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할수록 멀어질 뿐이다

동우 | 기사입력 2017/05/24 [16:38]

부지런할수록 멀어질 뿐이다

동우 | 입력 : 2017/05/24 [16:38]

 

▲     © 동우

 

雖有勤行이나 無智慧者欲往東方而向西行이요

有智人所行蒸米作飯이요 無智人所行蒸沙作飯이니라

共知喫食而慰飢腸호되 不知學法而改癡心이니라

 

비록 부지런히 수행을 하지만

지혜가 없는 사람은 동쪽으로 가고자 하면서

서쪽을 향해 가는 것과 같나니라.

지혜로운 사람의 수행은 쌀로 밥을 짓는 것과 같고

지혜가 없는 사람의 행동은 모래를 쪄서 밥을 짓는 것과 같나니

모두들 밥을 먹어 주린 배를 위로할 줄은 알면서

올바른 가르침을 배워 어리석은 마음을 고칠 줄은 모르는구나

 

원효 스님의 가장 짧은 저술인 발심수행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행자 시절에 기본적으로 외워야 하는 텍스트 중의 하나라서 이 발심수행장을 목탁에 맞춰 외우면서 새벽 도량석을 돌았던 기억이 난다.

 

불교의 두 날개와 같은 가르침으로 대부분 지혜와 자비를 말한다. 기독교의 사랑에 준하여 불교는 자비의 종교라는 말이 우선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덕목이 지혜이다.

 

지혜가 없으면 열심히 할수록 더 잘못될 수 있다. 서쪽을 동쪽인 줄 잘못 안다면 열심히 갈수록, 가고자 하는 동쪽과는 더더욱 멀어질 뿐이다. 모르고 저지르는 실수가 더 위험하다는 것을 경전에서는 이렇게 비유한다.

 

활활 타는 불꽃이 치솟는 뜨거운 쇳덩어리를 한 사람은 모르고 잡았고, 또 한 사람은 알고 잡았다면 어느 쪽이 더 심하게 손을 다치겠는가?”

 

물론 모르고 덥석 잡은 사람의 손이 더 크게 다칠 것이다. 위험을 위험이라 여기지 못하는 어리석음 때문에, 재앙을 영화라고 여기는 무지함 때문에 결국 고통에 빠지게 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지혜는 실상에 대한 올바른 통찰을 말한다. 고통을 없애고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바람은, 현상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앎을 바탕으로 하여야 비로소 가능하다.

 

지혜가 아닌 왜곡되고 편협한 지식은 서쪽을 동쪽으로 알고 가는 이의 발걸음과 같아서 부지런히 행한다 해도 그저 다시 고통의 반복일 뿐이다. 지혜를 닦는 수행이 여분의 일이 아닌 행복을 위한 필수 요소인 까닭이며, 원효 스님이 걱정어린 탄식을 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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