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 하러 대전 갑니다
이상애 | 입력 : 2017/11/09 [07:43]
일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 퇴근시간을 한참 지나서야 알게 되는 일이 많았었다. 그런데 요즘 금요일이 되면 늘 '칼퇴근'을 한다. ‘월요일이구나’ 했는데 어느새 ‘목요일 이다’ 한 주가 그렇게 빨리 간다. 그러다 시간을 보며 분단위로 체크하는 금요일이 되면 오전 중에 핸드폰 앱으로 버스표를 예매하고 5시가 되면 정신없이 인천 터미널이나 상동 터미널로 이동해 저녁은 김밥 한 줄로 대충 해결했다.
이런 일상이 계속되다 보니 한 주는 감기몸살로 퇴근 후에 잠만 잤다. 사실 몸이 힘들어 지난 주는 안 가려고 마음 먹었는데 수요일 저녁에 어머니가 수술 부위에서 핏물이 계속 흐른다는 말을 하셔 그 말이 계속 떠올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렸을 때 난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초등학교 3학년 때도 어머닌 나를 업고 병원에 다니셨다. 그런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아파도 가라”라며 터미널까지 데려다준다는 말에 지난 주에도 버스표를 예매했다.
다행히 먼저 이런저런 경험을 한 남편은 주 2회 대전을 오갔다. 그때는 늦게 일이 끝나도 막차로 내려가 밤새 병실을 지키고 새벽 첫차로 돌아오는 남편이 참 대단하다고만 여겼었다. 내가 주 2회 대전을 오갔던 주에 너무 힘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남편은 “마음먹으면 가까운 거리야. 계속 왔다 갔다 하면 아무렇지도 않아.”라고 위로해 주었다.
7월에 어머니가 큰 수술을 하시고 나왔을 때 아버지는 내게 자주 오기만 하라고 하셨다.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다며……. 거리와 일이 있다 보니 늘 늦게 가서 그 다음날 돌아왔다. “이렇게 갈 거면 뭐 하러 왔냐?”라고도 하시지만 금요일 저녁엔 “힘들게 뭐 하러 또 왔냐?”라며 목소리는 늘 좋아서 그 사이 일들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펴 놓으신다.
“아버지! 저 늘 이렇게 금방 갈 거예요. 그냥 차 마시러 왔다가 이야기하고 돌아간다고 생각할게요.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부모님은 내가 갈 때마다 따로따로 몇 시간씩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신다. 어느 땐 어머니랑 너무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아버지가 섭섭해하시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알게 되었다. 자주 가니 아버지의 네 시간이 이젠 한 시간 반으로 줄었다. 그만큼 부모님의 이야기를 안 들어드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음 주에도 난 부모님과 차 마시기 위해 버스표를 예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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