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갯고랑을 두고 갯골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 이연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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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몇 컷을 찍기 위해서 시흥갯골로 향했다. 항상 텅 비어있던 갯골이어서 무작정 갯골 안으로 자동차를 몰고 들어섰다. 그런데 주차장이 만원이다. 잔디광장에 또한 많은 인파가 어울어져있다. 시흥시 단체에서 행사를 하고 있겠지, 했는데 오류다. 각 처의 유치원이며 동문회 등 크고 작은 모임이 제각각 가을 체육대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어떤 운동장이나 광장보다 편하고 자유로운 공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더 이상 갯골은 쓸쓸하지 않다. 마음껏 소리치고, 마음껏 뛰어다니고, 마음껏 사랑을 속삭이고, 마음껏 공간을 즐겨도 공해가 아니다. 모든 소리들이 공중에서 산화되어 소리보다 더 큰 허공의 가슴이 고요 속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그것이 시흥갯골이다.
▲ 시흥갯골생태공원 무대가 있는 잔디광장 © 이연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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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아이, 오래된 사람, 젊은 사람 할 것 없이 어우러진 잔디광장이다. 광장 밖에는 텐트들이 군락을 이루고 가족들이 가을 깊숙이 든 주말을 아이들과 즐기고 있다.
텐트군락을 지나 갯골 가장자리에 호젓한 오솔길이 아담한 조경과 함께 갯골 안으로 발길을 안내한다. 오솔길 중간쯤 잘 꾸며진 다리를 두고 갈대의 군락이 갯벌의 가을을 잔잔하게 흔들고 있다. 그 너머로 서로 다른 군락들이 발길을 이끈다. 빨간 칠면초군락. 갈대군락, 억새군락, 소금창고군락, 그것들을 끼고 갯골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흐르는 갯골을 따라 칠면초들이 빨갛게 물들어 시야를 황홀하게 한다. 천천히 걷는다. 이따금 청둥오리떼들이 한꺼번에 날아올라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멀찍이 흔들탑이 억새꽃 그림자 속에 어른거린다. 다가갈수록 하얗게 피어오르는 억새꽃이 장관을 이룬다. 마치 하얗게 틀어 올린 솜사탕꽃 같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산책객들 시야를 달콤하게 이끈다. 저 은밀하게 속삭이는 억새꽃 사이에서 나는 달콤한 밀어를 듣는다. 셔터를 누른다. 높다란 흔들전망대가 억새꽃 속에서 흔들거린다. 전망대를 오른다. 오르고 또 오르고 갯골의 모든 정체가 그대로 탄로 나는 순간이다.
전망대 정상에서 갯골 전체를 볼 수가 있다. 탑 아래 갯골을 지나는 서쪽으로 갈대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갈대군락 사이사이 오솔길로 사람들이 어른거리며 나타났다 갈대 속으로 사라진다.
아이도 어른도 연인들도 지금쯤 무어라 서로의 이야기를 터트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쪽에서 억새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지만 며칠 있으면 저쪽에서 갈대꽃들이 만개할 것이고 갯골에 바람이 불면 눈부신 빛의 또 다른 휘날레를 만나게 될 것이다. 탑에서 내려 보는 군락들 사이로 물줄기가 흐르고 그 사이사이를 오가는 오솔길들은 잘 그려진 그림이다.
▲ 억새꽃과 칠면초가 어우러진 오솔길을 엿보다. © 이연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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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새꽃 사이를 오가며 즐기는 사람들 © 이연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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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서쪽 아파트 위로 붉은 노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구불구불한 오솔길마다 무리를 이룬 사람들과 연인들이 여전히 천천히 걷고 있다. 듬성듬성 벤치에 앉은 사람들이 지는 노을 속에서 생각이 더 깊어 보인다.
전망대 아래 넓은 잔디밭에 맘껏 뛰노는 아이들 머리 위로 행글라이더가 휘이잉 원을 그리고 사라진다. 한 외국인 가족이 억새꽃 사이로 지는 노을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멀리 아파트에 불빛이 하나둘 나타나면서 사람들은 천천히 그림자처럼 갯골을 나서기 시작한다.
소금창고 앞 염전을 지나는데 염전을 채운 소금물 속에 빛과 어둠의 경계가 있다.
▲ 염전에 비친 반영을 찍는 사람들 © 이연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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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카메라맨들이 물 속에 든 반영을 렌즈에 담으며 갯골의 가을날 하루가 저물고 있다. 잔잔하게 고요하게 그림자처럼 저무는 시흥갯골, 저무는 풍경 또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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