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맹자를 꿈꾸는 사람들, 사방백리

“영토가 사방백리이면 그것으로 왕 노릇 할 수 있습니다”

민정례 | 기사입력 2010/06/19 [15:23]

현대의 맹자를 꿈꾸는 사람들, 사방백리

“영토가 사방백리이면 그것으로 왕 노릇 할 수 있습니다”

민정례 | 입력 : 2010/06/19 [15:23]

“영토가 사방백리이면 그것으로 왕 노릇 할 수있습니다(地方百里而可以王)”
양혜왕이 말씀하였다. "진나라가 천하에 그보다 더 강한 상대가 없음은 선생(맹자)께서도 아시는 바 입니다. 과인의 몸에 이르러, 동으로는 제나라에 패하여 큰 아들이 죽고, 서로는 진나라에게 국토를 칠백리나 빼앗겼고, 남으로는 초나라에게 욕을 보았습니다. 과인은 이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여 죽은 사람을 위하여 한번 설욕을 하려 하는데 어떻게하면 좋겠습니까?"
 
맹자께서 대답하여 말씀하셨다.
"영토가 사방 백리이면 그것으로 왕노릇 할 수 있습니다.  - 양혜왕 상 5장
(梁惠王曰, 晉國, 天下莫强焉, 叟之所知也. 及寡人之身, 東敗於齊, 長子死焉. 西喪地於秦七百里. 南辱於楚. 寡人恥之, 願比死者一洒之, 如之何則可.
孟子對曰, 地方百里而可以王.) 

 
사방백리. 나라를 다스리는데 큰 영토는 굳이 필요없다는 말이다. 인의가 중시되고 사람관계를 잘 유지하고 다스리면 나라를 다스리는데 사방에 백리면 충분하다는 뜻이다. 아무리 큰 땅이라도 본질이 없으면 다스려지지 않는다. 작은 사람들이라도 인의를 중시하고 살기좋은 나라를 만들면 이웃 나라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영토가 저절로 커지고 백성도 늘어난다.


시흥에 고전을 공부하는 모임이 있다. 모임의 이름도 맹자의 말씀에서 땄다. 사방백리. 영토가 사방에 백리만 되어도 그것으로도 왕 노릇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맹자가 말한 사람 중심의 인과 의로서 함께할 수 있는 작은 공동체 사방백리.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상을 본떠 시흥도 사람 중심의 지역공동체를 이뤄보자는 뜻이다.
 
사방백리는 지난 해 평생학습센터에서 주관한 커뮤니티 비즈니스 공공리더 교육 1기 수료생들이 교육이 끝나자 새롭게 만든 공부모임이다. 지역의 새로운 상상력, 새로운 꿈을 위해 인문학 학습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인식으로 모임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맹자였을까. 공공리더 1기 모임의 회장 문희석 원장은 “인문학과 관련된 강좌나 책도 많지만 인문학의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은 고전이라 생각했다”라며 맹자를 공부할 것을 제의했다.
 
하지만 누가 온통 한자로 도배된 맹자를 번역하고 풀이하고 현대적으로 해석해줄 수 있을까. 그래서 가까운 곳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한문학 전공자가 있었고 흔쾌히 수락했다.
 
매월 1,3주 화요일 저녁에 모여 맹자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교사, 문인, 한의사, 주부, 시민단체 등 직업도 제각각이다. 평균나이 40 이상이지만 고전을 공부하는 열의만큼은 학생들 못지 않다. 소래고 기숙사 인재숙에 위치한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나오면 옆에는 고등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어느 새 학생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학습 태도도 적극적이다. 자유롭게 얘기하고 토론한다. 간혹 한자 문구를 읽어보라고 할 땐 당황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열성적으로 공부한다.
 
맹자 공부 모임 카페 “맹자집주”에는 공부를 마치면 그날 배운 문구와 관련된 글이 속속 올라온다. 경전의 문구를 스스로 해석하고 정리하는 것이다. 매번 두 장 정도의 짧은 문장을 공부하니 부담도 없다. 이 속도로 나가면 1년 반에서 2년 정도 걸릴 거라 예상한다.
 
맹자를 다 읽고 나면 사람들은 어떻게 변화할까. 문희석 공공리더 1기 모임 회장은 “인문학 중심으로 내면의 세계와 현실의 모순을 근본적으로 터득하여 지역의 공공리더 역할을 한다면 사람 중심의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모임에는 한자를 몰라도 상관없다. 조금만 찾아보면 번역과 해설이 된 자료를 찾을 수 있어 공부하기도 용이하다. 조금씩 천천히 긴 호흡으로 문장의 의미를 세기며 맹자를 읽고 나면 어느 새 한자 실력도 쭉쭉 늘어나 있을 것이다.
 

 "왜 맹자를 읽어야 할까"
 
공공리더 1기 수료생들의 학습모임에서 문희석 회장은 맹자를 제안했다. "인문학과 관련된 서적도 많고 논리도 많이 세분화되어 있지만 그 중 고전이 가장 본질에 가깝기 때문"이다.
 
문희석 회장은 한의학을 전공한 덕분에 대학 때부터 한자를 자주 접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 고전과 가깝게 지냈다. 지금껏 혼자 틈틈히 공부해 오다 이런 고전 학습모임이 생겨 정말 좋다고 얘기했다.
 
-왜 맹자를 공부해야 하는가
대부분 사람들이 맹자를 정치철학적 체계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유심론에 가까운 마음 공부를 할 수 있는 사상이다. 현상을 보고 재단하는 격식이 아닌 내면의 마음을 들여다 본다.

근대 논리적 서적과는 다르다. 마음 세계를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맹자의 가장 뛰어난 점이다. 맹자가 달변이었던 것은 많이 상대의 마음을 읽어 대화를 했기 때문이다.
 
-맹자를 공부한 후 변화된 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현재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도 욕심이 점차 사라짐을 느낀다. 인과 의가 기본이 되야 이익을 구하는 것을 초장부터 배우고 들어간다. 마음 속 욕심을 초반부터 된통 맞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인문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모두들 맹자 공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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