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사람보다 동네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 담아내
우리동네 소식은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 우리 동네 옆집 아저씨는 무슨 일을 할까? 우리 동네 오래된 가게는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을까? 항상 같은 시간에 지나가는 저 할머니는 어떻게 살아오셨을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TV뉴스와 신문으로만 대표되던 언론 지형에 금이 가고 다양한 언론 매체들이 등장했다. 1988년 신문사 설립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면서 지역 언론사들이 확대됐고, 1990년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인터넷을 통한 언론활동이 이뤄졌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기사를 쉽게 접하게 되면서 2000년대 이후 지역 언론 및 인터넷 언론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언론매체의 양적 증가와 더불어 매체의 다변화도 이뤄졌다. 블로그 등을 통한 1인 미디어도 생겨났고, 팟캐스트 방송을 통한 언론활동도 이뤄졌다. 뉴스 소비의 시대에서 개인이 뉴스를 제작하는 시대가 왔다.
그 사이 기사의 내용은 중앙에서 지역으로 범위가 축소됐고, 정치나 사회 등의 분야에서 사는 이야기로 사람들의 삶에 더 접근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마을 미디어가 있다. 마을에서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고민이 깊이지면서 그러한 모든 것들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해졌다. 이제는 활동의 기록, 홍보, 정보의 공유 등을 위해 각 마을에서 각자에게 맞는 마을 미디어가 제작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시흥의 마을에서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마을 미디어들을 소개한다.
도창동 마을신문 – [길머리]
길머리는 ‘넓은 길에서 좋은 길로 들어서는 지점’이라는 뜻으로 사람 향기 물씬나고 여러 다양한 생각들이 올망졸망 모여사는 작고도 좁은 길의 가치를 소중이 여기는 마을 신문이다.
첫 표지가 지역주민 33인 사진과 그분들의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어 인상깊은데 가장 큰 고민이자 가장 큰 자랑거리라고 한다. 보통 신문은 한번 슥 살펴보고, 내려놓지만 ‘길머리'는 페이지 마다 다양한 글감과 사진으로 너무 잘 구성되어 손에서 놓고 싶지 않다.
마을신문 길머리는 2016년 경기도 작은도서관협회의 지원으로 시작됐다. 2015년 도창동 작은 도서관 개관 이후 마을 소식을 전할 방법을 찾다가 마을신문을 만들게 됐다. 5호까지 발간한 이후 2017년 부터는 경기도 시흥교육지원청의 지원으로 도창초등학교와 6호부터 8호까지 발간했다. 매회 1천부를 발행해 학교에 배포하고 에이스아파트와 금강아파트, 빌라 2개동, 오피스텔, 매화동주민센터등에 비치해 둔다.
길머리는 학생기자단과 함께 만들어가는 신문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성인기자단 6명과 매년 새롭게 구성되는 초등5~6학년, 중학생 등 청소년 기사단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민은 다른 신문들과 마찬가지로 기사 소재이다. 늘 기사거리에 대해 고민한다. 발행주기가 길어 담을 수 있는 기사는 많지만 ‘마을신문스럽게’ ‘길머리스럽게’ 쓴 기사가 항상 고민이다. 그래서 유관기관에서 예산을 지원해 준다고 해도 단호하게 거절한다. ‘길머리’만의 색깔을 유지하고 싶어서다.
성공한 사람보다 지역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자 노력한다. 마을신문 ‘길머리’의 발행 이후 도창작은도서관이 알려지고, 마을에서 이루어지는 벼룩시장의 변화라고 생각한단다.
1년에 2~3번의 벼룩시장 행사가 첫 회는 봉사자들만이 참석해 아주 소박한 행사로 진행 되었다면 올해는 도창초등학교, 입대위등 다양한 곳에서 참여하는 행사로 커질 수 있었던 것은 마을신문 덕분이고, 외부에서 마을신문을 보고 연락이 오고, 따복공동체의 순회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고 또한 도창동에 살다 시흥의 다른 곳으로 이사간 분들이 길머리 신문이 발행되면 찾아와 가져가기도 한단다.
도창 작은도서관 관장이자 길머리 편집장인 이은주 관장은 마을 미디어를 준비하는 마을에게 “방향성을 가지고 시작하면 좋을 것 같고, 마을신문 발행의가장 큰 어려움은 기사꺼리도 예산도 아닌 함께할 사람이고, 소통이 참 중요하다”라며 조언했다.
본동생각
정왕본동 맞손동네관리소가 주축이 돼 만들고 있는 ‘본동생각’이 있다.
동네에 산재해 있는 마을의 정보를 마을신문이라는 형태로 사람들에게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전문적이진 않아도 활동가들이 직접 취재해 쓴 기사를 실어왔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정왕본동 행정복지센터와 연계해 동네관리소의 사업비와 본동의 주민참여예산사업비를 합하여 신문을 제작하게 됐다.
월 1회를 주기로 8면 4천부를 제작하고 있는데 올 초 본동행정복지센터에서 마을활동가 양성과정을 운영, 거기서 배출된 활동가들이 곳곳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우리들의 힘으로 만들었으나 마을의 정보가 부족했다면 올해는 민.관이 함께 하면서 소식지에 넣을 정보는 많아졌으나 관 중심의 기사들이 많아지고 있어 맞춰가는 중이다. 주민들의 소소한 이야기보다는 본동의 행정적인 정보가 많이 실려 소식지로서 의미가 걱정되는 측면도 있다.
정경 맞손동네관리소 대표는 “각 마을마다의 특색을 살려 그 동네만의 소식지를 만든다면 다른 동네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목감동 마을신문 사이다
목감동 한마음 동네관리소에서 제작하는 마을신문이다. 사이다는 ‘우리 서로 이웃사이다’ ‘고구마와 사이다처럼 소통안되는 답답함을 시원하게 하겠다’는 뜻으로 이름지었다.
사이다 역시 마을의 청소년들이 만들어간다. 5명 가량의 청소년 기자단들이 직접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한다. 한마음 동네관리소의 활동과 소식을 홍보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사실은 마을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이 마을에 좀더 관심과 애정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어른들의 물심양면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청소년 기자단의 운영도 단지 신문 발행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다양한 소재로 이뤄진다. 컴퓨터 교육이나 사진교육, 혹은 청소년들이 하고 싶어 하는 교육들이 이뤄진다. 하지만 학교와 학원 일정으로도 하루가 벅찬 청소년들의 일정상 신문 발행을 위해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힘든 점이다.
마을과 학교가 함께 만드는 ‘배곧나래’
아직도 곳곳에서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배곧신도시에는 어느 곳보다 마을 공동체 활동이 필요한 곳이다. 제각기 다른 동네에서 살던 사람들이 택지 개발로 만들어진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배곧 SK뷰 아파트에는 마을학교가 있는데 이 마을학교를 중심으로 배곧의 초, 중, 고교가 함께 참여해 만든 신문이 ‘배곧나래’이다.
‘배곧의 날개가 되어줄 신문’이라는 의미를 담은 배곧나래는 학교와 마을이 함께 소통하며 만들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모두가 낯선 환경이지만 그렇기에 기삿거리가 넘쳐난다. 특히 배곧의 가장 큰 이슈인 서울대 캠퍼스 문제를 학생의 시각으로 다루는 등 때로는 날카롭고 때로는 따뜻하다.
2017년 4월26일 창간호를 시작으로 현재 5호까지 제작되었다.
팟캐스트 방송-우리동네방송국 ‘우동방’
최근에는 종이 매체 위주의 미디어에서 팟캐스트 방송도 탄생했다. 신천동의 한 가정집에 작은 방송국을 만들어놓고 팟캐스트 방송을 만드는 우동방이다.
우리동네 ‘사랑방’이자 ‘방송국’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은 우동방은 시흥의 다양한 인물들을 초대해 인터뷰를 진행한다. 박pd와 다온이라는 별명을 가진 두 부부가 운영하는 방송은 방송인 못지 않게 진행이 매끄럽다. 특히 동네 사람들과 수다를 떨다가 ‘그냥 방송으로 합시다’라며 그대로 방송으로 진행해버리는 추진력과 인터뷰한 사람의 영혼까지 들어갔다 나온 기분으로 이뤄지는 후속 편집 작업으로 꽤 괜찮은 방송이 만들어진다.
방송을 통해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꿈꾸는 박pd와 다온의 이야기는 매주 팟빵을 통해 업데이트된다.
김영숙 기자 aesop2200@gmail.com
김현아 기자 happysales@naver.com
민정례 기자 suguk03@naver.com
* 이 기사는 마을잡지 슬슬 6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저작권자 ⓒ 시흥장수신문(시민기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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