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에 관하여

이상애 | 기사입력 2021/01/09 [03:09]

면역에 관하여

이상애 | 입력 : 2021/01/09 [03:09]

▲ 도서 면역에 관하여  © 시흥장수신문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로 인하여 이전과 다른 일상을 살고 있다. 아파도 학교는 꼭 가야한다고 생각했던 50~60대들은 학생들이 집에 머물며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낯선 풍경에 익숙해져 가고 있고 업무도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각종 세미나와 연수도 줌이나 웹엑스와 같은 원격 플랫폼을 이용하여 각자 집에서 받고 있다. 필요한 물건은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비대면 택배로 물건을 받고 어디를 가든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다.

 

“우리는 모두 오염된 존재이다. 자기 몸의 세포보다 더 많은 수의 미생물을 장 속에 품고 있다. 우리는 세균으로부터 우글거리는 존재이고, 화학 물질로 포화된 존재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이어져 있다. 물론, 그리고 특히, 다른 사람들도.”(118쪽)

 

10월 12일부터 상온노출로 중단된 독감백신 접종이 다시 시작되어 많은 사람들이 접종하고 있다. 그런데  15일이 지난 26일 현재 우리나라에서 백신을 맞은 뒤 59명이 사망했다. 대부분 70대 이상이다. 보건당국은 접종과 사망 간의 인과성이 매우 낮다고 한다. 또 세계보건기구와 국내 전문가들도 고위험군에 대해서 독감 접종을 권고하고 있지만 접종 자체에 대한 불안감을 낮출 수는 없을 것 같다. 율라 비스의 『면역에 관하여』에서도 백신, 집단면역, 질병, 과학적 정보와 모르는 것이 주는 두려움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한때 부모들 사이에선 예방접종이 오히려 병을 부른다고 생각하여 예방접종을 하지 말라며 실제로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부모들이 있었다. 아마 지금도 그런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친구가 코로나 백신이 급행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뉴스를 보고 학부모들과 백신접종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했다. 학부모들은 급행으로 만들어진 코로나 백신을 자신들은 접종하겠지만 아이들에겐 접종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맞아서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 때 아이들에게 접종을 하겠다는 것이 부모 마음이라고 했다.

 

율라 비스의 『면역에 관하여』에도 전염병이 창궐할 때 백신 접종의 부정적인 내용이 나온다. 백신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에 특정 질병 혹은 병원체에 대한 후천성 면역을 부여하는 의약품이다. 그래서 백신을 접종받으면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미래에 침범하게 될 병원체에 대해서 우리 몸이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독일에서 대체의학 전문가로서 다양한 연구를 해온 안드레아스 모리츠는 『예방접종이 오히려 병을 부른다』에서 백신이 오히려 현대 질병의 대부분과 연류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백신이 제약회사나 백신 제조사의 말처럼 질병을 근절시켜주는 신의 선물이 아니며 면역력을 만들어 줄 수도 없다고 했다. 자연은 우리에게 스스로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본연의 면역력을 만들어 준다며 과거 유행했던 질병이 사라진 이유는 백신 덕분이 아니라 인간의 생활수준이 올라가면서 영양과 위생상태가 개선된 것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와 세균이 질병의 원인이라는 생각을 퍼뜨린 것은 대중이 두려움에 떨면서 통제되도록 만드는 제약회사들의 수단이었다고 주장한다. 

 

물론 『면역에 관하여』에도 예방접종에 대한 다음과 같은 부정적인 부모들의 두려움에 대한 언급이 있다.

 

“우리는 백신이 자폐증을, 혹은 오늘날 산업화된 나라들을 괴롭히는 여러 면역 장애 질병들(당뇨, 천식, 알레르기)을 일으킬지 모른다고 두려워한다. B형 간염 백신이 다발 경화증을 일으킬지 모른다고 두려워하고,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백신이 영아 돌연사를 일으킬지 모른다고 두려워한다. 여러 백신을 동시에 접종하면 면역계에 부담이 될지 모른다고 걱정하고, 전체 백신 접종 수가 많으면 면역계가 압도되어 버릴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일부 백신에 든 포름알데히드가 암을 일으킬지 모른다고 두려워하고, 다른 백신에 든 알루미늄이 뇌를 오염시킬지 모른다고 두려워한다.”(25쪽)

“팔에서 팔로 백신을 전달하는 방법이란 얼마 전에 백신을 맞은 사람의 팔에 돋은 농포에서 고름을 채취하여 딴 사람에게 백신으로 주입하는 방법이었다. 백신 접종이 체액을 직접 전달하는 방법을 쓰지 않게 된 뒤에도, 세균 오염은 여전히 문제였다. 1901년에는 파상풍균에 오염된 백신 때문에 뉴저지 주 캠던에서 아홉 아이가 죽었다.”(26쪽)

“요즘의 백신은 매사가 제대로일 경우 무균 상태다. 어떤 백신에는 세균 증식을 막기 위한 보존제가 들어 있다. 그래서 요즘 우리가 백신에서 걱정하는 건 활동가 제니 매카시의 말마따나 <끔찍한 수은, 에테르, 알루미늄, 부동액>이다. 오늘날 마녀의 묘약은 화학적이다. ”(27쪽)

  

그럼에도 우리는 독감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백신 미접종자는 자기 주변의 몸들, 질병이 돌지 못하는 몸들에 의해 보호받는다. 그러나 백신 접종자는 주변에 미접종자인 질병을 간직한 몸들에게 둘러싸인다면 면역력이나 백신 효과면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백신이라도 특정 개인에게서는 면역을 형성하는데 실패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 같은 일부 백신은 다른 백신들보다 효과가 좀 떨어진다. 하지만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백신이라도 충분히 많은 사람이 접종하면, 바이러스가 숙주에서 숙주로 이동하기 어려워져서 전파가 멎기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나 백신을 맞았지만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사람까지 모두 감염을 모면한다. 자신은 백신을 맞았지만 미접종자가 많은 동네에서 사는 사람이 자신은 맞지 않았지만 접종자가 많은 동네에서 사는 사람보다 홍역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은 그 때문이다.

미접종자는 자기 주변의 몸들, 질병이 돌지 못하는 몸들에 의해 보호받는다. 반면에 질병을 간직한 몸들에게 둘러싸인 접종자는 백신이 효과를 내지 못했을 가능성이나 면역력이 희미해졌을 가능성에 취약하다. 우리는 제 살갗으로부터 보다 그 너머에 있는 것들로부터 더 많이 보호받는다. 이 대목에서, 몸들의 경계는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혈액과 장기 기증은 한 몸에서 나와 다른 몸으로 들어가며 몸들을 넘나든다. 면역도 마찬가지다. 면역은 사적인 계좌인 동시에 공동의 신탁이다. 집단의 면역에 의지하는 사람은 누구든 이웃들에게 건강을 빚지고 있다.(34쪽~36쪽)

  

집단 면역 논란

 

집단면역이라는 용어가 처음 쓰인 것은 1923년이었다. 처음 쓴 사람은 생쥐의 세균감염을 조사하던 연구자들이었다. 집단 면역의 개념 자체는 훨씬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그 의미가 완전히 이해된 것은 백신 접종이 광범위하게 이뤄짐으로써 가령 인구의 90퍼센트 미만만 디프테리아 백신을 맞더라도 발병률이 99.99 퍼센트나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였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은 그 의료공백 등을 이유로 한때 바이러스가 퍼지게 두는 집단면역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바이러스가 자연스럽게 돌게 두는 것은 사람들이 불필요한 감염과 고통을 겪게 하는 것이고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유롭게 돌게 두는 것은 비윤리적일 수밖에 없다. 

 

집단면역은 백신접종과 관련해 사용된 개념으로 사람들을 바이러스에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호함으로써 달성하는 것이다. 집단면역은 국민의 일정 비율이 전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해 전염병 확산을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스웨덴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유럽 각국의 봉쇄 정책과 다르게 느슨한 방역 지침으로 식당과 카페 영업을 허용하고 이동 금지령도 내리지 않은 '집단 면역' 시도로 눈길을 끌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초기 스웨덴 사망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스웨덴 당국이 잘못을 시인했듯이 높은 고령자 감염과 고령자 요양원을 봉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스웨덴은 그 당시 대처를 코로나19 사태에 장기전으로 대비한 지속가능한 방역 전략이 차이를 만든 것이지 집단 면역을 시도한 게 아니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 사망자는 2020년 10월 26일 1,153,166명을 넘어섰다.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19의 ‘감염 흔적’인 항체를 보유한 미국인은 10% 미만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낮은 항체형성률은 코로나19에 대한 집단면역 대책이 사실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행정부 내에서 집단면역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정치전문 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젊은층 및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바이러스가 통제 없이 퍼지도록 허용하되, 고령층 및 고위험군은 보호하는 방안으로 인구 중 충분한 인원이 감염되거나 접종을 통해 면역이 형성되면 봉쇄 조치 등 경제에 충격을 주는 극단적인 규제를 동원하지 않고도 더 이상 바이러스 전파가 일어나지 않는 상태를 목표로 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과학은 대단히 집단적 사업이며, 집단의 생산물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하여 2019년과 다른 2020년, 2021년을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다급하다고 해도 건강한 사람들에게 접종할 백신은 ‘정말 안전한가’가 우선해야 한다.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는 충분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그래야 그 결과는 어느 한 전문가의 생각보다 나은 생각을 낼 수 있다. 2003년 3월, 중국에서 정체 모를 호흡기 질병이 발생하여 다섯 명이 죽은 뒤, 세계 보건 기구WHO는 10개국에 흩어진 연구소들의 협동 작업을 주선하여 나중에 사스SARS로 불릴 질병의 원인을 알아냈던 것처럼 안전한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공포로부터 벗어날 그날을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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