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화는 종주하다
이상애 | 입력 : 2013/09/14 [05:10]
등산 중고등학교 시절 난 산을 왜 오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주말마다 산을 오르셨다. 늘 바쁘셨던 아버지와 함께 하기 위해선 마음에 내키지 않아도 함께 산을 올라야 했었다.
산에 대한 생각은 대학에 들어가서 친구들과 월악산을 오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예전엔 다시 내려올 것을 왜 땀흘리며 시간을 낭비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구불구불 여러 산봉우리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하고 나면 새로운 세상을 본 듯한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여러 산중에서 지리산은 내겐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대학생이었던 오빠의 천왕봉 사진을 보며 너무 아름다운 하늘색을 보고 꼭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다. 그러다 참고열람실 사서로 근무하면서 전교직원이 이사장님과 지리산을 가게 되어 처음으로 등산화를 사서신고 오른 산이 지리산이었다.
등산화의 추억
그 등산화는 결혼과 함께 16년 동안 그저 신발장에서 한 번도 나오지 못했다. 시흥에 이사하면서 산에 가끔 가더라도 운동화만 신었고 몇 년 전 늠내길을 작정하고 걷는데 멀쩡하던 등산화가 밑창과 분리가 되었다. 그 일로 새 등산화를 선물로 받았었다.
이번 지리산 등산을 위해 아이와 나는 새 등산화를 구입했다. 올 여름 제일 잘한 선택이었다. 지리산에서 바위를 수도 없이 만났는데 접지력이 약한 낡은 등산화였다면 힘들었을 거 같다. 아이는 지리산 종주를 못했지만 새로 산 아이의 등산화는 지리산을 종주했다. 아마 증도에서 해양관련 워크샵에서 받았던 등산스틱도 지리산을 종주했을 것이다.
13일 : 성삼재 휴게소 → 노고단(2.2km 1시간) → 임걸령(3.2km 1:30분) → 화개재(3.1km 1:20분) → 토끼봉(1.3km 40분) → 연하천대피소(2.5km 1:35분)(점심 12.3km 6:05분) → 벽소령(3.6km 1:30분) → 선비샘(2.3km 1시간) → 세석대피소(3.5km 2시간)(저녁 9.4km 4:30)
14일 : 세석대피소→장터목대피소(3.5km 2시간) → 천왕봉 정상(1.7km 1시간) → 장터목대피소 -> 백무동 하산 → 함양(저녁)
등산화는 종주하다
세석에서 백무동으로 200m 정도 내려왔을 때 천왕봉으로 향하는 팀에게 신발에 문제가 있어 천왕봉으로 못가는 아이가 있으니 함께 하산하라는 연락이 산악대장님에게 왔다. 다행히 그 학생의 등산화가 아이 등산화 사이즈와 비슷했다. 이건섭 산악대장님은 아이게는 슬리퍼를 주고 등산화를 들고 오르막길을 뛰셨다.
다행히 그 학생이 아이의 등산화를 신고 천왕봉을 올랐다. 얼마나 절묘한 타이밍인가! 그 학생은 전날 종주 팀이 아니었기에 아이의 등산화는 두 친구와 함께 지리산 종주를 한 것이다. 사는 게 그런 거란 생각이 든다. 때론 가다가 되돌아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과정이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순간순간 갈등과 번뇌 속에서 많은 삶의 지혜를 얻기 때문이다. 아마 나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함께 참여했던 사람들도 그랬으리라 믿는다. 천왕봉은 다음기회에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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