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방식을 생각하게 한 <쑥부쟁이> 연극

극단 기린 제33회 정기공연 <쑥부쟁이>연극을 보다

최영숙 | 기사입력 2019/10/04 [13:18]

죽음의 방식을 생각하게 한 <쑥부쟁이> 연극

극단 기린 제33회 정기공연 <쑥부쟁이>연극을 보다

최영숙 | 입력 : 2019/10/04 [13:18]

▲ 아내에게 춤을 청하는 태호     ©최영숙

 

인간에게 시간차만 있을 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죽음이다. 어젯밤 아들이 사진을 보냈다. 그 사진 속에는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손녀에게 용돈을 주시며 활짝 웃고 계셨다. 잊고 있던 엄마와의 추억과 떠나실 때의 모습까지 한순간에 지나갔다. 나 또한 시간이 되면 엄마와 만날 것이다.

 

10311시 시흥 ABC행복학습타운 어울림 소극장에서 극단 기린 제33회 정기공연 <쑥부쟁이>연극 리허설을 보았다.

 

연극 <쑥부쟁이>는 말기 암을 앓고 있는 아내와 그의 남편의 고민을 담은 이야기이다.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축제를 벌이며 삶을 정리하는 80대 노부부의 깊이 있는 사유를 서정적으로 풀어낸다. 아름답고 완전한 삶은 어디까지일까. 생의 마무리는 어떻게 해야 될까. 안락사, 존엄사를 넘어 새로운 죽음의 방식에 대한 제안이다. 관객들에게는 깊이 있는 사유의 계기와 열띤 토론의 장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안내했었다.

 

▲ 소령이와 엄마 신혜가 반려견 별이를 돌보는 장면     © 최영숙

 

늘 묵직한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극단 기린의 작품들을 보았기에 이번 <쑥부쟁이>는 어떠 할까 궁금했다.

 

무대 위에는 두 개의 의자가 있었다. 말기 암 환자인 진희와 남편 태호가 등장했다. 진희는 누군가를 위해 뜨개질을 하고 있다. 털실이 마치 세상과 연결된 끈 같았다. 진희는 자신이 세상을 뜬 뒤의 남편을 염려한다. 아는 동생을 남편의 아내로 맞아 남은 생을 외롭지 않게 살기를 원했다.

 

여섯 살 증손녀 소령이는 반려견 별이가 늙어 병을 앓고 있는 상황을 두고 혼란에 빠져 있다.엄마 신혜는 소령이에게 죽음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건.... 별이가 소령이에게 꼬리쳐주지 않는다는 것. 따뜻하게 안아줄 수 없다는 것. 영영 헤어지는 것.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는 것. ...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 없는 것. 더 이상 웃어주지 않는다는 것. 함께 밥을 먹을 수 없다는 것. 불러도 대답이 없다는 것. 보고 싶어도 와 주지 않는다는 것. 함께 노래하고 춤출 수 없다는 것. 함께하던 것들을 혼자 해야 한다는 것. 외로워하지 않겠노라 다짐하면서도 한없이 외로워지는 것. 그 사람의 빈자리가 익숙해지는 것. 앞으로 편지는 눈물로 써야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엄마 신혜는 고통스러워 하는 별이를 보고 지켜볼 것인지, 편히 보내야 하는지를 소령이가 선택하게 한다.

 

▲ 태호가 아내와 생을 마무리 한다는 것을 알고 만류하며 화를 내는 민재     © 최영숙


태호는 아내의 안락사를 준비하고 자신도 함께 죽음을 준비한다. 그의 친구는 강하게 말린다. 태호는 죽음은 삶의 뒷문이고, 삶은 죽음의 앞문이에요. 삶과 죽음은 어디론가 연결되어 있어요. 나는 그 연결 통로를 우주에 연결한 거예요. 지구별에서의 삶은 우주선이 잠깐 머물다 가는 정거장이랄까. 이게 내 신념이에요.” 고 한다.

 

진희도 남편이 선택한 죽음의 방식을 반대하지만 나중에 조용히 받아들인다.

 

▲ 논오는 날 소령이가 반려견 별이 무덤에 놓을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모습     © 최영숙


첫눈 내리는 날 소령이는 별이 무덤에 눈강아지를 만들어 세워주기 위해서 눈덩이를 굴리고 있었다. 민재는 술집으로 태호를 불러내기 위해 연신 전화를 건다. 진희와 태호의 거실은 휑하니 비어있었다.

 

▲ 텅빈 무대     © 최영숙


연극이 끝났다. 혼신을 다해 자신의 배역에 빠진 배우들을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생의 마지막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무겁게, 또 가볍게 이끌어 가는 진희와 태호, 별이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 눈물짓던 소령이,  친구의 선택에 불 같이 화를 내며 만류하던 민재, 모두 살아 움직였다. 연극이 끝나고도 여운이 진하게 남겨졌다. 배우들이 무대로 나와서 인사를 했다.

 

이상범 (극단 기린 대표)는 연출의 글 꽃은 어쩌라고에서 다음과 같이 남겼다.

 

“1. <쑥부쟁이> 대본을 마무리하던 차에 아흔여덟 아버지께서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외줄타기를 시작하셨습니다. 응급상황 속에서 의사는 연명치료 의사를 물어왔고, 저는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손잡아드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사인하세요.” 내미는 각서를 받아들고는 순간 멈칫했습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당부하셨고, 자식들 또한 그것이 순리다 뜻을 모은 상황이었습니다만 조금이라도 더 사실 수 있는 기회를 자식의 입장에서 저버린다는 것은 분명 도리에 어긋나는 일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불 뒤집어쓰고 눈물로 용서를 구해야 할 날들이 얼마런지요.

  

▲ 이상범 대표 리허설 지켜보다     ©최영숙

 

 

2. 처음에는 저도 착각했습니다. 노인의 죽음을 노년의 문제로 오해했습니다. <쑥부쟁이>를 노인의 문제로 접근했습니다. 그러나 각서에 서명하는 순간, 궁극적 결정은 내가 해야 하는 거구나, 아버지는 아무것도 하실 수 없구나 하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작품은 수정되어야 했습니다. <쑥부쟁이>는 어린이, 청년에게나 유효한 질문이었습니다. <쑥부쟁이>는 아동·청소년극입니다. 장년은 이미 늦습니다. 노년은 늦어도 너무 늦습니다. 노인을 향해서는 불경이요, 천하의 불효요, 패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쑥부쟁이>가 제기하는 물음은 오랜 준비 없이는 절대 답할 수 없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노년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종교적, 윤리적, 의학적 확신과 전통을 향해서도 <쑥부쟁이>는 무모한 도전장이 될 게 뻔합니다. , 저주는 달게 받겠습니다. 기꺼이 돌팔매질 당하겠습니다. ‘네 할 도리를 다하라는 작가, 연극쟁이로서의 소명을 거절할 수는 없기에 말입니다.

  

3. 인간에게 의미 있는 생은 어디까지 일까요. 어디까지가 아름다운 생일까요. 지구별은 백이십, 백오십을 꿈꾸는 인간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까요. 거기에 새 생명이 끼어들 자리는 있을까요. 새 생명을 키워낼 여력은 있을까요. 꽃에게 내어줄 자리는요. , 나비와 나눌 자리는요. 지구별이 위태롭습니다. 인간에게 인생관의 수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4. 부디 죽임당하지 않고, 죽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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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방식에 따라, 죽음을 대하는 각자의 종교나 철학에  따라 호불호가 갈라질 듯했다. 그러함에도 우리가 모두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죽음을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깊게 바라보게 했다.

 

▲ 태호와 진희     © 최영숙

 

연극 <쑥부쟁이>34시 공연에 본 전순애 시민은 살아가면서 문득 죽을까 두려워한 적은 있었다. 그런데 누구나 겪어야 하는 죽음 앞에서 스스로 언제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쑥부쟁이는 마주하기에 불편하고 힘들게 다가오는 자살을 다른 시각에서 재해석하고, 우리가 자신의 삶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이끈다.

 

잘 살기못지않게 잘 죽는 것도 우리 삶의 과제이다. 쑥부쟁이를 보며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젊었을 때 일도 참 많이 하셨는데, 나이 들어 여기저기 아프고 기억력도 흐려지고 할 일도 줄어들면서 우울감과 혼란을 겪고 계신다. 대신해드릴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옆에서 지켜보기에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이제 나도 어느덧 죽음이라는 문제를 가까이 바라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우리가 죽어서 무엇이 될까. 쑥부쟁이 한 송이로, 또는 자유로운 구름이나 바람이 되어 다시 누군가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내 존재의 의미 또한 남다르지 않겠는가.”고 했다.

 

▲ 단체사진을 담다     © 최영숙

 

박종남 시민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어요. ‘웰다잉고통을 참기보다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에 동의는 하지만 내게 닥친 일이라면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의문표. 고통 없는 죽음을 기도하고 노래 부르는 어르신들. 특히 울 엄마의 염원이 이해 가는 시간이었어요.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라 중간중간 웃음도 나왔어요. 울다 웃다 했습니다.”고 했다.

 

연극이 끝나고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다. 내 삶의 마무리는 무의미한 연명 치료 거부를 건강보험공단에 접수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 방문하지 못했다. ‘대문 밖이 저승이라고 늘 생각하면서도 잊기 때문이었다. 연명 치료를 위해 주렁주렁 달린 호스와 함께 세상을 떠난 어르신들을 보고 내린 결론이었다.

 

언니가 말기 암으로 몇 년 전 세상을 떠났다. 깊은 고통 속에서도 남겨진 짧은 삶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했던 언니의 삶을 보았다. 그 또한 언니의 귀한 선택이었다.

 

▲ <쑥부쟁이>아내의 눈물을 닦아주는 태호     ©최영숙

 

세상에 정답이 있던가! 싶었다. 자신의 정신이 가장 온전할 때, 할 수 있을 때 자신의 마지막 방식을 정해두는 것이, 이 또한 속수무책으로 다가오는 죽음의 방식에는 어쩔 수 없겠지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 하다 다른 일정에 못한 무의미한 연명 치료 거부부터 접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마지막, 소소하고, 또한 위대한 완결을 위한 방법을 찾게 하는 시간이었다.

 

 공연은 103일부터 6(평일 오후 8, 주말 및 공휴일 오후 4)까지 이어지며, 사전 예약은 전화(극단 기린 031-317-0419)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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