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우리마을 이야기, 多談

‘신현동 문화마을다담’ 3년 활동과 의미

유서원 | 기사입력 2020/03/26 [12:09]

그 많은 우리마을 이야기, 多談

‘신현동 문화마을다담’ 3년 활동과 의미

유서원 | 입력 : 2020/03/26 [12:09]

잊혀가던 마을이야기 발굴하고

집앞에서 공연 즐기는 묘미 심고

 

▲ 2019년 복원된 6담인 서편장승백이  © 다담 제공

 

마지막 콘서트가 열렸다. 신현동 사람들은 물론 어느새 시흥의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름이 된 신현동 문화마을다담3년의 활동을 마치는 마지막 행사를 지난 1130다담 마지막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진행했다.

지난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한 문화특화지역 조성 사업에 선정되면서 사업을 시작한 다담. 신현동 주민들이 발굴한 지역의 특색 있는 자원 및 이야기 신현8이 공모의 발판이 됐으며 3년간 총 5억 원의 국비지원이 뒤따랐다.

 

▲ 2019년 복원한 1담 동편장승백이  © 다담 제공

 

공동체의 삶과 소망이 담긴 신현8

시설이 아니라 이야기로 접근하기 위해 1년 넘게 발로 뛰며 마을이야기를 발굴했다는 다담의 첫해 활동가 박춘원 팀장.

신현동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주민들과 박 팀장이 함께 발굴한 신현8담 중 1담은 새우개 마을 초입의 지하여장군과 동방축귀대장군(동쪽에서 오는 액운을 막아준다는 의미)인 동편장승백이다. 마을사람들이 당제를 지내던 동편마을 우물(2), 당집을 비롯해 바닷바람을 막아주고 배들의 등대 역할을 했던 500년 된 은행나무와 느티나무(3) 등 오랫동안 마을과 함께 해 온 자연물에 담긴 스토리도 발굴했다. 신현동의 유일한 학교인 포리초등학교 주변에 많은 예산을 들여 아트워크 숨결문(4)을 조성했지만 진가를 알아보는 이들이 적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규모가 제법 크고 보존상태도 양호해 주목받고 있는 방산동 청자·백지요지(5), 서편장승백이(지하여장군, 북방축귀대장군)와 소나무(6)도 빼놓을 수 없었다. 포동 시민운동장 내 야외공연장 다담뜰(7),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포동 태산아파트 지하를 시가 매입해 리모델링한 문화공간 학미소풍(8)도 이름을 올렸다.

 

▲ 다담 사업을 계기로 창단된 신현동 3세대 합창단  © 다담 제공

 

3세대 합창단의 탄생

지난 3, 신현8담에서는 기존에 신현동에서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공연과 체험 등이 활발했다. 다담은 창의적인 기획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선보였고, 주민이 주도하는 사업에 여러 방법으로 협찬하기도 했다.

20188월 주민들이 뜻을 모아 오랫동안 중단됐던 새우개 당제를 12년 만에 부활시키자 다담은 이를 기록집으로 담아냈다. 이듬해에는 새우개 동편장승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자 주민들이 장승 복원을 추진했고 다담도 사업비를 지원하며 동참했다.

다담은 매월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날을 기획해 오케스트라 연주회, 마임공연을 비롯해 콘서트와 강연, 체험 프로그램도 열었다. 경로당을 직접 찾아가거나 학미소풍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다담시네마 소풍은 의외로(?) 어르신들의 사랑을 톡톡히 받았다. 다담 활동가들은 추억을 소환하는 옛날 영화를 많이 보여드렸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방산동 가마터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도자기 빚기 체험을 열고, 방학에는 다양한 특강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집밖으로 불러냈다. 다담 문화아카데미를 기획해 마을 사람들이 통기타를 치고, 마술을 익히고, 춤을 추고, 캐리커처와 드로잉을 배우도록 했다. 이런 과정에서 3세대 합창단이 탄생했고 할머니와 엄마, 아이들이 혼합된 합창단은 신현8담 축제 등에 참여해 실력을 뽐냈다.

 

▲ 다담 싱기방기 체험전  © 다담 제공

 

우리동네에서 연극을 본다는 것

중학생 딸 둘을 키우고 있다는 김원희 씨는 다담이 기획한 프로그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주민센터 강당에서 공연한 연극이었다. 관객을 무대 위로 불러 함께 참여시키는 부분도 좋았고, 외진 동네에서 접하기 힘든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어 무척 기뻤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학원가기 전에 잠시 들러, 어른들이 일하다 말고 쫓아와서 공연을 보고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자 즐거움이었다고 덧붙였다.

 

다담의 조미옥 회계팀장은 아무것도 모르고 열정과 욕심만 넘치는 상태에서 다담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무슨 프로그램을 진행하건 사람이 많이 와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대단했다. 진행하면서 그게 중요한 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노년층이 많고, 다른 마을에 비해 아이들이 즐길 문화가 적은 신현동에서 지치지 않고 꾸준히 을 깔았고, ‘도 생겼기 때문에 서서히 자신감을 회복한 것이다. 운영진으로서 무엇보다 의미 있고 감사한 건 말로는 바쁘다하면서도 영화나 아카데미가 끝나고 나면 정말 재밌다, 고맙다 하면서 손을 잡아준 어르신들이라고 한다. 조 팀장은 다담 사업은 끝을 맺지만 경로당 어르신들을 찾아가 보드게임을 함께하고 싶어 현재 보드게임 지도사 자격증 과정을 이수 중이라고 귀띔했다.

 

▲ 다담뜰 콘서트     ©다담 제공

 

변방에 문화를 심고 발굴한 3

다담은 최근 신현동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사진 및 마을 사람들의 인터뷰로 기록한 <새우개 너머 걸뚝>을 출간했다. 미산동, 방산동, 포동을 아우르는 신현동의 법정동을 비롯해 여러 자연마을의 전경이 담겨 있다. 바다와 염전, 호조벌이 어우러진 신현동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옛 사진과 당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다담의 활동이 마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소외된 마을에 문화를 심고 발굴하기 위한 3년의 여정을 거치며 이제 신현동은 신현동만의 고유한 색깔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 도전의 과정과 결과는 다른 마을에서도 의미 있게 톺아볼 만하다.

행정이 주도하지 않고 신현동 주민인 우리 스스로움직이며 사업을 이끌어 온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했다는 다담 운영진의 말은 민관이 함께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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