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문학 제18집』 출판기념회를 하다.

이연옥 | 기사입력 2018/11/23 [02:02]

『시향문학 제18집』 출판기념회를 하다.

이연옥 | 입력 : 2018/11/23 [02:02]

▲     ©이연옥

  

  열매가 풍성한 늦가을, 시향문학회도 그 열매로 시향 문학 18을 출간하고, 지난 1110일 펠릭스 뷔페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시향문학회는 1995년 창립한 시흥문학회와 1997년 창립한 고향생각문학회가 2004년 통합하여 재탄생한 문학회다

  

  시향문학회는 어느 장르나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한 달에 한 번씩 운문이나 산문 작품을 발표하고 합평을 하면서 문학을 이야기하고 연구하는 문학 동아리이다. 출판기념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소래문학회 회원들과, 시흥문인협회 회원들, 그리고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리를 함께하고 축하해 주었다.

 

▲ 묘사에 대한 강의로 호응을 받는 조동범 시인     ©이연옥

 

  이날 1부 행사에 초대 문학강좌를 하게 된 조동범 시인은 시의 묘사에 대한 강의였다. 빔 프로젝트를 사용하여 강의를 하였는데 문자와 영상을 화면에 띄워 쉽게 이해를 돕게 하여 좋았다.

  서경적 구조와 시점, 심상적 구조와 시점, 영상조립시점을 제시하고 이미지를 구체화하여 감각화된 세계에서 상투성을 극복하는 묘사의 방법론을 제시하여 새로운 시작법을 소개하였다.

 

▲ 시흥의 문인들이 열강과 열공의 시간     ©이연옥

 

  특히 필자가 관심을 가진 부분은 영상조립시점이다. 영상조립시점은 서경적과 심상적 영상조립시점으로 나뉘는데 모두 초현실적 감각을 제시한다는데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조동범 시인 강좌가 끝나고 소리연 오카리나를 권순조 시인의 시흥플릇앙상블이 연주를 하여 출판회장은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었다.

 

▲ 소리연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있는 권순조 회원과 시흥플룻앙상블     © 이연옥

 

  2부에서 시향문학 이희교(시인)회장은 한 해 동안 있었던 문학기행, 시화전 행사에 협조와 회원들의 각종 문학상 수상과 적극적인 작품 활동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더 많은 협조와 화합으로 시향문학회가 한층 커가길 바란다면서 발간사에 가름하였다.

▲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희교 시향문학회장     © 이연옥


  이어서 편집위원인 이연옥(위원장), 권순조, 이정우에게 꽃다발을 안겨주고 함께 참여한 시흥문인협회 조철형 회장과 소래문학회 최영숙 회장의 축사가 있었다. 이어서 문학이 좋아 참여했다는 모송자님, 송병숙님, 회원 유나경님의 시낭송이 있었고 축하케익 커팅과 함께 단체 사진촬영으로 행사는 막을 내렸다. 올해 전국공무원 문예대전에 우수상을 수상한 정수경님의 시를 올려본다.

 

흙손

 

-정수경

 

만져줘야 마무리되는 세계가 있었겠다

 

흙과 나무의 손놀림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겠다

여백은 안타까움 이었겠다

지친 어깨 다독여주던 손, 지금은 없고

무덤덤하게 외면되는

 

그런 손 말고

 

없거나 무딘 거기를 예리하게 세워

사과를 깎으면

껍질은 섬세한 길을 만들어낸다

후에

계단을 만들고 계단을 구겨 꽃을 피우고

 

지칠 때 손은 층층이꽃처럼 생겨난다

 

입술 너머

 

손끝이 거기에 닿을 때

발견된 적 없는 꽃으로 예리한 국경을 만들었겠다

 

구석에 걸린 그림처럼 만져줘야 살아나겠다

다소 뜨거워 넘어갈 수 없었겠다

 

결국 그런 추측의 세계가 있었겠다

껍질을 깎던 손이 마무리되는 세계가 있었겠다

 

▲     © 이연옥

 

  『시향 문학 18은 한 해 동안 있었던 시향문학회 활동 상황을 화보로 엮었으며 특집으로 시작된다. 조동범 시인의 초대 문학강좌, 이지선의 문학세계, 정수경의 여성민의 문학책 읽기, 권순조의 시향문학기행이 실렸으며 시 19, 수필 3, 동시, 콩트, 미니픽션, 칼럼, 포토에세이, 책이야기에 각 1명씩 작품을 실렸다. 특히 이번에 시향문학 연혁이 정리되어 실려서 눈길을 끈다. 230쪽이다. 시향문학회에서는 회원 모집을 하는데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산문이나 운문 어떤 장르나 쓰거나 즐길 수 있으면 가능하다.

 

 조동범 시인의 프로필이다. 시인은  안양 출생으로 2002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 카니발, 금욕적인 사창가가 있으며, 산문집 보통의 식탁, 알래스카에서 일주일을,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비평집 디아스포라의 고백들, 411개월 이틀 동안의 비, 시창작 이론서묘사, 연구서오규원 시의 자연 인식과 현대성의 경험등을 펴냈다. 청마문학연구상, 딩아돌하작품상, 미네르바작품상, 김춘수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인의 시 한 편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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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성횡단특급

         -x2

                                                                                                               조동범

   이곳 안드로메다 인근의 작은 행성으로 은하철도는 도착한다. 은하철도는 불길한 운명과 유성우의 궤적을 따라 외롭고 쓸쓸한 기억을 더듬는다. 밤하늘의 별들은 사라지고, 사라진 별들의 신화는 기억되지 않는다. 어느덧, 은하철도의 사랑과, 은하철도의 기쁨과, 은하철도의 슬픔을 흐느끼며 소년들은 수음을 한다. 미지의 행성을 향해 소년들의 미래는 불온한 파국을 예감한다. 기착지에 이른 불행한 별들의 이야기는 오래도록 결말에 이르지 못한다. 은하철도의 궤도로부터, 죽어버린 엄마들의 심장은 두근거린다. 도달할 수 없는 미지를 향해 이별과 슬픔은 전송된다. 종착역으로부터 비릿한 바람은 비롯된다. 소년들의 성기에서 불안과 공포는 웅성거린다. 소년들은 거울 속의 소년들을 바라보며 울음을 터뜨린다. 숨 막히는 몰락이 당도하면 은하철도의 소년들은 승차권을 말없이 찢는다. 창밖의 별들은 소멸에 다다르며 소년들의 미래를 예고한다. 마주 잡을 수 없는 손들은, 그러나 이별을 알지 못한다. 쌍둥이 성좌를 앞에 두고 거울 속의 소년들은 결코 소년들을 돌아볼 수 없다. 이제는 안녕이라고, 거울 속의 소년들은 이별을 노래한다. 은하철도는 유폐된 기착지의 폐허를 앞에 두고 기적을 울리지 못한다. 소년들은 심장을 꺼내 오래 전에 죽어버린 엄마들과 불길한 행성을 향해 이별을 고한다. 안녕, 이제는

 

이제는 영원히…… 안녕, 은하철도!

      안녕, 소년 시절이여!*

 

         안녕, 안녕

 

* 린 타로 감독의 <은하철도 999> 최종회 내레이션을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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