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8일 오후 5시부터 시흥 새마을문고 사무실에서 시향문학 17집 출판기념회와 김신용 시인 문학 강좌가 열렸다.
시흥시 섬산에 살고 있는 김신용(1945) 시인은 부산출생으로 1998년 첫 시집 《버려진 사람들》(고려원1988)을 시작으로《개같은 날들의 기록》(세계사, 1990),《몽유 속을 걷다》(실천문학사, 1998),《환상통》(천년의시작, 2005)《도장골 시편》(천년의시작, 2007)와 시흥시 섬산에 살면서 소금창고 등을 보면서 쓴 시집 《바자울에 기대다》등이 있으며 (천상병문학상),(노작문학상),(올해의좋은시상) 등을 수상했다.
김신용 시인의 문학강좌를 듣기 위해 시흥에 있는 많은 시인과 시민들이 참석했다. 은자같은 생활을 하는 시인으로 알려졌기에 더욱 궁금하고 이 분의 시 세계를 조금을 알 수 있을 수 있다는 기대로 가기 전부터 마음이 설레였다.
"시는 멀리서 찾지 말고 가장 가까운 자신의 삶 속에서 찾으라.“고 했다. 복숭아 꽃이 피어난다는 충청도 도당굴에 들어가서도 몇 개월 동안 시를 쓰지 못했는데 이웃 아낙이 밭일하러 갔다가 다람쥐 두 마리가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고 밭을 매지 못하고 구경만 하고 내려왔다는 말을 듣고 도당굴의 자연이 눈에 들어와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2013년 '올해의 좋은 시'로 선정되었던 ‘잉어’는 시흥의 물왕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보통천 수로에서 잉어를 보면서 쓴 시라고 했다.
김신용 시인은 자신이 머물고 사는 가장 가까운 자연에서 시를 만난다는 생각을 했다.
잉어 / 김신용
저 물의 만년필, 오늘, 무슨 글을 쓴 것 같은데 도무지 읽을 수가 없다 몸속의 푸른 피로 무슨 글자를 쓴 것 같은데 읽을 수가 없다 지느러미를 흔들면 물에 푸른 글씨가 쓰이는, 만년필 저 글은, 잉어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읽을 수 없는 것이겠지만 잉어처럼 물속에 살지 않고서는 해독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그러나 잉어는, 오늘도 무슨 글자를 쓴다 캘리 그라피 같은, 그 변형된 글씨체로 무슨 글자를 쓴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사람의 얼굴을 닮은, 잉어의 얼굴 눈꺼풀은 없지만 깊고 그윽한 눈망울을 가진, 잉어의 눈
분명 저 얼굴은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편지에 엽서에 무엇인가를 적어 내게 띄워 보내는 것 같은데 도무지 읽을 수가 없는. 오늘 나는 무엇의 만년필이 되어주고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몸속의 푸른 피로, 무슨 글자인가를 썼을 만년필, 수취인이 없어도, 하다못해 엽서라도 띄웠을 만년필.
그래, 잉어가 되어보기 전에는 결코 읽을 수 없겠지만 내가 너가 되어보기 전에는 결코 편지를 받을 수 없겠지만
그러나 잉어는, 깊은 잠의 핏줄 속을 고요히 헤엄쳐 온다
잉어가 되어보기 전에는 결코 읽을 수 없는, 편지가 아니라고 가슴에 가만히 손만 얹으면, 해독할 수 있는 글자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몸에, 자동기술(記述)의 푸른 지느러미가 달린 저 물의, 만년필-
삶이 시가 된 김신용 시인의 문학강좌은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귀한 시간이었다.
이어서 시향문학 제 16집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시향문학회은 1998년 고향생각문학회로 시작하여 2005년 고향생각문학회와 시흥가톨릭문우회가 합쳐져 시향문학회가 되어 2016년 시향문학 제 16집을 발간했다.
정덕현 시향문학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문학이란 자연 속의 삶과 생을 관찰하며 아름다움을 승화시켜 글을 부수고, 찢고, 만들어서 그림을 그려내는 열매다. 가는 곳마다 보이는 느낌을 사색의 현장으로 기술하는 것은 문인들만이 가진 남다른 능력을 하나 씩 더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고 했다.
전영준 총무의 사회로 축하공연과 시향문학회소개, 내빈소개, 회장인사. 축사, 시낭송, 축하 케익 커닝, 기념촬영의 순서로 시향문학 제16집 출판기념회가 진행되었다.
안시헌
-조문 버스에서
조문 후 걸친 한 잔 술이 후덥하다 버스 안은 갈 때 보다 더 침묵으로 가라앉아 아스팔트와 닿아 있다
누군들 이별을 서러워하지 않겠냐만 슬픔은 산 아래로 내려온 바람처럼 초저녁 때 아닌 제야의 종소리로 막무가내 휘몰아친다
평소 한 번 가보고 싶었던 마곡사를 지나며 그저 상중(덧말:喪中)에 산중의 산 중이 되어 산 시름 다 잊어 볼까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 슬픔의 산 중이다
---------------------
붉은 영토
-정수경
내 몸에 문장 하나가 있었지
모과꽃이 떨어지던 날도 있었지 수정되고 수정되고 수정된 영토
달은 어김없이 흘러내렸다
틈이 생기기 전까지는 뜨거움으로 해석되곤 했지
이상 징후는 연극처럼 절정에 치달았다는
놀래지는 말아
암전일 뿐이야
문장과 문장 사이엔 한 줄도 안 되는 영토 문장을 다 쓰고 나도 연극은 계속되죠
놀래지는 말아
모과나무와 3막
무대에 올릴게
기어이
------------------------
시인이 된다는 것은 끝없이 생을 복기하고 다시 그것들을 훨훨 털어 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로병사의 인간사에 별 다를 것 없는, 또한 그래서 더욱 고유의 개별성을 가진 것들에서 건져낸 사유들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시향문학회 회원들과 오랜 이웃인 소래문학회, 시흥문인협회 회원, 정치인 등이 참석하여 시향문학 16집을 축하했다.
<저작권자 ⓒ 시흥장수신문(시민기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흥기록, 시향문학회 관련기사목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