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그림과 음악으로 하는 명상

독서문화프로그램, 도서관에 놀러 왔다가 뜻밖의 동기가…

이상애 | 기사입력 2022/06/01 [22:30]

책과 그림과 음악으로 하는 명상

독서문화프로그램, 도서관에 놀러 왔다가 뜻밖의 동기가…

이상애 | 입력 : 2022/06/01 [22:30]

 

▲ 책과그림과음악으로하는명상 활동지  © 시흥장수신문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는 창의성과 융합이다. ‘책과 그림과 음악으로 하는 명상’은 학업에 지친 학생들에게 힐링을 목적으로 2012년에 만든 융합교육 프로그램이다. 엘런 랭어 하버드대 교수는 "창의성이란 기존의 틀을 깰 수 있도록 마음이 굳어 있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책과 그림과 음악으로 하는 명상’의 주된 의도는 음악을 통한 마음의 휴식뿐만이 아니라 책과 그림과 음악을 융합하여 창의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단순히 활자화된 지면에서 정보를 얻는 고전적 독서에서  탈피하여 그림과 음악의 다양한 형태로 접목시킴으로써 단조로운 독서에서 폭넓은 사고로의  전환을 학생들이 스스로가 찾아갈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함이다.

 

2012년 대부분의 학교도서관은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그 당시에는 어렵게 마련된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기획해도 비용이 삭감되어 칼라 프린트 토너도 제대로 마련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학생들이 그림을 흑백으로 보게 되면 원색에서 오는 감흥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경기도교육청 우수문화체험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책과 그림과 음악으로 하는 명상’이 선정되어 학생들에게 선명한 그림의 활동지를 배포할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책과 그림과 음악으로 하는 명상’ 진행 과정 

참여자는 학습이란 무게를 벗어나 놀러 오듯이 도서관에 찾아오기만 하면 된다. 그날 주제와 관련된 책과 그림과 음악에 대한 활동지를 마련하고 학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도서관의 몫이다. 활동지의 내용은 참여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책과 음악, 그림 이 세 가지 항목을 하나의 주제로 구성한다.

 

처음에는 주제를 알려주지 않고 음악과 함께 눈을 감은채 명상으로 시작한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듣게 하는 것은 시각이 간섭하면 명상의 효과가 반감되기에 의도적으로 다른 감각을 배제하려는 의도이다. 그러고 나서 들었던 음악에 연관된 그림을 화면으로 보여준 다음, 지도자는 음악과 그림에 관련된 도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참여자는 자기의 관심사나 수준에 맞게 책, 그림, 음악 중 한 가지 또는 두세 가지를 통합하여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활동지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면 참여자 A는 그림만으로 글쓰기를 한다거나, 참여자 B는 음악을 위주로 글쓰기를 하고, 참여자 C는 책·그림·음악을 통합하여 연관 지어 글쓰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개별적 방법과 한 참여자에게 차츰 시간의 횟수를 늘려서 한 가지 분야에서 점차 세 분야를 통합하여 글쓰기가 가능하게 하는 시간적 방법을 고려하여 지도한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하는 턴테이블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시간은 보통 10여분 남짓이다. 소래고에서는 참여자가 실제로 접해 보지 않은 턴테이블을 준비하여 흥미를 유발함과 동시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할 수 있도록 하나의 턴테이블에 같은 음악을 각기 다른 세 종류인  LP판·카셋테입·CD를 비교하며 들어보게 유도했다. 디지털 시대에 태어나 아날로그 라이프를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은 레코드판과 턴테이블을 신기하게 바라봤고 Lp판에 바늘을 올리는 것도 낯선 경험들이었을 것이다. 의외로 많은 학생들은 특히 LP판을 선호했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세 종류 중에서 시기적으로 가장 먼 종류의 기록기였고 다른 기기와는 색다른 음색의 ‘거칠지만 따뜻하고 풍성한’ 느낌이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 책과그림과음악으로하는명상 일정표  © 시흥장수신문


이 학습은 2012년 5월부터 시작하여 연말까지 45개의 주제로 약 120회를 운영하였고, 이듬해에는 독서영역을 인문, 사회, 과학, 예술 4개 분야로 세분, 확대하여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2회씩 주 4일 실시했다. 이 학습은 예상외로 많이 참여했는데, 도서관 모둠학습실 지정좌석 30석을 모두 채우고도 서서라도 듣겠다는 학생들의 열의가 넘쳐나서 인문분야 참여 학생은 정원의 4배 정도 되는 120명이 넘는 적도 있었다. 이같이 높은 참여율의 결과로 2013년 한 해에 ‘책과 그림과 음악으로 하는 명상’에 총 400여 명이 참여하는 폭발적 호응에 힘입어 알찬 수업이 진행되었다.

 

2013년에 정원이 넘는 학생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나온 또 다른 배경은 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한 학생이 자기 주도적 활동지로 국내 유명한 미대에 진학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부터이다. 이 학생의 성공적인 전략은 그날의 주제에 맞춰 타켓팅을 하고 그림과 화가를 각각 나열하지 않고  이를 통합하여 활동지에 작성하였는데, 융복합 사고로써 그림을 해석하고 나름의 시각으로 재구성하여 풀어간 것이 입시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이 독서방법은 융합과 통합의 시대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독서는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에게 요구되는 역량들을 키우기에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언급했던 책들이 대출이 많이 되었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큰 보람이었다. 본인의 관심과 흥미가 없는 일에는 전혀 움직이지 않은 요즘 학생들에게 짧은 시간에 잠시 놀러 왔다가 독서에 대한 동기를 얻고 학생 스스로 과제나 진로 등에 대해 자발적 사고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면 도서관에서는 시도해 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글은 월간 아침독서 2021년 4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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