 안녕〉이 당선되며 문단에 데뷔했다. 주요 소설집으로는 《모내기 블루스》, 《낙서문학사》, 《처음의 아해들》, 《율려낙원국》, 《첫경험》 등이 있으며 신동엽창작상(2000), 제비꽃서민문학상(2009)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김 작가는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도, 끊임없는 노력(다독·다상량·다작)도 아니다. 그 끊임없는 노력을 가능하게 원동력을 만들어 주는 ‘욕심’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100권 이상의 소설을 읽었다면 무조건 그냥 쓰기 시작하라”는 조언은 많은 참가자의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두 번째 강의는 손택수 시인이 ‘상처의 연금술’이라는 매혹적인 주제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손택수 시인은 1970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전공했다.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호랑이 발자국》, 《목련전차》, 《나무의 수사학》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바다를 품은 책 자산어보》, 《교실 밖으로 걸어 나온 시》 등을 펴냈다. 신동엽창작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임화문학예술상 등을 두루 수상했으며 현재 실천문학 발행인을 맡고 있다.
손택수 시인은 “학창 시절, 학교를 마치고 할머니가 보고 싶어 비닐하우스에 갔다. 그때 문득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니 처음에는 ‘뻐꾹 뻐꾹’ 울다가, 다음에는 ‘워꾹 워꾹’, 그다음에는 ‘버꾹 버꾹’ 하고 울더라. 뻐꾸기의 울음소리는 결코 한 가지가 아니라 세 개 이상이 아닐까 생각했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건네며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뻐꾸기는 ‘뻐꾹 뻐꾹’, 낙엽은 ‘우수수’, 개구리는 ‘개굴 개굴’이라고 정형화하여 표현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별다른 사유 없이 기호화되어 저장된 기억들을 과감히 털어내야 한다. 산이나 언덕, 그리고 겨울과 봄에 우는 뻐꾸기 소리는 결코 같을 수 없다. 비가 오는 날과 바람 부는 날이 다르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 울어댄 뻐꾸기라면 목이 아파 소리가 변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자신이 석류나무 한 그루를 6개월 동안 하염없이 바라본 끝에 시를 쓸 수 있었던 일화를 소개해 큰 감동을 주었다. 시인이란 결국 ‘기다림의 고수’가 되어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었다.
세상의 상처를 온전히 받아내는 시인의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심성은 그의 고백에서도 잘 드러났다. 어린 시절 기르던 검둥이에게 상처를 주었던 기억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살아나, 절을 찾아 백일기도를 드려도 여전히 고통이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철없던 시절에 행했던 작은 잘못을 성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속죄하는 시인의 여린 감성에 청중들의 마음도 함께 아려왔다. 그리고 그 속죄의 마음은 결국 한 편의 아름다운 시를 낳았다.
흰둥이 생각 시인은 시를 통해서 자신을 치유함과 동시에 타인의 상처도 치유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를 읽으며 유독 가슴이 저려왔던 것은 내 유년 시절의 기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어릴 적 툇마루 밑에 누렁이가 강아지를 낳으면, 막내였던 나는 늘 어두운 툇마루 밑으로 기어 들어가 강아지들을 품에 안고 나오곤 했다. 덩치가 남산만 했던 어미 개는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지만, ‘네가 주인인 나를 어쩌지는 못할 것’이라는 묘한 자신감이 내게는 있었다. 겨우 눈을 뜬 강아지들을 언니와 함께 수건으로 포대기를 만들어 등에 업고 소꿉놀이를 하던 기억이 선하다.
하지만 정이 한참 들 무렵이 되면 강아지들은 이집 저집으로 팔려 나갔다. 무녀리(한 배에 낳은 새끼 중 맨 먼저 태어난 못나고 작아 마지막까지 정이 들었던 강아지)는 자라서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곤 했다. 개장수의 오토바이 뒤 쇠창살에 갇혀 팔려 가면서 어린 주인을 애처롭게 바라보던 그 마지막 눈길을 여전히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손택수 시인의 〈흰둥이 생각〉은 어린 시절 우리 집 강아지들에게 가졌던 그 미안함과 죄스러웠던 마음에 따뜻한 공감의 다리를 놓아주었다. 시가 시인의 손을 떠나면, 이렇듯 독자들이 각자 가슴속에 품고 있는 추억들과 만나 비로소 온전한 공감을 이루게 된다.
시흥문인협회가 주최한 제23회 문학강좌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캠프’는 시흥시민들과 관내 각 문학회 회원 등 40여 명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가운데 소중한 자산을 가슴에 안고 1박 2일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저작권자 ⓒ 시흥장수신문(시민기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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