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자불우 - 그러나 없는 건 아니다

동우 | 기사입력 2017/03/20 [15:54]

심은자불우 - 그러나 없는 건 아니다

동우 | 입력 : 2017/03/20 [15:54]

 

  

▲     © 동우

 

 

松下問童子

소나무 아래 동자에게 물으니

言師採藥去

스승은 약초 캐러 나갔다고 대답하네

只在此山中

다만 이 산중에 있기는 하겠지만

雲深不知處

구름이 깊어 있는 곳을 알지 못한다네

 

 

물안개가 앞산에 자욱하게 걸려 눈을 가리울 때 떠오르는 시이다. 이 시를 처음 들은 것이 아마 행자  시절 즈음이었을까. 공양간에서 일하면서 우연히 듣게 된 라디오 불교방송을 통해서였다. 시구를 읊으면서 함께해 주는 설명에 코끝이 찡할 정도로 마음이 일렁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시는 은자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했다(尋隱者不遇)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는 중당 시대 시인 무본 가도의 작품이었다. 가도는 한유와 교우하며 퇴고라는 유명한 말의 유래가 된 주인공이다. 과거에 많이 낙방하여 한때 출가하였다가 다시 환속한 사람이기도 하다.

 

구름 깊은 산중의 소나무는 드러나지 않는 은자의 삶을 대표하는 이정표다. 탈속한 은자적 삶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한 폭의 그림같은 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라디오에서 들은 설명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어디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산중에 있는 것이 확실한, 약초 캐러 간 스승은 바로 우리가 찾으려는 마음의 본성이자, 깨닫고자 하는 궁극적인 진리라 할 수 있다. 지금 구름에 가려 어둡고 어리석은 막막함 속에서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고 찾을 수 없더라도, 우리 자신 안에 반드시 있다는 이야기였다. 어디 있는지 모르더라도 없는 건 아니다. 그렇다,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 잠시 모를 뿐...  지치거나 좌절할 일이 아니다.

 

어쩌면 손에 잡히는 뚜렷한 무언가를 빨리 찾고 싶어 답답하고 조급했던 행자시절,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 분명하게 찾을 날이 있으리라. 없는 건 아니니까. 확신을 안고 가는 자의 걸음걸이는 의심하는 자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물론 그 걸음의 끝도 달라진다. 분명하다.

 

운문사 수목원 다실 안에 이 시가 음각되어 걸려있다. 볼 때마다 반갑다이제는 애써 찾지 않아도 늘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는 견고한 믿음 하나 생겼으니 그 시절의 위로가 필요친 않다.  그러나 그렇게 위로 받으며 걸어와 이 길에 서 있다는 것이 또 얼마나 다행인지. 이 시를 보면서 다시 한번 코 끝이 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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