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다녀 온 후
심효석 | 입력 : 2013/09/14 [05:20]
처음에는 말 그대로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100km걷기를 해본적은 있었지만 산이라는 자체가 평지가 아닌 오르막이기 때문에 한다고는 했었지만 하루에 23km를 걷는 다는 사실이 내심 걱정이 많이 되기는 하였다. 걱정은 실제가 되었다. 첫날 새벽에 걸을 때부터 몸에서 어지러운 증상 생기기 시작했다. 쓰러질 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비치는 손전등과 일전에 오기 전부터 버스에서 멀미했던 것이 겹쳐서 오는 듯 했다. 그러나 참고 또 참았다. 머릿속에 있는 감정들을 억눌렀다. 그렇게 참아내었기에 아침부터는 걷기가 쉬워진 듯하다. 그러나 아침이 되었다 한들 문제점은 나아지지 않았다. 내리막을 건너면서 수많은 벌레들이 달려들었다. 넘어지기도 하고 발목이 나갈 뻔한 적도 많았다. 끝도 없이 계속 고난이었다. 게다가 점심부터는 가파른 오르막에 급 내리막에 정말 정신이 돌아버릴 것 같았다. 속이 역류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가장 고통스러운 점은 100km걷기에서는 평지였지만 산의 오르막과 내리막은 고통이라는 감정을 잊고 생각 없이 가고 싶어도 어디에 올라야 할지 계속 생각해야 하고 어디로 내려가야 할 지 생각해야 되기 때문에 정말 고통스러웠다. 걷기는 평지라 정말 생각 없이 갈 수 있어서 고통을 잊을 수 있었는데 산은 자꾸 머릿속을 비우는 것을 방해해서 머리도 힘들고 고통도 2배가 된다. 미쳐버릴 것 같았다. 쉬고 싶다는 감정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설령 쉰다 한들 쉬고 나서 가면 10분 만에 지쳤다. 내 체력이 정말 저주스러웠다. 어떻게든 버티고 싶었다. 악을 썼다. 그렇게 겨우겨우 선두까지 쫓아왔다. 뒤처지기 싫었다. 극단적인 표현일 수도 있지만 죽는 것이 더 행복할 것 같았다.다른 사람들은 경치를 보라고 했지만 사실 경치도 그다지 보이지도 않는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고 토할 것 같은 기분에 그림에 떡 수준이다. 겨우겨우 버텨가도 다리는 점점 움직이지 않고 나는 점점 나를 실망시키게 만들었다. 뒤쳐졌다. 정말 믿기지 않았다. 왜 내가 이러고 있는지도 모르겠었다. 눈물이 나올 것도 같았지만 너무……. 너무 힘들어서 눈물도 안 나왔다. 그냥 진짜 그만두고 싶었다. 허리는 정말 말 그대로 끊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선생님에게 파스 있으시냐고 질문했더니 갔다 온다고 하고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처음엔 좀 쉬었다 간다며 먼저 가라던 일행이 너무 안와서 기다리다 보니 뒤처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잠시 쉬었다 온다던 일행의 모습은 기다려도 기다려도 보이지 않았다. 더 기다리면 안 될 거 같았다.
혼자가 되었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절벽을 보았다. 당장이라도 뛰어내려서 고통을 잊고 싶었다. 돌에 앉아서 계속 쉬었지만 좀처럼 몸은 휴식이 취해지질 않았다. 지쳤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집에 가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구해지기를 내심 바랬지만 그냥 일어섰다. 어떻게 되더라도 일단 가보려고 했다. 어떻게 해서든……. 그렇게 두 시간 반을 혼자 바위를 탔다. 결국에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겨우 숙소까지 이동한데다가 정상도 가지 못했다. 창피했다. 아무것도 내가 한 게 없는 같았다. 지리산을 갔다 온 지금도 그 찝찝함은 가시질 않는다. 아쉬움이 남는다. 다른 사람에게는 지리산을 다녀온 후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내 몸이 이렇게 약할 줄은 몰랐다. 좀 더 악을 썼으면 됬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낙오자가 돼서 방해가 되는 건 더 싫었지만……. 그래도 너무 실망스럽다. 나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지리산, 지리산은 나에게 한계를 가르쳐 주었고 나는 그것을 뛰어넘지 못하였다. 아쉽다. 그러나 다음에 올라갈 수 있다면 꼭 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생했지만 그것이 아깝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힘들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아름다웠다고 생각되었다. 정복하지는 못했지만, 지리산. 나에게 있어서는 큰 의미가 되어주었다.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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