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가 그대의 신분이다
동우 | 입력 : 2017/05/10 [08:30]
“신심(信心)으로써 욕락(欲樂)을 버리고
일찍 발심(發心)한 젊은 출가자(出家者)들은
영원한 것과 영원하지 않은 것을 똑똑히 분간하면서
걸어가야 할 길만을 고고(孤高)하게 걸어서 가라.”
행자에서 정식 스님이 되기 위한 3주일간의 수계 산림 동안 매일매일 몇차례씩 독송했던 게송이다. 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아직 입에서 술술 나와서 새록새록 신심을 솟아나게 한다. 부처님의 제자이며 지계(持戒) 제일로 알려진 우바리 존자의 게송이라고 한다.
우바리 존자는 부처님의 십대 제자 중 유일하게 천민 계급인 수드라 출신이었다. 석가족의 왕자들이 출가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그들의 이발사였던 우바리는 자신도 출가의 길을 가리라 결심한다. 이 때 부처님이 우바리를 먼저 출가시킴으로써, 우바리가 왕자들보다 더 윗 자리에 앉게 된다. 승가의 위계는 출가한 순서에 의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전통 규율이기 때문이다. 당시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나의 법은 바다와 같다.
바다는 수많은 강물을 가리지 않고 모두 받아들이며, 바다의 물맛은 늘 하나이다.
우리 승가도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두 받아들이며, 평등한 그들에게 올바른 법과 율이라는 한 가지 맛을 줄 뿐이다.
명심하라. 계를 받은 순서 역시 예를 갖추기 위한 것일 뿐 신분과 귀천은 없다.
인연에 따라 사대(四大)가 합해져 몸이라 부르지만, 이 몸은 무상하고 텅 비어 ‘나’라고 고집할 만한 것이 없는 것이다. 진실하고 성스러운 법과 율을 따르고 절대 교만하지 말라.”
지금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없는 너무나 뿌리깊은 인도 사회의 계급제도를 2500년 전 부정한 것은 가히 혁명적이다. 인간의 고귀함이란 태어난 신분에 의한 것이 아닌 스스로의 행위에 의한 것임을 가장 오래된 경전인 「숫타니파타」에서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날 때부터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요,
태어나면서부터 바라문이 되는 것도 아니다.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도 되고
행위에 의해 바라문도 되는 것이다.”
빈부귀천의 차별이 계급에 의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영원한 바라문은 없어졌다. 그러나 세간에서 들려오는 갑과 을이니 무슨 수저니 하는 담론들은 여전히 석연치 않다. 우리들을 둘러싸고 있는 영원하지 않은 것들로 인한 무수한 상처들... 영원한 것과 영원하지 않은 것을 똑똑히 분간하는 지혜가 아니면 고귀한 인간의 가치 그대로의 삶은 결코 실현될 수 없다. 모두가 갖고 싶어하는 것이 부디 영원한 것이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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