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기생충’촬영지인 우리슈퍼 골목과 계단에 벽화를 그린다고?

최영숙 | 기사입력 2020/02/18 [11:59]

영화‘기생충’촬영지인 우리슈퍼 골목과 계단에 벽화를 그린다고?

최영숙 | 입력 : 2020/02/18 [11:59]

 

 

▲ 돼지쌀슈퍼(영화 속 가게 이름 우리슈퍼)  © 최영숙

 

지난 13,17일 영화기생충첫 장면이 시작되는 돼지쌀슈퍼(우리슈퍼)를 다녀왔다.

 

이곳은 기생충에서 기우(최우식)가 친구 민혁(박서준)에게 박 사장(이선균)네 딸 과외 자리를 소개하며 소주를 마셨던 곳이다. 또한 돼지쌀슈퍼 옆 계단은 비 오는 날 기택(송강호)과 아들 기우(최우식)이 박사장 집에서 도망쳐 집으로 가는 계단이었다.

 

▲ 13일 밤 기생충 촬영지 계단으로 가는 길  © 최영숙

 

13일 이정식(78) 돼지쌀슈퍼 사장이 영화를 찍던 당시를 이야기했다.“이 가게를 36년 정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첫인상은 수더분했다. 처음에 간판이 우리슈퍼여서 항의했다. 그러나 영화에서 이 이름이 더 좋다고 해서 수긍했다. 파라솔을 놓을 자리가 기울어서 50만원 주고 편편히 만들어 파라솔을 놓고 영화를 찍었다.”“2018518일부터 2주 촬영을 했는데 5월 장마가 시작돼서 오래 걸렸다. 가게 안의 전등들도 바꾸고 검은 천을 치고 찍었다. 가게 옆 층계에서 기택과 아들이 내려오는 장면은 물탱크 3대가 동원되어 건물 옥상에서 물을 쏟아 부었다. 배우들이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 이정식(78) 사장 우리슈퍼 가게 안  © 최영숙

 

이정식(78) 사장은구청에서 이곳을기생충거리를 만든다고 했다. 내일은 구청장이 온다고 했다. 구청에서 이곳에 파라솔도 놓고 영화가 촬영된 계단도 칠하고 벽화를 그린다고 했다.

 

걱정이 되었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것은 영화 속의 장면을 보러 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정식(78) 사장께 내일 구청에서 와서 이곳에 벽화를 그리고 계단에 칠을 하면기생충촬영지라는 본래의 가치나 중요성은 퇴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벽화거리는 여러 곳에 있고 이곳은 옛 모습을 잃는 것뿐 아니라 기생충 촬영지로써의 의의는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이정식(78)사장은 내일 구청장이 오거나 구청에서 사람이 나오면 전하겠다고 했다.

 

▲ 계단 위에서 바라보다  © 최영숙

 

17일 돼지쌀슈퍼를 다시 찾았다. 벽화와 계단은 그대로 있었다. 다행이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정식(78) 사장은 자리에 없었다. 아내 김경순(74)씨는이곳에 벽화를 그리고 기생충거리를 만든다.”고 했다. 파라솔을 설치하고 주차장 정도만 만들면 될듯한데 황금알을 낳는 오리를 잡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 파라솔이 있던 자리  © 최영숙

 

김경순(74)씨는 옛이야기를 했다.“이 동네에서 45년 살고 이 건물에서만 35-6년 가게를 했다.”예전 용산에서는 무척 잘됐다. 8톤 차 배추를 하루에 다 팔았다. 그러나 지금은 잘 안 된다. 5-6년 전까지는 그럭저럭 됐는데 주차장이 없으니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주로 외부에서 장을 보거나 홈쇼핑으로 사서 부모들께 보내니까. 예전에는 얼굴이라도 봤는데 지금은 사람을 못 본다.”고 했다. 시대가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저 이곳이 빨리 개발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벽  © 최영숙

 

그러나 기생충 영화로 대화가 옮겨가면요즘은 기생충 영화 덕분에 전 세계 사람들이 많이 찾고 날더러 복 많은 사람이라며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사진을 찍어서 기분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아카데미 시상식 때는 수상 장면에서 남편과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봉준호 감독과 사진이나 사인을 못 받은 것이 너무 아쉽다. 동네사람들이 송강호 사인을 부탁했는데 밤에 비를 흠뻑 맞고 추위에 떨며 촬영하는 사람을 붙들고 사인해달라고 할 수 없었다.”봉준호 감독님이 꼭 한 번 우리 가게를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원시원하고 활달한 돼지쌀슈퍼 사장 부부의 인터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했다. 쉽게 볼 수 없겠지만 봉준호 감독이 가게를 찾아 함께 사진을 담고 사인을 해주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

 

▲ 복잡한 전선과 가로등  © 최영숙

 

봉준호 감독이 봉테일이라고 하는 이유를 인터뷰를 하면서 더욱 느낄 수 있었다. 돼지쌀슈퍼 사장 부부가 가게를 지칭할 때는 늘, ‘우리슈퍼였던 것이다.

 

  © 시흥장수신문

 

돼지쌀슈퍼를 나와 계단을 다시 찾았다. ‘기생충의 영화 속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어떻게 이곳을 벽화나 색칠로 이 완벽한 느낌을 해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포구청의 홈페지에도기생충촬영장소가 안내되어 있었다. 기생충촬영지는 이미 마포의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 기생충 촬영  © 최영숙

 

마포구청에서 추진 중인기생충거리 조성은 찬성한다. 영화의 인기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면 주차장 등의 문제로 주민들의 불편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생충거리를 조성함에 있어 어떤 식으로 거리를 조성할 것인지 많은 고민이 있었으면 한다. 여러 지역에 있는 천편일률적인 벽화들처럼 꾸민다면 누가 이곳을 찾겠으며기생충이란 영화가 갖는 의의를 따로 찾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방문객들 © 최영숙

 

영화조커에 나온 계단이 영화 속 모습 그대로여서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듯,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아테네 신전)이 기둥뿐이지만 소중하고 귀중한 세계문화유산으로 관광명소가 될 수 있었던 것처럼기생충의 촬영장소도 지금의 모습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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