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호 수문 소금창고'

<연재> 소금창고를 복원하다

최영숙 | 기사입력 2008/01/12 [20:53]

'19호 수문 소금창고'

<연재> 소금창고를 복원하다

최영숙 | 입력 : 2008/01/12 [20:53]

 

▲ 2008년 1월 1일 수문창고 일출     ©최영숙

 
'18호 게 소금창고'를 지나면 ‘수문’ 창고가 있었다. 2008년 1월 1일 무자년 첫날의 해를 만나기 위해 소금창고로 향했다. 비열한 거리 쪽에서 사진을 담고 '수문 소금창고'로 향했다. 소금창고가 없는 일출은 새해 첫날부터 마음을 쓸쓸하게 만들었다. '수문 소금창고'로 왔을 때에는 해가 제법 높이 떠올랐다. 1월 1일 흩어진 해를 만났다.

▲ 수문창고의 수문     ©최영숙

 
소금을 생산하기 위한 첫 단계는 사리 때에 수문을 열어 바닷물을 받아들이는 일로 시작되었다. 수문이 활짝 열리고 콸콸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러나 사진을 담는 동안 그런 모습을 만나지 못했다. 비실비실 눈치를 보듯이 스멀스멀 들어오는 바닷물을 가끔 만날 수 있었다.  소금을 생산하지 못하는 불임을 선고받은 뒤로  수문은 문을 활짝 열지도 또 닫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있었다.  삼분의 일쯤 열린 틈으로 갈대들이 엉겨있었다. 그 사이로 바닷물들이 겨우 드나들고 있었다.


▲ 수문 바라보다     ©최영숙



불에 타고 남은 창고 뒤로 수문이 보였다. 사람 사는 일이 큰 원을 그리며 서로 연결되어 있듯이 이곳 포동의 소금창고들도  이곳의 흥망성쇠에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 수문의 생명선들     ©최영숙


바닷물이 들고나는 갯벌을 보면서 이 수문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문에서 들어오는 바닷물로 이제 소금을 생산하지는 못하지만 보기에 허술한 이 수문이 이곳 생명들의 생명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수문으로 들어오는 바닷물로 인해 이곳의 게들이나 다른 뭇 생명들이 생명을 이어가기 때문이었다.  쉼 없이 드나들던 게들의 생명의 원천이 이 수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수문에서 올려다 보다     ©최영숙


수문에서 불에 타고 남은 창고를 바라보았다. 아래에서 바라본 수문 창고는 마치 오래된 유적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월은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70년의 세월을 지내온 소금창고는 불에 타고 남은 작은 흔적만으로도 그 깊은 세월을 말해준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수문창고의 남은 자취들     ©최영숙


수문창고에 오면 불에 타고 남은 조각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게 되었다.  벅수의 옆모습을 한 작은 기둥과  돌고래 같기도 한 것이 만화 주인공의 모습을 간직한 기둥들을 만날 수 있었다. 

 

▲ 꽃 피다     ©최영숙


여름 수문 소창고에 꽃들이 피어났다. 소금창고가 불타고 난 다음에는 농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밭을 만들었다. 또 손길이 미치지 않는 창고에서는 어디서든 꽃이 피었다.  사람과 생태계의 생명들이 서로 경쟁을 하는 듯했다. 멀리 생태공원의 창고들이 보였다. 이 창고까지 오면 생태공원에 있는 소금창고에 가지 않고 가방을 챙겨들고 다시 돌아나갔다. 생태공원에 있는 창고들은 사람의 손길에 많이 들어가서 소금창고 특유의 쓸쓸함과 고적함이 없어서 왠지 정이 안 갔기 때문이었다. 

 

▲ 2008년 1월 11일 수문창고에 눈 내리다     © 최영숙


2008년 1월 11일 눈이 내렸다. 사람의 습성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어서 새해 아침이 밝거나 눈이 오고 하늘이 맑은 날은 지금도 습관적으로 소금창고로 방향을 돌린다. 포동 폐염전 벌판에 들어서 사라진 소금창고를 바라보면 상처가 덧났다. 그러나 여전히 너른 벌판을 보면 가슴이 확 트이고 정신은 자유로워졌다. 포동의 벌판은 언제나 다중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포동 폐염전을 찾는 습성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소금창고들을 처음 만났던 순간을 기억하고 서서히 그곳이 변해가는 그 모습을 사진에 담는 일이 때론 상처일 수 있을지언정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진을 찍는 일이 내게 남겨진 일이기 때문이다. 

 

▲ 수문창고 눈 내리다     © 최영숙


그저, 바라는 일이 있다면 사진을 담는 동안 이곳 포동 벌판에서  하나씩 우뚝 솟아 복원된 소금창고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역설적으로 불에 탔기에 파괴자의 눈길을 피했던 수문 창고의 남은 기둥들과 수문을 바라보면서 눈길이 처연해졌다. 

이곳 수문 창고가 묵묵히 자신을 열어 여러 생명들에게 삶을 선사했던 일들을 생각했다. 

과연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수문인가를 생각하게 만들었던 소금창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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