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을 하다보니 어느새 내가 성장해 있었어요"

마을에서 배우고 다시 마을에서 활동하는 순환적 교육공동체

민정례 | 기사입력 2019/07/09 [10:43]

"활동을 하다보니 어느새 내가 성장해 있었어요"

마을에서 배우고 다시 마을에서 활동하는 순환적 교육공동체

민정례 | 입력 : 2019/07/09 [10:43]
 
2017년 8월 입주가 시작된 목감동 네이처하임 아파트. 새로 분양한 아파트들이 생활시설을 잘 갖춰놓았듯 여기 아파트도 작은도서관이 단지 가운데에 넓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입주를 시작했던 그해 마을 사람들은 작은도서관을 기반으로 평생학습과에서 공모하는 마을 배움터 사업에 지원했다. 그리고 그 이듬해 마을학교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마을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시흥시가 지원하는 마을학교를 넘어 경기도 평생학습마을학교로 지정됐다.
 
마을 배움터부터 시작해 3년이 채 안된 마을학교가 이렇듯 초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6월24일 마을학교를 방문해 김애영 교장과 김보미, 이지현, 윤정혜 코디네이터를 만났다.
 

▲     © 민정례

순환적 교육공동체
 
시흥에는 10여개의 마을학교가 있다. 그 중 활동 기간도 짧았던 네이처하임 마을학교가 경기도 지정 마을학교로 선정된 이유로 최애영 마을학교 교장은 '순환적 교육공동체’을 꼽았다. “마을에서 강사를 양성해 다시 마을에서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한 거죠.”  평생학습 프로그램은 배움이 일자리와 연계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대표적인 한계점으로 손꼽힌다. 수료증이나 자격증을 취득해도 그것이 일자리로 연계되지 않으니 대부분 수강자들은 다른 강좌를 듣는다. 하나를 듣다가도 길이 잘 보이지 않거나 새로운 강좌에 흥미가 생기면 두 개, 세 개씩 강좌를 듣는다. 자발적으로 결성한 동아리도 두세 개씩 활동하며 사회활동을 모색해 보지만 쉽지 않다. 그러다 집에는 자격증이 쌓여가고 자신도 모르게 ‘자격증 컬렉터(collector)'가 된다.
 
이 마을에서 흔히 배울 수 있는 강좌들만 열기보다 ‘강사양성과정’에 주목한 것은 마을 배움터 사업을 하며 느꼈던 한계 때문이다. 그냥 강좌만 열어서는 배우고 끝이다. 수강자들도 배움이 끝나면 남아 있지 않는다. 그래서 마을학교를 시작하면서는 강사 양성 과정을 열었다. 사고력독서논술 자격증반으로 시작했다. 수업과정이 끝나고 책읽는 동아리가 만들어졌다. 준비를 마친 강사는 다시 마을학교 강좌에 투입됐다. 일과 학습복지, 문화가 선순환되는 학습마을을 조성한다는 경기도 평생학습의 ‘골든트라이앵글 프로젝트’에 딱 부합하는 형태다. “아무리 경력이 오래된 강사라 해도 누구나 처음은 있는 거잖아요. 그 처음을 마을에서 시작해 사회로 진출하면 당사자에게도 좋고, 마을학교에도 도움이 되는 거죠."
 
누구나 처음은 있다
 
마을에서 경력이 오래된 노련한 강사보다 처음 시작하는 강사의 ‘처음’에 주목한 것은 아마도 함께 수업을 받고 함께 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강사들은 활동을 오래 한 강사들의 기술에는 못미칠 지라도 장점이 있었다. 수강생들을 마음으로 대했던 것. 최애영 교장은 “경력이 오래된 강사들이 잘 가르치지만 그건 기술적인 것이고, 처음 시작하는 강사들의 열정에는 따라올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성장한 사람이 현재 마을학교에서 코디를 맡고 있는 윤정혜 씨다. 사고력 독서논술 자격증반에서 수업을 듣고 강사가 되었다. 단순히 자격증을 따는 수업인 줄 알았는데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를 받았다. “엄마는 누구에게도 위로를 받을 수 없는 사람이잖아요. 사고가 나면 뭐했냐며 엄마 탓, 엄마 책임이 되버리고.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윤정혜씨는 지금도 첫 수업을 할 때 그 떨림을 잊을 수 없다. “수업이 끝난 그날만 마음놓고 자요. 그 다음날부터 걱정도 되고 많이 떨려요.” 여전히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은 긴장된다. 자신이 겪었기에 첫 수업을 시작하는 다른 강사들의 마음을 절실히 이해한다.  그래서 윤씨는 마을학교를 이야기하면 ‘자신의 성장’을 이야기한다. 현재 고등학생인 딸과 잦은 다툼에 지쳐 있었던 때였다. 강사활동을 시작하며 딸과의 관계도 조금씩 회복되었다.
 
마친친=마을 친구들과 친해지기
 
마을에서 친해지자는 마친친 프로젝트. 이웃과 알아가고 친해지고 돈독한 관계가 되다보면 어느새 마을활동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지연 씨는 간호사로 현재 휴직 중이다. 토요일마다 마을학교를 지키고 있다. 매번 토요일에도 일했기에 주말에 일하는 것이 익숙하다. 먼 곳으로 외출하기 보다 집앞 작은도서관에 아이들과 함께 오는 것이 의미있고 좋다고 한다. 마을에서 활동하면서 달라진 점이라면 인사할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모르는 사람에게도 인사를 하게 됐다. 마을 안에 아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행동은 조심스럽지만 사람들과 교류가 늘어난 것이 좋다. 아는 사람 한 명도 없이 목감동에 이사왔지만 사람들과 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이전에 살던 곳에서는 별다른 교류없이 살아왔는데 이웃과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삶은 낯설지만 좋다. 대부분 타지에서 목감동으로 이사와 마을에 적응하고 있는 비슷한 처지라 서로 마음을 쉽게 터놓을 수 있었던 배경도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첫째가 먼저 마을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마을학교와 연을 맺었다는 김보미 씨는 마을학교의 큰 일꾼이 됐다. 두 시간만 앉았다 가라는 말에 몇 번 마을학교에 오다보니 어느새 코디네이터가 되어 있었다. 평소 사진찍고 기록하는 것을 좋아해 SNS 활동도 열심히 하는 편인데 올해부터는 마을학교의 기록도 맡았다.
 
과천에서 이사왔다는 김보미씨는 시흥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석한다. 시에서 주관하는 행사들 대부분 참가비가 없다는 것에 일단 놀랐고, 무료이거나 저렴함에도 행사의 수준이 높아서 또 놀랐다. 이런 행사 정보들을 나누고 아이 키우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네이처하임 마을학교가 경계하는 것은 활동가들이 지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회의도 좋아하지 않는다. 한명의 인건비를 세 명이 나누는 코디네이터들도 요일을 정해 일하고 무료노동은 가급적 하지 않으려 한다. 마을일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더 들여야 하지만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누구보다 마음을 나누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둔다. 누군가 지쳐 나가 떨어지지 않는 마을공동체, 좀더 오래 인연을 이어가기 위한 적당한 온도의 관계. 함께 아이를 키우며 성장을 도모하며 씩씩하게 한 걸음씩 내딛는 네이처하임 마을학교다.
 
민정례 기자 suguk03@naver.com
 
*이 기사는 마을잡지 슬슬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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