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개떡-

김민지(김순기) | 기사입력 2020/05/19 [12:15]

-쑥개떡-

김민지(김순기) | 입력 : 2020/05/19 [12:15]

    -쑥개떡-

 

  © 김민지(김순기)

  기다리던 비가 내렸다. 푹석했던 땅이 젖어서 촉촉하다. 나무 색깔이 진 연둣빛으로 달음질치고 있다. 나만큼 비를 기다렸는지 식물들이 활짝 웃는 모습이다. 종일 내리던 비가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지다가 그쳤다. 점심 무렵 친구가 쑥 뜯으러 가자고 전화를 했다.

  올봄에 양지산과 갯골로 산책 갔다가 쑥을 뜯어와서 부침개를 해 먹었다. 작은 딸과 남편도 쑥 뜯는데 동참해서 그런지 맛있다고 연거푸 폭풍 칭찬이었다.

 

  친구와 약속한 장소로 서슴지 않고 가방을 둘러매고 갔다. 지금도 혼자서는 찾아갈 수 없는 곳이다. 친구의 지인이 하는 농장인데 엄청 크다. 사방이 산이어서 공기도 좋고 깨끗하다. 이천 평 가량의 밭이 비워있다. 그 빈 공간을 자연스럽게 쑥과 토끼풀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 우리는 흩어져서 쑥을 뜯었다. 뻐꾸기 소리가 고즈넉한 시골 분위기에 합류한다.

 

  내가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런지 계절마다 뭔가를 찾는 나와 마주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나는 호미와 창칼을 들고 살았다. 계절이 내어주는 먹거리를 찾아서 보물찾기 하듯 들판과 산을 쏘다녔다. 그 작은 수고가 입을 즐겁게 했다.

 

  친정엄마의 손은 요술방망이 었다. 계절에 나오는 식물로 다양한 음식을 해 주셨다. 봄이면 질리도록 먹었던 쑥개떡은 지금처럼 쌀가루가 아닌 밀가루였다. 가마솥에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놓고 베보자기를 깔았다. 그 위에 동글 납작하게 만든 쑥개떡을 얹었다. 가마솥이 눈물을 흐리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 곁에서 입맛을 다셨다. 사실 철마다 해 주시던 개떡은 배고픔을 달래주는 간식이면서 주식이기도 하였다. 일일이 손으로 해야만 했던 쑥개떡은 엄마의 노고와 사랑이 담겨있었다.

 

  내 몸이 그 맛을 기억하는지 봄이 오면 엉덩이가 들썩인다. , 냉이, 달래, 씀바귀 등을 캐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다. 올봄에도 친정아버지 산소 근처에 가서 냉이를 캐왔다.


  © 김민지(김순기)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뜯은 쑥이 시장 가방을 채우고 넘쳐났다. 집에 돌아와서 쑥을 다시 다듬고 해서 삶았다. 그리고 잠자리 들기 전, 5되를 씻어서 담가 놓았다. 다음날 삶은 쑥을 꼭 짜서 쌀과 가지고 방앗간에 갔다. 방앗간에서 찧어 주고 치대서 일회용 비닐봉지에 나누어 담아 주었다. 네 덩어리다. 마음이 가득하면서 뿌듯하다.

 

  남편과 앉아서 나는 쑥 반죽을 한 주먹씩 뜯어서 동그랗게 만들었다. 남편은 동그랗게 만든 쑥 반죽을 접시로 꾹 눌러 줬다. 같은 모양의 쑥개떡을 냉동고에 넣어서 얼렸다. 쑥개떡 좋아하는 두 딸이 오면 나누어 주려고.

 

  맛보기로 다섯 개를 쪄서 먹었다. 남편이 참 맛있다고 하는 소리가 쑥 향기에 묻힌다. 집 안 가득한 쑥 향기로 제대로 봄을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연어의 귀소본능처럼 내 입맛도 봄 날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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