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홧가루 소금이 오는 소리가 들리시는지요?

최영숙 | 기사입력 2009/05/09 [00:12]

송홧가루 소금이 오는 소리가 들리시는지요?

최영숙 | 입력 : 2009/05/09 [00:12]

 

▲ 소나무에 송화가 열리다     © 최영숙

 

 
 윤사월 


 -박목월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예전에 송홧가루가 날리면 떠오르는 시였다. 

 

▲ 송홧가루가  소금과 함께 내려 앉다     © 최영숙


기억의 창고가 쌓인다는 것은 여러 이미지가 함께 떠오른다는 것이다. 이제는  ‘윤사월’이라는 시와 함께 ‘송홧가루소금’이 함께 떠오른다. 
 
2009년 4월 29일 현관문을 여니 내린 빗물에 노란 송홧가루가 옅게 깔려 있었다. 1년에 이 시기에만 있는 소금중의 소금이라는 송홧가루 소금을 사러 동주염전을 사러 나섰다. ‘송홧가루 소금’은  송홧가루가 염전에 떨어져서 함께 말려지면  노란 소금이 된다. 홍노진(70) 님은  송홧가루 소금이 최고의 소금이니 꼭 이때에 소금을 사라고 하셨다.  모르는 사람들은 천하제일 소금을 누렇고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는다고 했다. 
 

▲ 염부 홍노진(70)님     © 최영숙

동주염전을 들어서는데 언제 만나 뵈도 반가운 홍노진(70) 님을 만났다. 지금 송홧가루 소금을 살 수 있냐고 여쭤보니 아직은 아니고 좀 더 있다가 오라며 집에 들어가서 차를 마시고 가라고 하셨다. 원래 말씀이 별로 없으신 어르신인데 오랜만에 오는 이를 반겨주시는 것을 보고 마음이 따스해졌다. 
 

▲ 심인자(68) 님     © 최영숙

염전을 한 바퀴 돌아보고 아저씨 댁으로 들어갔다. 늘 활달하신 심인자(68) 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올해 소금을 많이 걷었냐는 말에 달력을 가리키시며 소금 걷은 날을 알려주셨다. 올봄이 추워서 겨우 10번 밖에 못 거뒀다고 하셨다. 
 

▲ 염부 홍노진(70)  님 과 부인 심인자 님© 최영숙


홍노진(70) 님과 심인자(68) 님은 이곳 동주염전의 역사를 이야기 해주셨다. 41년 전에 이곳에 정착하신 홍노진(70) 님은 토판에서부터 현재의 타일소금까지 세월을 말씀하시면서 자주 밖의 바람소리를 들으셨다.
 
홍노진(70) 님은 “소금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어르신이 시인이시네요”라고 하자 쑥스럽게 웃으셨다. 이제는 집안에서 바람소리만 들어도 멀리 떨어져 있는 염전에서 소금이 오는 것을 알 수 있는 경지에 이르신 것이다. 홍노진(70) 님을 뵈면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분의 겸손과 강한 자부심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 40여년 전의 기억을 말씀하시는 심인자(68) 님     © 최영숙

심인자(68) 님은 옹판을 걷어내고 타일을 깔 때의 수고로움을 말했다.  염부인 남편들이 소금을 거둘 타일을 깔면서 조금이라도 많이 깔려고 밥도 굶고 아이들까지 총동원하여 쪼그리고 앉아서 깔던 시절을 말씀하셨다. 땔 나무가가 없어서 나문재를 잘라다 때웠다고 했다. 나문재가 이곳에서는 땔감이었다는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흥미진진하게 말씀 하시는 아줌마 이야기 속에 빠지면 행복한 한나절은 순식간에 갔다. 아줌마가 시켜주신 냉면까지 얻어먹고 다음을 기약하고 돌아왔다. 

▲ 염전에 송홧가루가 내리다     © 최영숙

2009년 5월 6일  송홧가루 소금을 사려는 친구와 동주염전을 다시 찾았다. 이제는 서서히 노란 송홧가루가 염판을 물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까다로우신 아저씨는 아직 최고치의 소금이 아니라고 하셨다.

▲ 동주염전     © 최영숙

어린 날 비온 뒤 숲속에 들어서면 고인 웅덩이에 노란 송홧가루들이 띠를 이루고 있었다. 
 
이곳 동주염전 풍경이 어린 날을 떠올리게 했다. 


▲ 동주염전 소금 걷다     © 최영숙

요즘은 날이 좋아 하루에 한 번씩 소금을 거둔다고 했다. 노란 송홧가루의 모습이 약간씩 보였다. 그러나 홍노진(70)님은 좀 더 기다렸다 최고의 소금을 가져가라고 하셨다.  5월 10일 정도면 이곳이 더욱 노랗게 변한다고 하셨다. 최고의 소금을 주시려는 아저씨의 마음이 감사했다. 
 

▲ 막걸리로 새참을 들다     © 최영숙

이곳에서 소금을 사면 절대로 후회할 일이 없었다. 김치를 하던지 장을 담던지 맛이 최고로 우러나왔다. 1년 중에 겨우 10일 정도 날리는 송홧가루. 그것도 비라도 내릴라 치면 소금을 걷지 못한다.  한 해를 거를 수도 있는 귀한 송홧가루 소금을  지인들과 친구들에게 구입하기를 권했다. 소금을 미리 사려면 동주염전에서  송홧가루 소금을 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30kg 한 가마에 평상시와 같은 15,000원은 최고 품질인 송홧가루 소금의 값으로는 너무도 저렴했다. 송홧가루 소금의 소중함을 아시는 분이 말했다. "혹시 그때의 소금은 더 비싸지 않은가요?" 생각해보니 아, 이건 정말 고맙고 죄송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한결같이 동주염전을 41년을  지켜온  홍노진(70) 님은  그냥 최고로 좋을 때의 소금을 가져가기만을  바라셨기 때문이다.  
  


▲ 동주염전에서 소금을 걷다     © 최영숙

 

동주염전에서 일구는 천일염이 세계 최고의 품질이라는 강한 자부심을 가진 염부들이 땀을 흘리는 곳이 이곳이다. 그분들을 보면서 최고의 품질을 만드는 것은 “소금 오는 소리가 들린다”는 홍노진(70), 심인자(68) 님과 같이 세월의 연륜과 '최고의 소금을 만든다는 자긍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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