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골생태공원를 걷다

강현분 | 기사입력 2017/04/01 [23:49]

갯골생태공원를 걷다

강현분 | 입력 : 2017/04/01 [23:49]
▲ 갯골걷기     © 강현분


 오늘도 퇴근길에 갯골생태공원으로 접어들었다.

 건강검진 후 스트레칭이나 걷기로 건강을 다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이곳을 찾은지 며칠이 지났다

 춘분이 지났다고는 해도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겨울 동안 몸속에 쌓인 건 쓸 때 없는 노폐물

 가파른 길도 아니건만 걷기 30분정도 되자 벌써 숨소리가 고르지 못하다.

 이러니 산행은 겁부터 나는 약골의 비애~

▲ 봄을 캐다     © 강현분

 

 숲길을 걷다보면 새들의 지저귐과 바람의 은밀한 속삭임이 귓가를 간질거린다.

 마음이 차분하니 고요할수록 그 소리는 정겹다

 발밑에 납작 엎드린 쑥이 고개를 내밀고 아는 척을 한다.

 그 긴 겨울을 용케도 견딘 기특한 녀석들이다.

 문득 친정엄마가 생각난다. 봄철이면 쑥을 캐서 쑥국을 끓이거나

 쑥버무리,쑥범벅을 간식거리로 내놓곤 하셨다.

 

▲ 2016년 어느날     © 강현분

 

시흥으로 이사 오면서 제일 좋았던 것은 갯골생태공원이 집 부근 가까이 있어

언제든 가볍게 발길을 돌릴 수 있을 뿐 더러 사계절을 오롯이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 소금창고의 일몰풍경     © 강현분

 

 아이들이 어릴 땐 논에서 올챙이 소금쟁이 우렁이등을 잡고 놀다 논둑에서 넘어져

 진흙을 잔뜩 묻혀 들어오기 일쑤였고

 가을이면 잠자리채를 들고 나가 저녁놀이 물들 때 쯤 되서야

 비로소 집에 들어오곤 했던 기억이 난다.

 

▲ 아빠하고 겨울나기     © 강현분

 

또한 겨울이면 산언덕에 쌀 포대나 종이박스를 깔고

눈썰매를 타다 엎어져 눈물 글썽이며 들어오는 등 때때로 나를 곤혹스렇게 만들곤 했지만 게임이나 오락에 중독되어가는 요즘 아이들에 비하면 행복한 고민이 아닌가!

 이 모두가 녹지, 자연이 주는 혜택에 감사드린다.

 

▲ 요즘 공사중인 교량     © 강현분

 

시흥갯골생태공원 한쪽에선 또 다른 교량-미생의 다리-이 한창 공사 진행 중이다.

 두 번째의 교량은 어떤 모습일까, 내심 궁금해진다.

 어느 날 문득 방산대교 아래 첫 번째 교량 공사를 알게 되면서 그때부터 쥐방울처럼 그곳을 들락거렸던 지난 시간들이 고스란히 내 머리 속에 담겨있으니 말이다.

 

▲ 2016년 4월13일 벚꽃길     © 강현분

 

혼자서 느긋하게 걷다보면 마른 잎이 나뭇가지에 걸려 앓는 소리

 들풀이 온몸으로 일어서는 소리 유유히 흐르는 갯물의 쫑알대는 소리

 나뭇가지 싹을 터뜨리는 소리, 이 모두가 봄을 향한 언어들이다.

 이제 곧 벚꽃길에 눈꽃이 휘날릴것이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 강현분

 

 어느 순간 맥박처럼 뛰어오는 저녁 빛이 엉겨오면

 내 걸음도 차츰 빨라져 온 길을 뒤돌아서는데

 이상하다. 매번 올 때와 또 다른 분위기를 느끼곤 한다.

 빛과 어둠의 차이일까?

 어둠은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지만 저녁밥상을 준비해야 하는 주부의 마음은 바쁘다.

 소금창고에 걸린 불빛이 어서 오라 깜빡 깜빡 손짓하면 나는 냅다 달리기 시작한다.

 집으로  Go, Go 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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