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최영숙 | 기사입력 2006/03/06 [00:00]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최영숙 | 입력 : 2006/03/06 [00:00]

2월 12일 대보름 달이 유난히 밝았다. 포동의  소금창고가 궁금했다.  소금창고에서 바라보는 달은 다른 곳에서 보는 달과는 느낌부터가  좀 남달랐다. 

정월 대보름달의 모습은 어떨가 궁금했다. 마음이 닿으면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면 몸은 그곳에 가 있다. 조리개를 최대로 줄이고 사진을 찍었다. 

눈으로 볼 적에는 높고 밝던 달이 막상 모니터에 뜨는 달빛은 부숴지고 별같은 모습이 되었다. 빛의 편차를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예전에 소금창고에서 찍었던 달 사진과는 다른 묘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별빛 같은 보름달 아래 소금창고는 거대한 고래섬처럼 웅크리고 있는 듯했다.  예전에 본 보름달 모습과 다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멀리 불빛들이 보였다. 아늑해 보였다. 저 불빛을 보면서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소피마르소가 주연했던 프랑스 영화 제목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파격적인 영화 줄거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제목이  생각속으로 따라왔다. 강한 기억은 어느 순간 한 발 앞으로 나선다. 

그 불빛 위로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은  세상의 풍경과 사람들을 고루 비춰주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고운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달을 찍기위해 왔던 날이 생각났다. 혼자 컴컴한 소금창고에 있다는 것이 무서웠다. 라디오 볼륨을 크게 틀어놓았다. 그러나 그런 행동에 다음날 아! 하는 웃음이 나왔다. 아무도 내가 소금창고에 있는지 모르는데 자신의 두려움 때문에 내가 여기있다고 광고하듯이 음악을 크게 틀었으니 말이다.

두려움은 늘 자신의 가장 안쪽에 자리잡는다. 그날 위안이 되고 마음을 안심시켰던 것은 저 멀리 보이는 주찬양교회의 불빛이었다.소금창고를 찍으면서 처음에는 방향을 알려주었던 주찬양교회는 세월과 함께 교회의 모습은 변해갔지만 어둠속에서 늘 보았던 교회를 바라보는 것이 알 수 없는 든든함으로 깊은 두려움을 몰아내 주었기 때문이다.

지난 가을 만난  소금창고의 보름달은 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구름속에서 숨박꼭질 하면서 만났던 보름달은 구름이 보름달의 강한 빛을 흡수해서 그나마 제 보름달의 모습을 만났던 것이다.

교교한 달빛이 소금창고 안으로 스며들었다.
자동차 불빛을 받은 풀이 빛을 발했다.

자신을 온통 드러내 놓고 있다.
하늘 아래의 생명은 저렇듯 빛을 발하고 있었다.

삶은 빛이다.

그러나,
보름달에 비춰진 지붕선은  어둠을 살짝 물고 있었다.

지붕선의 어둠은 눈을 쏘지 않았다.

빛이 강하지 않음으로써 눈길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강함과 부드러움이 한 장소에 공존하고 있었다.
 
반달을 만났다. 이제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둥근 보름달이 될 것이다. 정해진 기다림의 시간을 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안인가?  우리에게 정해진 시간은 전혀 알 수 없다. 알 수 없다면 현재가 최고의 시간인 것이다. 
낮달이 떴다.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잊고 지내다 어느 순간 보이면 '낮달 이라고' 다시 본다.

그렇다.

달은,  늘 그곳에 있었다.

우리가 잊고 있는
'낮달'들은 무엇이 있을까?

낮달을 찾는 것은  마음 속 동굴 깊숙이 숨은 보물찾기가 아닐까 싶다.

온 세상을 밝힐만큼 강한 빛으로  존재하지만 정성들여 찾지않으면 절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낮달.

천천히 의자에 기대앉아 낮달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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