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민 소설가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 출판기념회를 하다

최영숙 | 기사입력 2019/06/24 [23:02]

여성민 소설가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 출판기념회를 하다

최영숙 | 입력 : 2019/06/24 [23:02]

▲ 출판기념회를 하다     © 최영숙



 

지난 21일 오후 6시30분 시흥시 대야동 팰리스부페2층 <명태장인>에서 여성민 소설가의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출판기념회가 있었다. 여성민 소설가는 2010세계의 문학신인상에 단편소설이, 2012서울신문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등단한 여성민의 첫 번째 소설집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시집으로는 에로틱한 찰리가 있다.

 

2012<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그의 시 [저무는, ]이 당선작으로 (13일자) 실리자 시흥시는 술렁거렸다. 그가 시흥시 논곡동에 거주하는 시민이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대야동에 살고 있다.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의 작가의 말에서나는 밥을 만났다. 오늘 아침의 일이고 밥은 아주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까지 웃을 수 있었고 밥은 그런 사람이었다. 우리 모두 즐거웠지만 나는 밥을 때렸다. 어제 아침의 일이고 나는 경건하고 도덕적인 아침 시간을 보냈었다. 화가 나 있진 않았지만 나는 밥에게 물었다. 밥은 어떻게 오는가. 밥은 어안이 벙벙해서 내게 덤볐고 종교적인 아침을 망치고 싶지 않았지만 밥을 때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작가의 말에서 그는 밥에 대해서 말했다. 여성민 작가는 밥은 미국의 가장 흔한 이름을 빌려서 쓴 것이라고 했다.

 

▲ 여성민 시인,소설가     © 최영숙



임경묵 시인은 독자 리뷰에서 

 

"여성민의 첫 시집 에로틱한 찰리에서 오은 시인은 해설의 말미에 세계의 불화를 떠안고 있다가 놓아주기 위해 접는 일을 선택하는 시인으로 여성민을 읽고 있다.

에로틱한 찰리를 이미 읽은 독자라면 그의 첫 소설집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에서 구조를 변형하는 일’,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일에 그의 글쓰기가 어떤 방향을 가지고 확장되어 가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민의 소설은 일반적인 소설의 패턴을 거부하면서 단단해진다. 어떻게든 패턴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말랑말랑해진다. 확신할 수 없는 장면들의 연속, 낯선 장면들 속에 끊임없이 무언가에 몰두하는 존재들…….

다정하지만 다정하지 않은.

불편하지만 불편하지 않은.

자연스럽지 않지만 자연스러운.

각기 다른.

수평선.

 

그냥 사랑에 빠진 거예요. 세 명의 아일랜드인처럼. 하지만 그것도 모르겠어요. 아일랜드인이지만 사랑에 빠지지 않은 아일랜드인일 경우도 있으니까요.

불가능해요. 아일랜드인이지만 사랑에 빠지지 않은 아일랜드인일 경우를 어떻게 생각할 수 있겠어요.

물론 가능성은 낮지만. 애인이 빈 잔에 다시 흑맥주를 따랐다. 사랑에 빠진 세 명의 아일랜드인이라면 행복해 보여야 하는데 행복해 보이지 않아요. 그렇다고 저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에요. 내 말은. 사랑에 빠진 행복은 아니라는 거예요. 진지하고. 단단하고. 깊이 결속되어 있지만 눈빛들, 저런 눈빛을 본 적이 있어요. 서로의 눈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어요. 나무 위에 불쑥. 기린의 눈처럼. 기린은 사랑에 빠지지 않아요. 기린은 늘 서 있지만 서 있는 기린은 서로의 눈 속에서 누워 있는 것을 찾죠. 수평선을 찾죠. 그러니까 저 세 사람은. 애인이 모자를 벗어 집사에게 건넸다. 사랑에 빠진 아일랜드인 세 사람은 아름다웠고 서로 다른 수평선을 지나왔어요. 누워있는 사람들은. 슬펐고.

각기 다른.

슬펐고."

-애인과 시인과 경찰138-139

  

 

민음사 출판사 리뷰는 다음과 같다

  

밤에 해변에. 그런 일이 있었다.

아무 일도 아닌 일이.”

 

확신할 수 없는 장면들 속

사실이 되지 못한 존재들이 펼치는

다정한 부조리극의 무대

 

누구나 한 번쯤 설명하기 힘든 세상의 논리 앞에 아연해지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불안해지는 기분을 겪어 보았을 것이다. 막연한 불안이 극대화되어 있는 이 소설집은 독특한 위로를 준다. 명확한 논리와 따뜻한 한마디를 전하는 방식이 아닌, 인물들과 함께 불확실함을 인정하고 불안을 유희하는 방식으로. 인물들은 어느 날 얼굴이 광물로 변하고, 해변을 걷다가 갑자기 종로에 간다. 특히 밥(Bob)이라는 인물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책을 덮은 뒤 우리가 밥에 대해 알게 된 것이 무엇인지 말하기 어려울 만큼 그 성격이 모호하다. 그러나 밥이 거닐었던 길과 만났던 사람, 널뛰는 생각과 엉뚱한 고뇌를 함께 감각하다 보면 어느새 불안 같은 것쯤은 당연한 것으로, 당연해서 더 이상 두렵지 않은 것으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불확정성을 가지고 놀기

소설집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의 인물들은 세상은 원래 불확실한 곳임을 잘 알고 있다.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만 확신을 갖는, 그리하여 역설적으로 자유로워진 인물들은 세계를 유영하듯 거닌다. 이들은 늘 혼자 중얼거리고 있거나 상대와 의미 없는 대화를 주고받고, 시시한 일들을 벌인다. 대화는 무작정 비관적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불확정성을 타개해 보려는 뚜렷한 목적을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인물들은 시종 경쾌한 어투로 떠오르는 생각과 흘러가는 풍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드러움들에 등장하는 두 명의 밥(Bob)은 해변을 산책하며 때때로 모래 위에 누워 있거나, 조개껍질을 줍거나, 꽃을 들고 해변에 서 있는 남자에 대한 대화를 한다.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날이 저무는 것. 날이 저물어 하늘과 바다의 경계, 그리고 바다와 백사장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이다. “이건 다섯 사람의 밥에 관한 이야기라고 시작되는 (Bob)에서는 결국 단 한 명의 밥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인물들은 대상을 확정짓고 경계를 두르는 일에 의미가 없음을 알고 있으니까.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유희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언어 너머를 내다보는 온기의 창작론

불확실함을 바탕에 둔 소설은 신기하게도 다정함의 영역까지 나아간다. 여성민은 주로 파편적인 장면과 진술을 한데 모아 두는 식으로 소설을 직조해 나간다. 애인과 시인과 경찰은 식사 자리에 모인 세 사람의 파편적인 대화와 공상들을 펼쳐 보이고, 구체적이고 사실적인은 한 여성의 얼굴이 갑자기 광물질로 변한 사건을 두고 형사가 그녀의 남편, 엄마, 동생이라고 추정되는 이들을 차례차례 인터뷰한 내용을 엮었다. 이미지들에는 보다 노골적으로, 입체를 해체하여 다시 조립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 피카소의 작법에 대한 서술이 등장한다.

피카소가 불연속적인 평면을 이어 붙여 하나의 낯선 이미지를 창조해 냈고, 그 낯섦으로부터 새로운 종류의 슬픔이 탄생했듯이 여성민은 독특한 질감의 다정함을 이끌어 낸다.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에서 서사성이 가장 짙은 두 작품 양희은봄밤이 피해자, 혹은 소외된 이에게 목소리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불확실함이 체념이 아니라 경쾌한 대화로 이어지고, 그리움에 대한 고뇌가 슬픔이 아니라 사랑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소설은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우리는 언어 너머의, 다정하고 따뜻한 감각 그 자체를 마주하게 된다."

 

▲ 여성민 소설가     © 최영숙

 

 여성민 작가에서 시흥은 어떤 곳인지 물었다.

 

그는 바다가 있는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바로 해변은 아니었고 바다가 꽤 가까운 마을이었죠. 학교가 끝나면 가끔 친구들과 바다에 나가곤 했는데 동백꽃이 유명한 그곳을 그때는 유명한 곳인 줄 모르고 찾아가 놀다가 해가 져야 집으로 돌아오곤 했어요. 그래서 일까요. 제겐 항상 따뜻한 모래와 파도와 물에서 뒤집어지는 빛에 대한 그리움이 늘 있는 것 같아요. 저녁의 해안선이 타버린 후 급속히 식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슬픔과 구별하지 못하는 정신적 상처가 제겐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까요. 제 소설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에도 해변 서사들이 두 편이나 들어가 있네요. 부드러움들해변의 신들이라는 작품이죠. 두 작품 속 인물들은 해변을 걸으며 모두 저처럼 저무는 순간의 안타까움을 오래오래 붙들어 두려고 하네요.

 

그리고 지금도 바다가 있는 마을에서 살아요. 아주 가깝지는 않고 운전하면 금세 바다를 볼 수 있는 곳. 바다가 있는 마을에 산다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라고 했다.

 

그의 소설은 확장성인 넓은, 상상하는 즐거움을 주는 시와 같았다.  그의 다음 행보에 벌써부터 호기심이 가득하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주간베스트 TO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