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팔공산 갓바위
김광수 | 입력 : 2017/04/27 [17:31]
산에 가면 반드시 정상을 가야하는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는 정상을 간다. 따라서 정상 봉우리에 가장 많이 가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마치 속리산 천황봉(1,058m)보다 문장대(1,033m)가 더 인기가 있듯이 팔공산도 정상인 비로봉(1,193m)보다 갓바위가 있는 관봉(850m)에 더 많이 간다. 물론 계룡산과 같이 정상에 군사시설이 있어 정상을 갈 수 없는 점도 있지만 인기도에 차이가 있다.
갓바위는 보물 431호로 본래 이름은 관봉석좌여래좌상으로 누구에게나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속설을 간직하고 있으며 특히 입시를 앞둔 수험생 부모들에게 인기가 많다. 관봉이 850m이긴 하지만 경산 선본사 기점 주차장이 해발이 높아 소래산보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되는 정도의 힘들지 않은 코스이다. 경산에 들어서니 온 동네 전체가 꽃밭이다. 무슨 꽃인가 하여 의견이 분분하여 내기를 했다. 누구는 매화이고 나는 나무가 배나무처럼 생겨 배꽃이라고 하였으나 동네 분에게 물어보니 모두 틀렸다. 자두꽃이라 한다. 세상에 온 동네가 자두밭이라니! 자두나무가 저렇게 굵고 많이 심어져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경산 자두가 유명하다는 것을 알았던들 내기에 지지 않았으리라.
▲ © 김광수. 경산 선본사 진입로 전체에 만발한 자두 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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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가 길지는 않지만 막바지에는 가파른 계단길이라 땀을 좀 흘리게 된다. 숨가쁘게 오르다보니 ‘약사여래불 관봉석좌여래좌상’이라는 안내판을 보았다. 순간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약사여래불이라 함은 대개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재앙을 소멸시킨다는 부처님인데 어찌하여 수험생 부모들에게 이토록 인기가 있단 말인가? 시험 합격이나 지혜에 관련된 부처님은 지장보살(地藏菩薩)이 아니던가. 이런 의혹이 있던 중 저 멀리 스님이 한분 올라가시기에 얼른 쫒아가 궁금한 점을 여쭈어 보았다. 스님의 답변을 이러했다.
“우리 사찰에서나 스님들은 아무도 시험 합격에 효험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 머리의 갓이 학사모와 연관이 있다고 보아 여기서 기도하고 효험을 본 분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그런 방향으로 유명해 졌는가 봅니다.”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왜곡되었다기 보다는 본래의 목적과 취지보다 관습과 경험으로 변해가는 것이 많이 있는 법이다.
관봉 정상에 올라서 보니 대학입시철에 피크를 이룬다지만 암벽을 조각해놓은 갓바위부처 앞에는 사시사철 주야장천으로 참배객이 몰려드는 모양이다. 오늘도 좁은 공간에 수 많은 사람들이 절을 하며 기도하는 모습이다. 땀을 닦으며 부처님께 인사 한 번 하고 부처님 사진 한 컷 찍고 사방 전경을 감상하고 관봉 너머 길로 돌아 내려왔다.
이 동네에선 돌미나리 삼겹살이 유명하다고 한다. 청도에서 재배에 성공해 유명하게된 돌미나리에 삼겹살을 싸서 먹으면 맛이 일품이라 한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어렵게 산골마을을 찾아 산행 후 즐기는 하산주와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고 돌아왔다. 봄철 돌미나리는 물미나리보다 향도 무척 강하고 간. 신장에 좋고 혈액순환에도 좋다고 하니 산행으로 보약 미나리로 보약을 이중으로 먹은 셈이다. 전체 가격은 비싼 편은 아니지만 미나리 추가는 별도 요금을 내야 한다고 하니 귀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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