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잔고목 – 허명(虛名)을 돌아보지 않는다

동우 | 기사입력 2017/03/13 [14:47]

최잔고목 – 허명(虛名)을 돌아보지 않는다

동우 | 입력 : 2017/03/13 [14:47]

 

摧殘枯木依寒林

부러져 스러진 나무 등걸이 차가운 숲을 의지하여 

幾度逢春不變心

마음 변치 않고 맞이한 봄이 그 몇 번이던가 

樵客遇之猶不顧

한낱 나무꾼이 보고도 그저 지나칠 뿐인데 

郢人那得苦推尋

영인이 어찌 애써서 찾으려 하겠는가

 

 

이 시는 대매산에서 40여 년을 머물던 법상 스님이 하산을 권하며 자신을 모시러 온 염관 스님의 제자에게 내려가지 않겠다며 읊어준 시라고 한다.

 

영인(郢人)장자》「서무귀편에 나오는 고사에 나오는 말이다. ()은 초나라 도성으로 영인은 초나라 사람을 말하는데 흙을 매우 잘 발랐다고 한다. 한 번은 자신의 코 끝에 백토 가루를 매미 날개만큼 발라놓고 장석을 시켜 깎아내라 하자, 장석이 바람처럼 자귀를 휘둘러 백토를 깎아냈으나 코는 전혀 다치지 않았으며, 영인의 표정에도 변화나 흔들림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이 시에서 영인은 훌륭한 재목을 찾는 장인을 비유한 것이라 해석된다. 땔감을 찾는 나무꾼조차 돌아보지 않는 보잘 것 없는 나무를 좋은 재목을 찾는 이가 어찌해서 수고롭게 찾겠느냐는 의미이다.

 

초납 시절, 이 시를 처음 듣고는 마음이 뻐근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단숨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송으로 삼아 얼마나 많이 되뇌었는지 모른다. 최잔고목으로 살아가리라. 그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부러진 나무 등걸이 되어 묵묵한 수행자의 삶을 살다가 흔적 없이 사라지리라. 어쩌면 허명(虛名)에 유혹될지 모를 마음을 다잡으려는 주문이었을 수 있다.

 

마음공부하는 사람은 아무 쓸모없는 저 부러진 죽은 나무처럼 세상에서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물건이 되어야 하며, 자신을 내세우면 도 닦는 것과는 영영 멀어지는 것이라는 성철 스님의 말씀에 결연함을 다졌었다. 헛된 이름에 속지 말아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세간의 흐름은 늘 무엇이든 드러내기 위한 분주함으로 들썩인다. 영욕을 구하려는 어떠한 사투도 정당하다는 논리로 인해 부끄러움이라는 미덕도 이젠 찾아보기 힘들다. 이 와중에 최잔고목은 비웃음의 대상일 뿐이리라. 미국의 어느 한 명상센터의 이름이 ‘Against the stream’이라 한다. 흐름을 거스른다 함은 아마도 욕망으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로워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무엇으로도 유혹할 수 없는 사람, 그가 바로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자이다.

 

깨달은 이 부처는 모든 걸 정복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그와 같은 완벽한 승리는 얻지 못했나니

그는 드디어 무한을 정복했다.

이 세상 어디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그를

! 무엇으로 유혹할 수 있겠는가.

 

그는 이제 욕망의 그물에 걸려들지 않는다.

그는 드디어 무한을 정복했다.

이 세상 어디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그를

! 무엇으로 유혹할 수 있겠는가.

 

법구경의 구절이다세월이 흘러 이제 출가 나이도 제법 들어가고, 혹시 허명(虛名)의 유혹에 걸려들지는 않는지, 초발심의 그 시절 스스로를 추스르는 주문 같던 게송을 다시 한번 상기 시켜 보는 것이다. 마음 변치 않고 걸어가야 할 지극히 자유로운 최잔고목의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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