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우포늪에는

김민지(김순기) | 기사입력 2018/05/19 [19:25]

창녕, 우포늪에는

김민지(김순기) | 입력 : 2018/05/19 [19:25]

 

 

-창녕, 우포늪에는-

 

▲     © 김민지(김순기)

  

 

우포늪 첫걸음!

 

그 첫걸음은 고즈넉한 우포늪에 대한 기억이 있다. 기억은 잡지와 인터넷에서 본 풍경이다. 이른 새벽 떠오르는 태양을 기다리면서 일용할 양식을 찾아 나선 어부의 모습은 세상을 잊은 듯 신선놀음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현실이 아닌 꿈이나 환상의 이미지가 강했다.

 

우리가 우포늪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해는 중천에 떠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14,000년의 시간을 담고 있는 우포늪은 생명들의 활기로 역동적이다. 사방이 풋풋함을 지닌 연둣빛과 성숙의 단계로 치닫는 초록빛의 경계선에 있다. 눈 코 귀 입 피부가 다투듯 제 역할에 충실히 나선다. 보고 맡고 듣고 느끼고 입은 굳게 다물었다.

 

 

▲     © 김민지(김순기)

 

 

우포늪 둘레 길에서 내 오감을 자극한 것들에 대한 예찬이다.

 

멸종 위기에 있는 따오기를 만났다. 그냥 새인데 보기 어렵다고 하니 하는 짓이 다 신기하다. 둘레 길에는 무더기로 꽃 피운 찔레의 향기가 짙다. 하얀 꽃 속에서 연분홍 꽃봉오리가 앙증스럽게 고개를 내민다. 일상으로 돌아가서 우포늪을 회상한다면, 단연코 찔레꽃이다.

 

 

숲에서는 뻐꾹 뻐꾹뻐꾸기 소리가 안정을 가져다준다. 걷다가 고개를 숙이니 녹비 식물인 자운영 꽃을 만났다. 관대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닌 자줏빛으로 만개한 자운영이 연초록 풀밭과 동무처럼 잘 어우러져 있다. 오랜 시간을 건너온 뽕나무에는 덜 익은 오디가 햇살을 가득 물고 있다. 커다란 뽕나무와 미루나무로 신록의 바람이 지나간다. 잠시 흔들리던 이파리들의 춤사위가 싱그럽다.

 

▲     © 김민지(김순기)

 

 

봄이 왔나 했는데 미세먼지로 맑은 날이 별로 없었다. 우포늪에 오기 전 날 많은 비가 내렸다. 그 덕분에 지금 우포늪은 멀리까지 훤히 보일 정도로 시야가 넓다. 한가로이 노를 저으며 유유 자작하는 어부의 모습은 없었지만, 늪에서 어부를 기다리는 배의 풍경은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놓는다.

 

우포늪의 풍경은 동화 속을 거니는 느낌이다.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는 구름. 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 늪에 솟은 나뭇가지에서 시간을 잊은 듯 앉아 있는 왜가리 두 마리와 무리 지어 속살거리는 청머리 오리, 잉어가 늪을 누비고 다니다 빠끔거리며 물을 빨아들이는 황갈색의 입이 익살스럽다. 우포늪에서 주객전도한 황소개구리의 우~웅 하는 울음 소리가 크다. 뭐니 해도 우리의 토종 개구리가 개굴개굴하는 소리가 정겹다.

 

 

▲     © 김민지(김순기)

 

늠름하면서 풍성한 수령을 가진 왕버들에선 존재감마저 든다. 태곳적 전설을 품고 있는 버드나무 군락은 깊은 그늘을 드리우면서 잠잠하다. 우포늪은 모든 게 다 풍경 사진으로 완벽하다.

 

제멋대로 생긴 소나무 숲길을 아무 생각없이 걷다가 눈을 감았다.

 

 

나의 눈과 귀가 쓸데없는 것들에 현혹되어 있어서, 그 현혹으로부터 잠시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멀리서 바라보는 우포늪은 정지된 화면처럼 단조롭고 고요하다. 그렇지만 가까이서 보면 치열한 생명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고여 있으나 스스로 살아가는 우포늪을 일출과 일몰의 시간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

 

▲     © 김민지(김순기)

 

느린 걸음에서 만난 우포늪에서의 시간은 팍팍한 현실을 견뎌낼 힘이 될 것이다.

 

창작 동요 다섯 글자 예쁜 말이라는 노래가 있다. 굳게 다물었던 입을 우포늪 찬사로 답례한다. 그 답례는 다섯 글자로 열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름다워요

 

상쾌합니다. 흐뭇합니다. 편안합니다. 기대합니다.

 

2018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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