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에서 함께 재미있게 살아 봅시다"

마을교육자치는 교육부분에서 시민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하는 것

민정례 | 기사입력 2019/06/07 [17:41]

"시흥에서 함께 재미있게 살아 봅시다"

마을교육자치는 교육부분에서 시민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하는 것

민정례 | 입력 : 2019/06/07 [17:41]
마을교육자치는 교육부분에서 시민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하는 것
시민 한 사람의 생애에 따른 교육적 수요를 통합 지원
 
2010년 장곡중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고 시흥에 혁신교육의 바람이 불어온지 10년째. 그 이듬해 시흥은 초, 중, 고 23개교를 포함하는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되었다. 혁신교육지구 시즌1,2를 거치며 학교문화 혁신, 마을교육공동체 구축,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 운영 등 다양한 사업들을 펼쳐왔다. 시흥시와 시흥시 교육지원청이 협력하는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의 지원 속에 마을마다 꿈의학교가 만들어지고, 시흥의 주요 기관들은 창의체험학습의 장소가 되었다. 학생들은 마을로 나오고, 마을 사람들은 학교로 들어가며 학교의 담장이 낮아졌다.
 
그리고 이제 시흥의 교육은 혁신교육지구를 넘어 ‘마을교육자치’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마을' ‘교육' ‘자치' 세 단어 각각 익숙하지만 세 개를 합쳐 합성어를 만들어 놓으니 무슨 말인지 언뜻 감이 잡히지 않는다. 마을자치인지, 교육자치인지, 마을교육인지 한 번에 떠오르는 형태가 없다. 이 익숙하고도 낯선 단어 조합의 묵직함은 아마도 제일 끝 단어 ‘자치’에서 오는 어감 때문일 것이다.
 
마을교육자치가 뭔지,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김송진 행복교육지원센터팀장과 박현숙 주무관을 만났다. 참고로 박현숙 주무관은 시흥시교육지원청 소속으로 센터에 파견나와 있다.
 
마을교육자치가 뭐에요?
 
마을교육자치가 뭐냐는 질문에 박현숙 주무관은 자치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했다. “원래 자치가 자기가 스스로 하고 스스로 다스린다는 의미잖아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 원칙이죠. 스스로 자신을 강제하기 때문에 남에게 지배를 당하지 않는 거죠."
 
마을교육자치와 민주주의가 무슨 상관이냐고? 마을교육자치는 한 마디로 위에서 정해 내려오는 교육이 아닌, 교육주체들이 원하는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교육부가 정하고 이를 각 시도 교육지원청을 통해 일선학교까지 전달한다. 위에서 아래로 하달되는 교육정책으로 전국이 똑같은 교과목을 똑같은 시간동안 똑같은 교육을 받는다. 비슷한 시험을 치고 모두가 입시라는 한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이 체제 속에서 재량권이 가장 많은 학교 교장은 학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관리자일 뿐이다. 교육하는 교사도, 교육을 받는 학생들도 아무런 선택권 없이 묵묵히 교과서 위주로 수업이 이뤄진다.
 
이를 극복하는 하는 것이 교육자치이다. 학생, 학교장,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등 교육주체들이 지금 이 시점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교과목을 선택하고 교과이수시간도 결정하는 것이다. 흔히 선진국형 교육이라 소개하는 학교에서는 교사가 교과서를 정하고(혹은 교과서가 없을 수도 있고), 토론식이든 조별활동이든 수업방식을 정하는 등 교사에게 많은 재량권을 주는 형태로 나타난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교육관계자 등 교육주체가 어떤 교육을 필요로 하고 원하는지는 지역마다, 학교마다 다 다르다. 예를 들면 다문화와 관련한 교육이 정왕본동 같이 다문화 밀집지역이나, 결혼이주여성이 많은 농촌지역이나 다문화 가정이 많지 않은 도시지역이나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
 
즉 교육자치라고 해서 갑자기 교육과정이 변화하거나 학교나 교사에게 재량권을 대폭 넘겨주거나 현재의 교육 틀을 확 바꿔버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교육자치를 이루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것들부터 교육당사자들이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마을교육자치는 그 마을에 있는 교육주체들이 모여 필요한 교육을 논의하고 결정하고 실행한다. 그 틀이 각각의 교육주체가 모이는 마을교육자치회이다.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 박현숙 주무관     © 민정례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 김송진 팀장     © 민정례

학교와 마을, 사람의 만남-마을교육자치회
지난해 시흥은 장곡동, 정왕동, 군자동 세 곳에 마을교육자치회를 운영했다. 마을교육자치회에는 학교장, 교사 등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 마을의 기관 등 아이들의 교육을 논의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다. 
 
김송진 팀장은 “교육을 논의하는 주체가 중앙이 아닌 마을과 학교 단위로 내려오면 찾을 수 있는 것이 많아져요. 아이들에게 인성이 필요한지, 상담이 필요한지, 학부모에게 멘토가 필요한지 등 마을마다 문제점을 찾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함께 모여 논의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사람이 모여 서로가 가진 고민을 나누니 해야할 일들이 생겨난다. 장곡동의 경우 내가 사는 마을을 제대로 알고 공부하자는 취지에서 마을의 신문사와 함께 마을교과서를 만들었다. 
 
정왕동의 경우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한국어에 능숙한 이주여성을 수업 보조 교사로 활용해 그 나라의 언어로 수업내용을 설명해 준다. 단순히 한글 배우기, 다문화 체험하기를 넘어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수업을 진행한다.
 
예산을 지원하는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가 마을교육자치회에 요구하는 것은 하나다. 사람을 남기는 것. 서로 얘기를 나누고 교류하고 마을과 학교의 문제점과 욕구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서 당사자들에게도 사업하지 말라고 한다. 마을, 학부모, 학교, 학생 모두 욕구가 있다. 일단 다 모여서 욕구들을 얘기하라고 한다. 
 
김 팀장은 “행정에서는 성과를 남기지 않는 일이 조심스러운 부분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시범사업으로 봐요. 왜냐하면 실패해도 괜찮으니까. 사람만 남아 있으면 된다고 봐요. 우리는 이러한 일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성공이에요”라고 말했다. 이렇듯 행정이 조심스러운 이유는 눈에 보이는 지표나 성과에 연연하다 자칫 학교를 포함한 마을에 간섭하고 재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돈 조금 지원하면서 갑질한다는 소리는 안듣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렇듯 교육을 논의하는 규모가 마을 단위와 마을 안 학교이기 때문에 마을교육자치이다. 도 교육청의 교육감을 임명직에서 선출직으로 바꾼 것만으로 지방교육자치를 얘기하던 10년 전에 비하면, 범위는 좁아지고 일의 규모는 다양해졌고 또 훨씬 더 직접적이다.
 
시흥의 마을마다 마을교육자치회를 구축하고 자치회를 중심으로 교육의 논의가 이뤄지면 현재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의 역할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창의체험학습, 꿈의학교, 학부모교육 등 행정적인 지원과 의사결정을 해왔다면 역할은 줄이되 범위는 넓어질 것이다. 마을교육자치회가 중심이 되고 센터는 자치회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지원하게 된다. 더불어 주민자치, 평생학습 등 마을과 교육에 관련해 협의해야 하는 부분을 통합해 나갈 것이다.
 
이는 부서 통합이 아닌, 중복되는 업무들을 조정하고 상시 협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 부서에서 담당자가 파견되어 나올 수 있고, 사업별 주제별로 협의체를 구성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센터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떠나지 않는 마을
마을교육자치회가 활성화되고 다양한 교육들이 실현되면 시흥은 어떻게 될까. 김송진 팀장은 아이들이 교육 때문에 더이상 떠나지 않는 마을, 떠나 있더라도 성인이 되었을 때 다시 되돌아 오는 마을이 될 거라 기대한다. 
혁신학교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배움을 즐거워하면서 공동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경험이 학부모와 지역의 요구로 이어져 결국 장곡고등학교를 혁신학교로 이끄는 힘이 되고 한 마을에서 혁신 교육이 확대되는 것을 봤다. 김 팀장은 “지역과 사람을 알면 알수록 떠나기 힘들어요”라며 “하나도 모르면 떠나는데 거리낌이 없지만 마을을 알고 어른을 많이 알았던 마을에서 내 역할이 있다고 하면 떠났다가도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숙 주무관은 “마을교육자치는 교육 부분에서 시민을 파트너로 인정하고, 시흥에서 재미있게 함께 살아갈 것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지금껏 주민자치는 행정이 주도하고 주민을 들러리 세우거나 필요에 따라 동원시키는 것이 관행이었다. 교육부분에서부터 먼저 권위를 벗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등하게 논의하는 파트너로 보는 것이다.
 
또한 박 주무관은 “시흥이 시민 한 사람의 교육을 생애에 따라 지원하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교육 관련 볍률은 평생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 두 가지이다. 보통 초등학교에 입학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초중등교육법에 적용을 받다가 졸업하면 평생교육법의 적용을 받는다. 학교 중간에 자퇴를 해도 초중등교육법 대신 평생교육법에 적용을 받는다. 한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학교 재학기간을 중심으로 적용받는 법이 다른 것이다. 그러다보니 연계성이 없고 중복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마을교육자치는 교육, 주민자치, 평생학습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고 통합한다. 법에 따라 지원이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의 생애 주기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다.
 
박 주무관은 “다른 지자체가 시 전체를 보고 정책을 세울 때 시흥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 생애에 따라 개인의 교육에 대한 요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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