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업동도(異業同道)

이상애 | 기사입력 2017/03/22 [02:12]

이업동도(異業同道)

이상애 | 입력 : 2017/03/22 [02:12]
▲ 김덕용의 결-들러보다 2006     © 김덕용

 

어느 순간부터인지 잘 모르겠다. 이업동도(異業同道)라는 말이 내 삶의 화두가 되었다. 양명은 사람은 반드시 일을 해 가면서 자신을 연마하여야 비로소 진보할 수 있다고 하였다.

 

옛날에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이 직업을 달리 하였으나 도를 같이 하였다. 그들이 마음을 극진히 한 것은 한 가지고 같았다. 선비는 이 마음()을 가지고 수양하고 통치하였으며, 농부는 이 마음을 가지고 곡물을 생산하여 백성들을 길렀으며, 공인은 이 마음을 가지고 기물(器物)을 발전시켰으며(利器), 상인은 이 마음을 가지고 재화를 유통시켰다(通貨). 각기 그 자질이 가까운 곳, 힘이 미치는 곳에서 생업을 삼고 그 마음을 극진히 발휘할 것을 추구하였다. 그 귀결은 요컨대 사람을 살리는 길()에 유익한 것이 같았다는 것이다.”

 

80대 후반의 어르신이 당신이 젊어서 혼자되어 자식 셋을 키운 이야기를 하셨다. 남편이 너무 그리워 마지막으로 입었던 옷을 보자기에 싸뒀다가 사무치게 그리울 때 마다 풀어서 사별한 남편의 냄새를 울면서 맡았다는 이야기는 듣는 사람도 눈물 나게 했다.

 

살아야 하니 어쩌다 산후조리를 도와주는 일을 했었다고 하셨다. 기저귀 빨고 집안 청소하고 설거지를 했는데 하루는 아기 엄마가 기저귀 빠는 것을 뒤에서 보더란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도와주러 오신 분들이 모두 비눗물을 제거하지 않고 빨래를 해서 아주머니도 그런가 보았다고 하더란다. 그런데 그분은 말간 물이 나올 때까지 빨아서 믿을 수 있다고 하며 계속 집안일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 아이의 돌잔치가 있을 때도 도맡아서 일했는데 친정어머니가 어디서 저런 분을 모셔왔냐고 할 정도로 자기 일처럼 했더니 신용이 쌓여 여기저기 일이 생겨 자식들 공부시키고 살 수 있었다고 하셨다.

 

비록 남의 일을 해주어 먹고살았더라도 늘 내 일처럼 최선을 다해서 살았더니 그만큼 보답이 왔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자신은 가진 게 몸이라면서 평생을 그렇게 사셨다고 하셨다.

 

왕양명이 말하는 일상생활의 일하는 가운데서 시련을 겪으며 양지를 실현하는 공부를 왕용계는 철오(徹悟)라고 하였다. 이러한 철오는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모두 가능하다. 또한 이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다만 그것을 믿고 실행해 보지 않았을 뿐이다. 일상 속에서 깨달음을 찾는 수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세상은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소유가 아닌 접근으로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주간베스트 TO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