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염전, 소금밭에서 만난 사람들

최영숙 | 기사입력 2006/08/09 [00:00]

동주염전, 소금밭에서 만난 사람들

최영숙 | 입력 : 2006/08/09 [00:00]


요즘 더위가 한창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고 밖으로 나서면 차마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태양은 뜨겁다.  예전 같으면 짜증이 와락 일텐데 일전에 동주염전에 갔을 때 길어진 장마로 올 소금농사를 걱정 하시던 홍노진님 부부를 뵙고 와서는 그분들이 좋아하시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동주염전으로 향했다.

아줌마는 멀리서도 알아 보시고 소금밭에서 나오시며 반기셨다. 새참으로 시원하게 냉장된 수박을 사갔는데 아줌마는 벌써  수박을 드셨다며 냉커피를 타주셨다. 염전에서 마시는 아줌마의 냉커피는 언제나 최고였다.  동주염전 오후는 제일 바쁜 시간대여서  아줌마를 뵈서 반가우면서도 이렇게 시간을 뺏는 것이 죄송했다. "아줌마, 저는 사진 좀 찍을께요." 하면서 염전 안으로 들어갔다. 아줌마도 바쁜 발걸음으로 소금밭으로 들어가셨다.

동주염전의 소금밭이다. 이렇게 소금밭을 보고 있으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서 생각나는 귀절이 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믓한 달빛이 숨이 막힐 지경이다"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봉평의 메밀밭 풍경 묘사이다. 일전에 봉평에 가서 메밀꽃을 보았을 때 동주염전의 소금밭이 연상되었었다. 동주염전 바닥에는 지금 메밀꽃이 한창이었다.

소금을 걷은 자리는 꽃자리 모양이었다. 휘몰아치는 꽃문양이 아름다웠다.

앞 쪽 염전으로 나왔다. 어린 아이 두 명이 할머니와 아빠가 일하시는 염전에 나와있었다. 재원(5), 수원(3)이었다.

재원(5), 주원(3)  귀여운 아이들을 만났다. 오빠 재원이에게 아무리 카메라를 보라고 해도 눈길을 안주었다. 남매를 보고 있는데 예전의 내 아이들 같다는 생각을 했다.수줍고 촌스러웠던 아이들,  그래서 더 사랑스러웠던 어린 시절 내 아이들을 보는 느낌이었다. 너무 예뻐서 한참을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놀아주었다. 처음에는 쑥스러워 삐죽이던 아이들이 헤어질 때에야 빠이빠이 손을 흔들고 갔다. 다음에 오면 또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에는 더 자연스런 사진을 찍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스런 아이들이었다.

 올해 70세라는 연세가 믿기지 않는 김영화님을 뵈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53년 9월 26일  이곳 동주염전을 만들때부터 계셨다고 하셨다.  동주염전의 처음부터 알고 계신 김영화님은 자부심 또한 대단하셨다. "가까이 들어와서 소금도 보고 맛도 봐요. 세상에 이곳처럼 깨끗하고 맛난 소금은 난 아직 모르오. 중국소금은 짜고 쓰지만, 이곳은 짜고 달다오."하셨다. "짜고 달다" 동주염전의 소금을 특징 지어주는 말이다.
 이곳에서 소금을 사간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셨던 말  생선찌개를 해 보면 소금의 진가를 제대로 안다고 하면서 " 소금이 짜지만 달다."고  듣던 말을 동주염전의 최고 염부이신 김영화님께 들었다. 모든 반찬의 기본인 소금, 점점 사라지는 염전들을 보면 걱정스러워졌다. 이처럼 자부심으로 가득한 분이 만드시는 소금이 판로를 찾지 못해 창고에 쌓이는 것을 보면 속이 상했다. 어쩜 사람들이 이곳을 잘 몰라서 소금들을 못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에 한가한 시간대에 다시 찾아 뵙겠다고 인사 드리고 나왔다.

오늘은 일이 늦으셨나 보다. 늦게 일을 시작하셨다. 우종섭 님은 몇년 전 처음 동주염전에서 나만 보면 제일 많이 툴툴 대셔서  '뺀질이 아저씨'  '툴툴이스머프아저씨'라고 별명 지었던 분이시다. 아저씨를 뵙기 전에 소금창고 그늘에서 부인 김대자님을 뵈었다. 반가웠다. 짧은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김대자 님은, 요즘 맛살을 캐는 때라서 오전 중에  벌써 11만원을 하셨다고 하셨다. "와 대단하시네요. 부자시겠네요." 하자  김대자 님은 대학 다니는 아들 등록금 걱정을 하셨다. 또 직장 다니는 딸이 아빠 헨드폰 요금을 내 주고 집에 올 때마다 뭐 사가냐고 성화를 한다면서 상냥하고 예쁜 딸 자랑을 하셨다. 두 분이 사시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돌아오는 길이 바빠서 일을 못 도와 드리는 것이 미안했다.

일찍 소금을 거두고 간 염전에는 구름이 자리를 대신 잡았다.

해가 지고 있었다. 소금을 걷는 분들의 손길이 더욱 바빠졌다. 동주염전을 다녀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펄펄 살아 숨 쉬는 그곳의  생명력이다.  또한, 인정이 넘치는 동주염전의 사람들이다.
반갑게 맞아 주시던 동주염전의 사람들, 그곳의 풍경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사람들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다. 진정 고마우신 분들이었다. 
동주염전의 꽃 피던 소금밭을 생각하면 이 정도 더위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남은 올 소금 농사도 풍성하고 생산된 소금들도 모두 팔려서 동주염전의 여러분들이 걱정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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