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나침판이 있다

이상애 | 기사입력 2017/04/20 [08:00]

사람마다 나침판이 있다

이상애 | 입력 : 2017/04/20 [08:00]

 

▲ 왕양명 양지에 관해 쓴 시     ©이상애

 

왕양명이 말하길 양지는 캄캄한 밤중에 내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모를 경우 나의 방향을 잡아 주는 것이 나침판처럼 언제나 바른길을 알려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지는 부정부패가 만연한 암흑 같은 사회에서 살더라도 올바른 길을 찾는 이들에게 그 길을 안내하는 나침판과 같은 존재라고 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알아 스스로 인생의 나침판을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뒤늦게라도 알게 되면 다행일까.

 

두 달째 실직 중인 친구를 만났다. 이력서를 여러 곳에 넣었는데 취직이 안 된다며 우리 나이에 어딜 들어가는 것은 힘든 거 같다며 차라리 다시 창업을 해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늘 예약을 해도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 손님이 끊이지 않는 미용실에서 오랜시간 파마를 하며 들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미용실 사장님은 50대 이전까지 꿈이 하루라도 빨리 그 일을 그만두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손님들과 대화할 때마다 푸념처럼 그만두고 이젠 좀 쉬고 싶다고 했었지만 그 일을 그만두지 못했다고 한다. 30대에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교회에 나가면 하나님께 한 달에 몇백만 원 벌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50이 넘으니 미용사라는 직업이 하나님이 그분에게 준 소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고 한다. 어느 날부터 자신이 손님들에게 줄 수 있는 건 사랑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머리를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고 또 위로를 해주는 일이 생길 때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없더라고 한다. 그렇게 일상을 보내다 보니 하나님께서 답을 주셨다고 한다. 모든 일이 다 잘 풀렸다며 이 세상의 답은 사랑에 있다고 했단다.

 

친구는 실직하여 놀면서 자신도 그 미용실 사장처럼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고 한다. 현재 2년째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사업에 많은 자금을 더 투자해 시작할 것인가 아니면 예전에 하던 익숙한 일을 다시 할 것인가 하는.

 

스스로 묻고 대답해 보니 자신은 예전에 하던 일이 그 일을 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즐기면서 좋아해서 했던 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일은 경험도 남들보다 많기도 했지만 이익을 남기기보다는 자신이 덜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하였기 가능했었던 거 같다며 이젠 새롭게 무엇을 배워서 경력을 쌓아 그 길로 가기보다는 제일 잘하는 일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자신의 삶의 방향이라며 예전의 운영방식을 더 업그레이드해서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 나침판들     ©이상애

  

사람마다 스스로의 나침판이 있다. 그 나침판을 발견하는 것은 자신과의 대화를 많이 한 사람은 자연히 알게 된다. 요즘 세태를 보면 시간을 달리는 세대라는 말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직장인들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스펙을 쌓을 정도로 시간을 절약하며 산다. 그러나 그 의미를 넘어서 언제까지 이렇게 와 경쟁이 아닌 과 경쟁하며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니 답답한 마음이 든다.

 

스스로의 나침판이 아닌 타인의 나침판만 가지고 살아야 하는 삶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스스로의 나침판을 가지기 위해선 아이나 어른 다 홀로서는 성장통이 있어야 한다. 홀로 선다는 것, 온전히 내 힘으로 나를 세우기 위해서 그 바탕에는 왕양명이 말하는 '그대 자신이 각각 스스로 하늘의 참됨인 것을(爾身各各自天眞) 남에게 구하여 다시는 남에게 물을 필요가 없는(不用求更問人) 양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슬람 경구에 나침판의 바늘이 흔들리는 한 그 나침판은 틀리는 일이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얼마나 하루하루 자신의 나침판의 바늘을 흔들면서 살고 있는가. 처음에 하려던 마음이 어떤 걸림돌에 머뭇거리다가 또 다른 걸림돌에 머뭇거리다 여러 번 부딪혀 뒷걸음치다 처음과 다른 길로 가는 것은 아닌지 오늘은 스스로의 나침판을 들여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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