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아야죠. 재미있게”

한국생활 20년차 몽골 출신 빈바, 어울림을 이야기하다

민정례 | 기사입력 2018/08/06 [12:23]

“같이 살아야죠. 재미있게”

한국생활 20년차 몽골 출신 빈바, 어울림을 이야기하다

민정례 | 입력 : 2018/08/06 [12:23]
 
빈바. 그녀는 몽골 출신의 이주 여성이다. 한국에 여행 왔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쭉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벌써 스무 살이 된 첫째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 둘째 등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녀를 만난 곳은 정왕본동 골목길에 위치한 시흥시건강가정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이하 센터)였다. 7월21일, 대서를 이틀 앞둔 이날은 센터 내 이주여성 자조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빈바 씨는 일본인 모임, 베트남 모임, 민들레 모임 등 센터 내 9개 자조 모임의 대표 중에서도 또 대표를 맡고 있었다. 그만큼 활기찬 기운이 품어져 나왔다.
빈바씨를 만나 외국인 주민과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살면서 마을을 느껴본 적 없어요"
빈바 씨 역시 집이라는 가족 단위의 생활공간만 있었지, 집 밖의 이웃이나 마을의 존재를 느껴본 적은 없다. “마을은 잠만 자고 나오는 곳이었죠. 이웃집과 교류가 있거나 무엇인가를 같이 해본 적은 없어요”
 
오히려 마을의 존재를 느낀 곳은 센터에서 자조모임에 참여하면서부터이다. 회원들 간 교류가 깊어질 수록 ‘근처 마을에 가까이 모여서 다같이 살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마을살이는 이웃과 사귐과 교류로 이뤄지고 지속된다. 20년째 한국에서 살면서 아이들도 키우고, 자조모임을 이끌고 있는 빈바 씨는 이주여성들과 만남을 거듭하고 마음과 정을 나누면서 비로소 이웃을 생각하고 마을을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활달한 성격의 빈바 씨는 이주여성뿐만 아니라 한국 원주민과도 교류가 많다. 한국의 원주민과는 주로 일을 통해 친해지는 편이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친해졌다가 행사가 끝난 후에도 연락이 이어지는 경우다. “친하게 지내는 외국인 주민과 한국 사람들... 저는 비율로 따지면 반반이에요. 그런데 대부분 이주여성들은 열 명 중 한 두 명 정도 한국 사람들과 사귈까, 대부분 자기 나라 사람들과 더 많이 어울리죠”
 
“다짜고짜 반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한국의 원주민과 교류하기 힘든 이유는 대부분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다. 경계와 하대. 한국의 원주민들은 생김새가 조금만 달라도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 낯설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고, 영어를 써야 하나 순간 망설이고, 혹시 상대에게 실수할까봐 조심스럽고... 등. 
“그런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요. 우리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하지만 외국인임을 인지하는 순간 하대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동남아 지역 출신에게는 다짜고짜 반말이다. 중국 출신은 말을 하기 전에는 별로 티가 안나지만, 일단 말을 하고 중국 출신이라는 것이 밝혀지만 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빈바 씨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온 사람들은 그래서 ‘안녕하세요’ 인사만 하고 그 다음부터는 입을 딱 다물고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빈바 씨의 경우 이런 일도 있었다. 출입국사무소에 비자 관련 사무를 보러 갔을 때다. 서류를 보던 직원이 “남편이랑 같이 살고 있는 거죠?”라고 물었다는 것이다. “결혼도 하고 아들 둘 낳고 멀쩡히 살고 있는 사람에게, 그 서류를 가지고 온 사람에게 남편과 살고 있냐는 건 무슨 경우죠? 너무 화가 나서 남편에게 전화해서 오라고 했어요. 남편, 한국 사람이 오니까 태도가 싹 달라지더라고요. 부인께서 오해를 하신 것 같다며. 그때 너무 속상했어요.”
 

▲시흥시 다문화 건강가정 지원센터 이주여성 자조모임에서 아나바다 장터를 7월21일 열었다. 왼쪽 상단 첫번째 사람이 인터뷰를 가졌던 빈바이다.     ©민정례

 
“이웃들과 함께 김장 해보고 싶어요”
이날 각 자조모임 구성원들은 오전부터 33도까지 치솟은 한낮의 무더위 속에서 천막을 치고 레인보우 장터를 열었다. 레인보우 장터는 지역주민 누구나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을 가지고 나와 판매하거나 구입하는 아나바다 장터이다. 행사를 시작한지 벌써 3년이 넘어간다. 
 
처음엔 자조모임에 참여하는 이주여성들끼리 육아물품을 나누면서 시작했다가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아나바다 장터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행사를 확대했다.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성금으로 기부했다. 자조모임을 넘어선 이웃과 마을을 생각한다.
 
마을공동체는 어렵다. 특히 외국인 주민이 밀집한 정왕본동의 경우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혐오감만 높아질 뿐 공동체는 꿈도 꾸기 힘들다. 마을만들기 관계자들도 시흥에서 마을사업이나 공동체 활동이 제일 어려운 곳이 정왕동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외국인 주민과 함께 어울려 사는 마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마다 열리는 세계인의 축제같이 다문화 가정이나 외국인 주민들과 함께하는 축제들이 열릴 땐 고맙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정왕본동에 외국인이 많아서 살기 싫어 한다는 얘기는 저도 들었어요. 아무래도 문화 차이에서 오는 오해가 있을 것 같아요. 쓰레기 분리 배출하는 것도 외국인 입장에서는 힘들더라고요. 아마 한국 온지 얼마 안됐다면 더 힘들 것 같아요” 빈바 씨는 그래도 당장 이사갈 것 아니라면 함께 어울려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원주민들과 꼭 같이 해보고 싶은 것이 김장이다. “한국에서는 김치를 많이 먹잖아요. 모여서 김장을 같이 하기도 하고요. 한쪽에 수육을 삶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면서 김장을 같이 해보고 싶어요. 그러다 다하고 나면 함께 고기랑 김치랑 어울려 먹고 싶었죠.”
 
민정례 기자 suguk03@naver.com
 
 
*이 기사는 마을잡지 슬슬 7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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