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시흥시 은계지구 은계센트럴타운에서는 아이누리 돌봄센터 1호점 개소식이 화려하게 열렸다. 아이누리 돌봄센터는 맞벌이 자녀들의 유치원 이후 초등학교 시기 돌봄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으로 시흥시 초등돌봄센터 1호점이라는 것이 크게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3월부터 운영된 돌봄센터는 1년 만에 마을 안에 빠르게 자리잡았다. 그만큼 초등돌봄에 대한 수요가 높았던 것이다. 올해 갑작스레 벌어진 코로나19로 인한 휴교 사태에도 긴급돌봄을 시행하며 맞벌이 부부의 고충을 덜어주고 있다. 1호점으로 주목을 받았던 아이누리 돌봄센터 은계점의 지난 1년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돌봄센터 보고 여기 단지로 이사 왔대요"
은계센트럴타운 주민공동시설 1층에 위치한 아이누리 돌봄센터 1호점에 들어서니 흰색 바탕에 연두색이 도드라지는 환한 실내가 아기자기하다. 코로나19로 긴급돌봄 기간이라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놀고 있다. 2학년 세 명이 방에 들어가 스크린을 보며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었다. 1학년 네다섯명은 넓은 공간에서 학교에서 내준 학습과제물을 풀고 있었다. 해당하는 한글을 스티커로 교재에 붙이고 있었다.
은계 돌봄센터는 정왕본동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오랫동안 운영했던 사단법인 더불어함께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초등돌봄, 특히 마을돌봄이 익숙하지 않은 분야지만 이곳은 문을 열기도 전부터 지원자가 몰렸다. 유치원 이후 초등학교 저학년에 돌봄 공백이 발생하는 건 분명했고 신도시 특성상 젊은 부부가 많아 수요가 많았던 것이다.
은계 센트럴타운 단지 내 아동 60%, 타 단지 40%의 비율로 받았는데, 이용자 중에는 돌봄센터가 있어 이사왔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또한 다른 단지에서도 돌봄센터를 추진하려고 며칠 전 시설을 둘러보고 갔다. 불과 1년만에 자리잡은 돌봄센터는 올해도 지원자가 정원보다 많이 몰렸다.
마을에서 키우는 아이들
한 명의 센터장과 두 명의 돌봄교사가 운영하는데 아이들은 돌봄센터 선생님들을 초코샘, 피치샘, 앵두샘이라고 부른다. 김지은 돌봄교사는 “아이들이 부르기 쉽게 먹는 걸로 이름을 정했는데 저는 복숭아를 좋아해 복숭아샘이라 정했더니 세 글자는 길다고 피치샘이 됐어요. 근데 애들이 부를 때마다 배고프다고 해요.”라며 웃었다.
피치샘 김지은 돌봄교사는 부천의 종합복지관에서 오래 일하다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경우다. 이사온지 얼마 안됐지만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돌봄교사에 지원했다. “내 아이도 마을에서 키우고, 마을의 아이도 내가 키우는 마을돌봄의 취지가 좋았다”라며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힘을 가지고 있냐에 따라 삭막한 마을이 되는지 옛날 두레처럼 서로 돕는 마을이 되는지 달라지는걸 봤기에 이 사업이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돌봄센터의 하루 일과는 학기 중에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점심먹고 한 시쯤 돌아오면 각자 숙제를 하거나 학습지를 한다. 아이들은 세 시부터 돌봄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학원에 가는데 그 사이에 간식을 먹는다. 프로그램이 끝나거나 학원을 마친 아이들은 다시 돌봄센터에 모여 함께 놀거나 각자 시간을 보내다 퇴근하는 보호자와 함께 귀가한다.
돌봄센터에서 여는 프로그램은 대체로 체험 위주인데, 간혹 영어나 수학같은 교과 과목이 있을 때도 있다. 위
탁 법인인 더불어함께가 지역아동센터를 오랫동안 운영해온 단체인 만큼 필수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두 개 있다. 정서사회성 프로그램과 협동과정이다.
김영희 센터장은 “초등 저학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공부가 아니다. 한글 모르고 학교에 들어가도 아이들은 순식간에 따라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귐이다. 낯선 환경에서 만나는 담임선생님이나 친구들과 관계맺는 것을 많이 힘들어 한다”라며 위탁법인이 제시한 두 가지 프로그램만큼은 꼭 진행한다고 말했다.
“돌봄을 어떻게 점수로 매길 수 있죠? 아이들 표정만 봐도 다 아는데"
이렇듯 안정적인 운영으로 돌봄센터는 1년 만에 마을속에 자리잡았다. 지난해 연말 학부모 설문조사 결과 학부모들은 대부분 좋다는 평이었다. 시에서도 따로 조사를 했는데 만족도가 99%로 나왔다. 그럼에도 처음 시도하는 사업인만큼, 그에 따른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행정이 반영하지 못해 나타나는 여러가지 지점이 있었다.
일단 서류작성과 평가와 성과로 이어지는 행정 과정이다. 모든 것을 수치화 계량화하는 행정 관행이 오롯이 돌봄에 매진하기 어렵게 만든다.
김영희 센터장은 “지역별로 처해진 환경이 다른데 일괄적인 조사로 만족도를 나타낼 수 없다”라고 말했다. 도시나 농촌, 원도심과 신도시, 수도권과 비수도권 등 지역별로 환경이 다른데 일괄적인 조사로 만족도를 담아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자체 설문조사 역시 온전히 만족도를 나타낼 수 없다고 말했다. 무기명으로 한다지만 혹시나 내 아이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학부모들은 대부분 좋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행정에서 요구하는 서류들을 작성하느라 정작 돌봄이 뒷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몇 시까지 서류를 보내달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들어올 때 표정이 어떤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 그런게 눈에 들어 오겠나. 아이들은 항상 어디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데 아이들을 주의깊게 관찰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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