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생각이 없으면 쓰레기도 누군가의 귀중한 재산

죽은 자의 집청소 / 김완 지음. 김영사, 2020년.

이상애 | 기사입력 2020/11/27 [22:29]

버릴 생각이 없으면 쓰레기도 누군가의 귀중한 재산

죽은 자의 집청소 / 김완 지음. 김영사, 2020년.

이상애 | 입력 : 2020/11/27 [22:29]

▲ 도서 죽은 자의 집청소     ©시흥장수신문

세상엔 다양한 직업이 있다. 동영상 플랫폼에 동영상을 게시하는 유튜버, 빅 데이터를 분석하여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미래를 여는 빅데이터 전문가, 유족 및 의뢰인을 대신하여 고인의 유품, 재산 등을 정리하고 사망한 장소에 남겨진 오물을 처리하는 유품정리사 등.

 

이 책은 집안에 있는 것을 집 밖으로 내보내는 일상적이지 않은 특수청소에 대한 이야기다. 특수청소업은 우리나라 세법에서 사업 종목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이런 직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는 특수 청소에서 찾은 즐거움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해방감’이라고 했다. 악취 풍기는 실내를 마침내 사람이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는 원래의 공간으로 돌려놓았을 때, 살림과 쓰레기로 발 디딜 틈 없는 공간을 완전히 비우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텅 빈 집으로 만들었을 때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느낀다고 했다. 살아 있는 자라면 필연적으로 코를 막고 기피하는 것을 요령껏 없애고, 서랍과 장롱, 수납장에 오랜 세월 고이 잠들어 있던 온갖 잡동사니와 옷가지를 끄집어내 집에서 탈출시키는 것. 그런 일이 저자에겐 즐겁고 매력적이라고.

 

그러면서 고독사 현장과 쓰레기집 치우는 특수 청소에 대해선 또 이렇게 이야기한다. “당신이 하는 일처럼 내 일도 특별합니다.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인 귀중한 사람이 죽어서 그 자리를 치우는 일이거든요. 한 사람이 두 번 죽지는 않기 때문에, 오직 한 사람뿐인 그분에 대한 내 서비스도 단 한 번뿐입니다. 정말 특별하고 고귀한 일 아닌가요?”라고.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다. 어쩜 사회적 죽음이었을 지도 모를 다양한 고독사와 집안의 쓰레기를 묘사한 부분들이다. 방안 가득한 쓰레기 더미 위에서 죽은 사람, 죽는 순간까지 부탄가스의 캔과 빨간 노즐을 분리수거칸에 넣고 죽은 사람, 전기 공급 중단 예정일에 목숨을 끊은 사람, 오천 개가 넘는 페트병에 오줌을 남긴 사람, 제일 마음에 남는 죽음은 자살 현장인 연분홍 텐트에서 발견된 이력서와 책의 제목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참 소중한 너라서』, 『행복이 머무는 순간들』, 『아주, 조금 울었다』, 『내 마음도 모르면서』다.

 

저자는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며 가난해지면 더욱 외로워지는 듯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난과 외로움은 사이좋은 오랜 벗처럼 어깨를 맞대고 함께 이 세계를 순례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나 개인생활을 중요시 하는 요즘은 대가족이 함께 살던 예전과 다르게 부모님과 같이 사는 사람들이 극히 드물다. 아마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대부분이 외로운 죽음들일 듯싶다.

 

2년 전 엄마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으신 아버지와 매일 전화 통화를 했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면 살아있다는 걸 느끼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제일 두려운 것이 고독사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얼마 뒤 아버지도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날의 충격은 모시지 못했다는 자책과 함께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다. 

 

그래서 유품이 아직 그대로다. 마음으로 정리할 준비가 된 후에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지병이 있으셨던 어머니는 마지막 수술실에 들어가시기 전 거의 모든 물건들을 필요한 분들에게 나눠주시고 정리했다.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아버지도 꼭 필요한 물건만 남기고 정리했다. 남겨진 물건은 어떤 이에겐 쓰레기일 수도 있지만 버릴 생각이 없는 이에겐 귀중한 재산일 수도 있다.

 

어린 시절 새벽마다 배달 온 여러 종류의 신문을 읽으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나도 어른이 되면 아버지처럼 신문을 읽어야지’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래선지 내게도 오래전부터 신문을 스크랲하는 습관이 있다. 아버지의 책상 옆에 쌓여있는 가위로 오려진 노랗게 변한 스크랲용 신문들 속엔 아버지의 생각이 담긴 메모들이 보였다. 그 중 일부를 가지고 와서 스캔했는데 가족들이 그걸 기억하고 서가 한쪽에 모아둔 것을 보았다. 우리 가족은 아직도 마음으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은 가독성이 좋은 책이다. 또 다 읽고 나면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의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건 그냥 변화가 아니다. 나 자신이 그랬듯이 말이든 생각이든 습관이든 물건이든 청소든 뭔가 나비효과처럼 사소한 것 하나에서 또 다른 하나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혹시 너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남들에게 하는 것보다 더 퉁명스럽게 대했거나 표현하지 못했거나 후회할 일이 있다면 이젠 그렇지 말았으면 하며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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