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정호에 붕어가 산다.

김민지(김순기) | 기사입력 2018/09/14 [20:59]

옥정호에 붕어가 산다.

김민지(김순기) | 입력 : 2018/09/14 [20:59]

   옥정호에 붕어가 산다.

 

▲     © 김민지(김순기)

 

 불바다 같았던 여름이 뒤로 물러나고 하늘은 가을을 그려놓고 있다. 사진작가인 지인의 입을 통해서 들었던 옥정호의 붕어섬, 그 섬을 보려면 물안개와 만나는 시간이 좋다고 했다. 그러하지는 못했지만, 옥정호의 붕어섬을 만났다.

  붕어한테 생명은 없지만, 다른 생명들을 보듬고 키워내고 있다. 다양한 종이 붕어섬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풍경에 활기가 넘친다. 붕어섬은 알까? 자신을 보려고 많은 사람이 옥정호를 찾아온다는 것을. 옥정호는 뭐라 답할까? 자신을 통해 붕어섬을 볼 수 있다는 것을. 문득 나르키소스라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떠오른다.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기 위해 매일 호숫가를 찾았다는 나르키소스. 그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결국 호수에 빠져 죽었다. 그가 죽은 자리에서 한 송이 꽃이 피어났고,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따서 수선화(나르키소스)라고 불렀다.

 

▲     © 김민지(김순기)

 

그런데 오스카 와일드의 이야기는 달랐다

 

  ★나르키소스가 죽었을 때 숲의 요정 오레이아스들이 호숫가에 왔고, 그들은 호수가 쓰디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그대는 왜 울고 있나요?"

  오레이아스들이 물었다

  "나르키소스를 애도하고 있어요."

  호수가 대답했다

  "하긴 그렇겠네요. 우리는 나르키소스의 아름다움에 반해 숲에서 그를 쫓아다녔지만,

  사실 그대야말로 그의 아름다움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었을 테니까요."

  숲의 요정들이 말했다.

  "나르키소스가 그렇게 아름다웠나요?"

  호수가 물었다

  "그대만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나르키소스는 날마다 그대의 물결 위로 몸을

  구부리고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잖아요!"

  놀란 요정들이 반문했다.

  호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저는 지금 나르키소스를 애도하고 있지만, 그가 그토록 아름답다는 건 전혀 몰랐어요. 저는 그가 제 물결 위로 얼굴을 구부릴 때마다 그의 눈 속 깊은 곳에 비친 나 자신의 아름다운 영상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가 죽었으니 아. 이젠 그럴 수 없잖아요.-

 

  자신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의 차이. 어쩜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가 본 시선에서 말하고 답하고 있지 않은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신화이다. 역지사지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잠시 멈춤으로 상대방 입장이 되어 생각하면서 산다면 옥정호와 붕어섬처럼 조화로울 것이다.

 

▲     © 김민지(김순기)

 

옥정호가 보는 붕어섬, 붕어섬이 보는 옥정호, 우리가 보는 옥정호와 붕어섬 괜 실이 실타래처럼 꼬인 생각이 국사봉에서 사라진다. 바로 산이와 지우와의 만남 때문이다. 이런 저런들 어떠하리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풍경과 소리가 마음의 평온을 주는데.

 

  국사봉에 아빠와 함께 온 형제를 만났다. 열한 살인 산이가 국사봉에서의 시간을 이렇게 표현한다. 구름이 몽실몽실 떠 있고, 바람은 목을 간질이면서 솔솔 불어오고, 눈앞에서 짝짓기 하는 나비를 보는 게 부끄럽고, 나뭇잎이 흔들리는 모습에 마음이 편안하다고 읊는다. 그리고 지금 이 풍경을 보려고 국사봉까지 올라온 게 뿌듯하다고 자화자찬이다. 내가 산이의 기분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금상첨화라고 했다. 산이는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고 화답한다. 산이 덕분에 여러 장의 풍경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다섯 살 지우는 우리 앞에서 아빠가 틀어준 음악에 재롱잔치를 연다. 배낭에서 초콜릿 두 개를 꺼내 좋은 만남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하자, 지우가 손바닥을 내밀며 하이 파이브를 한다. 천진난만하게 자연과 교감하는 지우의 표정에서 동심이라는 보물상자 뚜껑이 열렸다. 나이 듦이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 가는 것이라 했다. 어느새 내 동심이 바람길을 따라나선다. 바람길에는 지난봄 만났던 마이산을 뜻하는 말의 두 귀가 첩첩 산중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풍경의 어원은 고대 네덜란드어로 대지 다움이라는 뜻이다. 오늘 서로가 바라보는 풍경은 다르지만, 우리 다움으로 옥정호의 붕어섬에 머물렀던 시간은 소중한 순간이었다고.

                                                                                                  201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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