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갯골, 가을에 들다.

소리보다 더 큰 허공의 가슴이 고요 속으로 안내하는 시흥갯골생태공원

이연옥 | 기사입력 2015/10/27 [11:08]

시흥갯골, 가을에 들다.

소리보다 더 큰 허공의 가슴이 고요 속으로 안내하는 시흥갯골생태공원

이연옥 | 입력 : 2015/10/27 [11:08]

 

▲ 갯고랑을 두고 갯골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 이연옥

 

사진 몇 컷을 찍기 위해서 시흥갯골로 향했다. 항상 텅 비어있던 갯골이어서 무작정 갯골 안으로 자동차를 몰고 들어섰다. 그런데 주차장이 만원이다. 잔디광장에 또한 많은 인파가 어울어져있다. 시흥시 단체에서 행사를 하고 있겠지, 했는데 오류다. 각 처의 유치원이며 동문회 등 크고 작은 모임이 제각각 가을 체육대회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어떤 운동장이나 광장보다 편하고 자유로운 공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 허허벌판의 갈대와 솟대     © 이연옥

 

더 이상 갯골은 쓸쓸하지 않다. 마음껏 소리치고, 마음껏 뛰어다니고, 마음껏 사랑을 속삭이고, 마음껏 공간을 즐겨도 공해가 아니다. 모든 소리들이 공중에서 산화되어 소리보다 더 큰 허공의 가슴이 고요 속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그것이 시흥갯골이다.

 

▲ 시흥갯골생태공원 무대가 있는 잔디광장     © 이연옥

 

  어른, 아이, 오래된 사람, 젊은 사람 할 것 없이 어우러진 잔디광장이다. 광장 밖에는 텐트들이 군락을 이루고 가족들이 가을 깊숙이 든 주말을 아이들과 즐기고 있다.

 

▲ 시흥갯골 탐방로     © 이연옥

 

▲ 갯골 안으로     © 이연옥

 

  텐트군락을 지나 갯골 가장자리에 호젓한 오솔길이 아담한 조경과 함께 갯골 안으로 발길을 안내한다. 오솔길 중간쯤 잘 꾸며진 다리를 두고 갈대의 군락이 갯벌의 가을을 잔잔하게 흔들고 있다. 그 너머로 서로 다른 군락들이 발길을 이끈다. 빨간 칠면초군락. 갈대군락, 억새군락, 소금창고군락, 그것들을 끼고 갯골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 갯고랑과 칠면초     © 이연옥

 

▲ 갯골의 풍경     ©이연옥

  흐르는 갯골을 따라 칠면초들이 빨갛게 물들어 시야를 황홀하게 한다. 천천히 걷는다. 이따금 청둥오리떼들이 한꺼번에 날아올라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멀찍이 흔들탑이 억새꽃 그림자 속에 어른거린다. 다가갈수록 하얗게 피어오르는 억새꽃이 장관을 이룬다. 마치 하얗게 틀어 올린 솜사탕꽃 같다.

▲     © 이연옥

 

  밀려왔다 밀려가는 산책객들 시야를 달콤하게 이끈다. 저 은밀하게 속삭이는 억새꽃 사이에서 나는 달콤한 밀어를 듣는다. 셔터를 누른다. 높다란 흔들전망대가 억새꽃 속에서 흔들거린다. 전망대를 오른다. 오르고 또 오르고 갯골의 모든 정체가 그대로 탄로 나는 순간이다.

 

▲ 시흥생태공원 흔들전망대     © 이연옥

 

   전망대 정상에서 갯골 전체를 볼 수가 있다. 탑 아래 갯골을 지나는 서쪽으로 갈대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갈대군락 사이사이 오솔길로 사람들이 어른거리며 나타났다 갈대 속으로 사라진다.

▲ 흔들전망대에서 보는 풍경     ©이연옥

 

  아이도 어른도 연인들도 지금쯤 무어라 서로의 이야기를 터트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쪽에서 억새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지만 며칠 있으면 저쪽에서 갈대꽃들이 만개할 것이고 갯골에 바람이 불면 눈부신 빛의 또 다른 휘날레를 만나게 될 것이다. 탑에서 내려 보는 군락들 사이로 물줄기가 흐르고 그 사이사이를 오가는 오솔길들은 잘 그려진 그림이다.

▲ 억새꽃과 칠면초가 어우러진 오솔길을 엿보다.     © 이연옥

 

▲ 억새꽃 사이를 오가며 즐기는 사람들     © 이연옥

 

멀리 서쪽 아파트 위로 붉은 노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구불구불한 오솔길마다 무리를 이룬 사람들과 연인들이 여전히 천천히 걷고 있다. 듬성듬성 벤치에 앉은 사람들이 지는 노을 속에서 생각이 더 깊어 보인다.

▲ 억새꽃 사잇길     © 이연옥

 

  전망대 아래 넓은 잔디밭에 맘껏 뛰노는 아이들 머리 위로 행글라이더가 휘이잉 원을 그리고 사라진다. 한 외국인 가족이 억새꽃 사이로 지는 노을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멀리 아파트에 불빛이 하나둘 나타나면서 사람들은 천천히 그림자처럼 갯골을 나서기 시작한다.

 

▲ 갯골에 노을이 들다.     © 이연옥

 

   소금창고 앞 염전을 지나는데 염전을 채운 소금물 속에 빛과 어둠의 경계가 있다.

 

▲ 염전에 비친 반영을 찍는 사람들     © 이연옥

   많은 카메라맨들이 물 속에 든 반영을 렌즈에 담으며 갯골의 가을날 하루가 저물고 있다. 잔잔하게 고요하게 그림자처럼 저무는 시흥갯골, 저무는 풍경 또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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