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라디오 스타'가 되어 볼까요?

영어 강사 부부, 마을공동체 팟캐스트 방송

민정례 | 기사입력 2018/07/04 [17:55]

우리동네 '라디오 스타'가 되어 볼까요?

영어 강사 부부, 마을공동체 팟캐스트 방송

민정례 | 입력 : 2018/07/04 [17:55]

 

시흥에 마을과 사람을 주제로 한 팟캐스트 방송이 생겼다. 이름하여 ‘우리동네 방송국’ 줄여서 ‘우동방’이다.
영어 강사 부부가 마을과 공동체를 주제로 한 팟캐스트를 제작한다고 하여 찾아가 봤다. 주로 이웃이나 옆 마을 사람들을 초대해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연예인도, 유명인도 아니고, 말을 특별히 잘하는 것도 아닌데 누구나 출연해 방송할 수 있다는 소박한 방송이 정겹다.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 이야기가 왈칵 쏟아지고, 그러다보니 오만가지 고민 상담소가 되어 버렸다. 차 한 잔 마시러 왔다가도 방송 제작자 박PD와 다온의 꼬임에 넘어가 어느새 마이크 앞에 앉아 있게 된다. 내 목소리가 방송으로 제작되어 누구나 손쉽게 접근해 들을 수 있다면? 말 그대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 나나, 내가 아는 누군가가 나오는 것 같은 신기한 경험과 느낌으로 채워진다. ‘팟캐스트 방송 제작 공장’을 자처하는 박PD의 외침대로 “팟캐스트는 자유다”
 

▲팟캐스트 방송 '우동방'을 운영하는 박pd와 다온     ©민정례

 
-우동방은 어떤 의미인가요?
 
박PD: 중의적인 의미에요. ‘우리동네 사랑방’과 ‘우리동네 방송국’.
우리동네 사랑방은 오프라인 공간을 말하는 거고, 우리동네 방송국은 팟캐스트 플랫폼으로서 메세지를 전달한다는 의미죠. 그래도 오늘은 팟캐스트 방송을 홍보하는 자리이니 우리동네 ’방송국’을 강조하고 싶네요.
아무나 오셔서 여기서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방송의 주제가 나와요. 아이들 통학로나 놀이터 등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것이 방송의 주제이자 마을의 의제이죠.
대부분 주민들은 방송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많이 떨어요. 
 
다온: 편집의 천재라 마을 분들이 깍두기처럼 말해도 오이소박이처럼 만들어요. 잘 다듬기도 하고 주제가 잘 녹아들게 하니까 녹음 후에 ‘어머 내가 이런 얘길 했어?’ 깜짝 놀라요. 왜냐면 자기는 많은 말을 했는데 편집되어 나오니까. 말을 잘한 것처럼 느껴지죠.
 
박PD: 일반 사람들은 주술 호응 관계가 잘 안될 때가 있어요. 비문을 많이 얘기하거든요. 이, 그, 저 많이 쓰고요. 편집할 땐 문장 중간을 썰어서 완성도 있게 하고요. 그리고, 아, 저 이런 말들 다 썰어내죠.
보통 녹음을 30분 하면 편집할 때는 네다섯 번 들어요. 평균적으로 네 번 정도 들어요. 두시간에서 세시간?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이 들어요. 나중에 어떻게 되냐면 그분의 영혼에 들어갔다가 나온 느낌이에요. 이분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았고 이런 아픔이 있었나보다. 목소리는 거짓말을 못하잖아요.
 
-팟캐스트 방송을 하게 된 이유?
 
박PD: 시흥에서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팟캐스트라는 미디어가 저희 입장에서는 훨씬 효과적이고 저희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니까 팟캐스트 방송을 하게 됐죠.
이전에도 ‘쉼표 방송’이라는 팟캐스트를 운영했어요. 18대 대선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그 바로 직후에 시작했으니 5년 전이죠. 그때도 종편을 지향했어요. ‘엄수다’라고 해서 엄마들의 수다 코너도 있었고, ‘엄빠들의 성교육'도 다뤘고. ‘창고대방출’이라고 해서 새롭게 생겨난 직업군에 종사하는 분들을 초청해 이분들이 하는 일과 미래 전망 등을 이야기 나눴어요. 
아까 종편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런 코너들을 그 당시 일주일에 15개 개설해서 운영을 했었죠. 일주일에 15개 방송이 있다는 건, 15번 녹음하고 편집해서 올리는 생활인거죠.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방송하는 기계로만... 거의  공장이었죠. 방송하는 공장. 
쉼표 방송 이전에는 영어 팟캐스트를 운영했었죠. 제가 20대 후반에 입시학원계 입문해서 고등부 영어강사를 했어요. 하다보니 내가 사교육에 너무 일조하는게 아닌가 하는 회의감도 찾아오고,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수능 점수는 잘 받을지 몰라도 영어로 한 마디도 못하는 현실에 누구의 말을 인용하면 자괴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새로운 학습법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팟캐스트 방송도 한거죠. 
 
-마을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온: 이분이 협업 중개소나 팟캐스트나 지역화폐나 공동체에 대해 목숨을 걸다시피 하는데요. 이런 활동들이 색깔만 다르지 기본 바탕은 실향민 부모님에 근거한 거에요. 부모님들이 6.25 전쟁 때 생사를 넘어서 남한에 오셔서 정착을 하신 거잖아요. 일가 친척 하나 없는데 어린 나이에 터를 잡고 정착했으니, 그 세대 어르신들에게는 치열하고 성실했던 시대였던 거에요. 그런 부모님들을 보면서 혼자서만 뭔가를 할 수 없다는 것, 공동체 안에서 사람다운 것이 제대로 살아있지 않으면 결국은 서로가 다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것들을 어린시절부터 많이 경험을 했더라고요.
처음에는 이 사람이 왜 이렇게 공동체, 협업을 강조하나 했는데 살아온 배경을 하나하나 들어보니 이 사람의 가족들, 유전자 안에는 공동체와 협업이라는 DNA가 어쩔수 없이 있구나 싶더라고요.
 
-요즘은 개인주의나 가족중심의가 더 심화되고 있는데 공동체를 강조한다는 점이 특이하네요.
 
박PD: 제가 대학 다닐 때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이었고 암울했죠. 다행히 사회과학적으로 바라보게 됐죠. 그래서 개인주의보다는 사회 변혁을 이끄는 쪽으로 경도된게 아닌가. 그게 우리 세대의 정서였어요. 그런 정서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가 각자 생업의 공간으로 갔는데 항상 부채의식이 있었죠. 이 시대를 살아오면서 부채의식이 있는 분들이 꽤 많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시흥에 뿌리를 내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된 거죠. 이웃들과 호흡하면서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자 소박하게 시작한 거에요. 거창한 사명감은 아니라는 거에요.
 
다온: 여러저런 이유로 시흥에 내려오게 됐는데 시흥은 우리 어릴 때 정서와 많이 맞닿아 있어요. 저희가 생활하면서 실제로 아쉬웠던 부분 때문에 방송을 시작했는데, 시흥이 다른 지역에 비해 여러가지 문화적으로나 교육적으로 소외된 부분이 있어요. 사람들 사이 시골스러운 정서도 있고 정도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컸어요.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우리들의 숨어있는 욕구들을 수면위로 올려보자는 생각이었죠. 시흥은 섬처럼 개별로 떨어져 있어요. 그런 것들을 방송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담아내면 뭔가 쿵짝쿵짝 재미있는 일들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죠. 
 
-마을마다 마을 미디어를 준비하는 마을들이 많은데요. 마을에 미디어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PD: 다른 마을보다 우동방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우동방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시흥시 지역공동체 활성화에요. 너무 추상적이고 거대담론에 가까운데 쉽게 말하면 소통의 다리가 되고 싶어요. 그게 종이 매체든 팟캐스트든 지상파 방송이든 누군가의 눈과 입이 되어주고 누구와 누구의 다리가 되어 주느냐로 초점이 맞춰져요. 
첫 번째는 민-관이에요. 주민과 시청을 중심으로 한 다리이죠. 두번째는 민-민이에요. 주민과 주민. 각 마을마다 활동가가 있을 것이고 주도적으로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에요. 시흥은 이런 비유를 들어 죄송하지만 삼각김밥처럼 생겼어요. 뚝뚝 떨어져 있죠. 서로 옆 마을에서 어떤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몰라요. 마을마다 작은 섬처럼 느껴졌고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기회만 되면 현장에 들어가서 취재를 하고 이 마을에 있는 이야기를 방송에 풀어내고 다른 마을에 전달해준다는 측면에서 소통의 다리가 되고 싶다는 것이에요.
 
-게스트 섭외는 어떻게 이뤄지는가요?
 
다온: 저는 게스트들에게 ‘까일’ 때마다 사회복지나 상담심리 공부를 해놓길 너무 잘했다고 생각해요. 내가 자존감을 많이 올리는 훈련을 하고 있구나. 자기 위로하는 거죠. 
연락 주겠다, 약속 잡아놓고 안된다는 말 많이 듣죠. 보통 기본은 세네번 정도 거절과 스케줄 변경을 하시죠. 한분한분 어렵게 몇 주만에 섭외해서 모시고 있어요. 공동체 관련 대표분들은 너무 바쁘시고요. 전화통화도 결코 쉽지가 않아요. 밤 12시까지 기다린 적도 있어요.
근데 그런 분들이 와서 녹음을 하고 나면 너무 행복해 해요. '이렇게 좋은데 더 빨리 올걸 왜 뺐을까요?' 스스로도 민망해 하죠. 그럴 때 보람을 찾고 거절의 상처를 달래요.
 
박PD: 처음에 시흥에서 우동방을 시작할 때 누군가는 처음에 출연을 해야 되는데 그때 기억을 떠올리면... 팟캐스트 방송한다고 하는데 지네들 출연자 사냥을 나왔다 그런 시선을 느꼈어요. 사람이 나와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뤄지는 컨텐츠 특성상 누군가는 출연해야 하는건데 처음에는 그런 시선을 느꼈죠.
지금은 20회 방송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고 우동방이 시흥에 유일무이한 종편방송이잖아요.(웃음)  코너마다 기획의 의도가 있고 이것마다 내용이 다 달라요. 이렇게 다양한 코너와 게스트를 섭외하는 이유가 ‘자기들만의 리그’라는 방송을 지양하고 싶은 것이에요.
 
-앞으로의 계획은?
 
박PD: 팟캐스트들을 모아놓은 팟빵에는 종합, 시사, 문화, 도서, 어학 등 카테고리가 많아요. 현재 우동방은 지역 카테고리에서 5~15위 왔다갔다 하고 있어요. 1차 목표는 지역카테고리에서 탑을 찍는 것이에요. 현재 전체 팟캐스트가 1만3천개가 있는데 거기서 일단 1천등 안에 드는 거죠. 그럴려면 시흥 사람들 위주로 청취율이 높아야 해요. 현재는 하루에 200~300명 듣는데 그것을 2만~3만으로 만들려고 해요.
 
다온: 시흥을 이렇게 들여다보면 해야할 일들이 많고 최대한 노력을 해서 좋은 컨텐츠들을 잘 생산해서 지역주민들과 나누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요.
 
 
민정례 기자 suguk03@naver.com
 
*이 기사는 마을잡지 슬슬 5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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