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눈, 눈, 소금창고에 눈이 쌓이다.

최영숙 | 기사입력 2006/02/08 [00:00]

눈, 눈, 눈, 소금창고에 눈이 쌓이다.

최영숙 | 입력 : 2006/02/08 [00:00]

▲ 소금창고 눈 내리다     © 최영숙

 

눈이 온다는 뉴스를 접하고 잠들었기에 새벽 5시 15분 잠에서 깨어나서 창 밖을 내다보았다.  다른 날 같으면 어두웠을  밖이 훤했다. 눈이 소복하게 내렸던 것이다.  와, 환호성을 불렀다. 올해 제대로 된 눈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음은 벌써 소금창고에 닿아 있었다. 아침식사 준비를 서둘렀다. 

일찍 서둘러 나왔지만, 밖은 완전히 교통 지옥이었다.  엉금엉금 기다싶이 해서 소금창고에 들어섰다.  그곳은 처녀림처럼 사람의 발자국이 하나도 없었다. 차로 들어가기가, 또 내려서 사진 찍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그러나, 또한 마음 한 구석에는 소금창고에 처음의 발자국을 만들면서 어린 날, 눈이 소복이 쌓이는 날이면 뒤란으로 가서 장독대의 눈을 쓸어내던, 또 새로운 발자국을 만들던 그때의 알 수 없는 뿌듯한 심정이 들었다. 어린 시절처럼 마음이 마냥 설레였다.

머리를 조봇이 맡대고 있는 소금창고들이 다정해 보였다. 소금창고의 눈들은 유난히 빨리 녹는다. 바닥에 염기가 남아 있기에 다른 곳들보다 눈이 녹는 속도가 빠르다. 그래서 눈이 오면 마음이 급해진다. 앞에서 찍고 나오면 뒤에는 벌써 다 녹아있는 경우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오늘은 눈이 내려서 다행이었다.

소금창고에 불이 나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 농사를 지었다. 성담에서 이곳에 농사를 짓지말라고 팻말을 세워놓아도 소용이 없었다.이곳에도 각자 농사짓는 영역이 있는 듯했다.사진을 찍다 보면 나이 드신 어른들이 많았다.시골에서 농사를 지었던 어른들은 아무려한 짜뚜리 땅이나 누군가 안쓴다 싶은 땅이 있으면 우선 심고 보신다. 소일거리로 삼으시는 것이다.이 땅에 농사를 짓는 누군가 목장처럼 경계를 만들었다.
나무들은 그저 만만하니 소금창고의 나무판자들이다.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소금창고로 다시 왔다. 들어서는 초입에 있는 기둥만 남은 소금창고 예전에 누군가 말했었다. 이곳에서 굿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혹시나 볼 수 있을까 해서 저녁 시간에 가끔 와 보지만 볼 수가 없었다.

눈 내린 갯벌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던 새들이 내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하늘로 날아올랐다.  내 손은 도저히 그곳까지 닿지 않건만 서둘러 날아갔다. 

갯벌에 눈이 쌓이고 녹으면서 여러가지 형상들을 만들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배추머리 여자아이 인형이 누워 있는 듯했다.

어두운 안에서 밖을 보면 눈이 환해진다. 흰눈이 쌓여있으니 그 환함이 배를 더한다. 눈꽃송이를 얹고 있는 모든 풀들은 겸허하게 목례를 하고 있다. 비행선이 이륙할 준비를 모두 마치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모습이다. 금방이라도 훌쩍 날아 오를 듯하다.

적막한 눈 온 뒤의 풍경이 어느 집의 정원에 들어선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면 매화가 필 듯했다.

 정이 많이 든 소금창고이다. 포동 폐염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까치가 있는 풍경' 을 볼 수 있는  ' 까치 소금창고'  이다. 그러나  이곳 소금창고도 점점 세월에 무너져 내리면서 예전의 날카로운 느낌은 많이 사라졌다.  소금을 생산하지 않고 돌보던 사람의 손길을 떠나면서 줄곳 스러짐의 세월을 살아왔건만, 해마다 소금창고에서는 세월이 축지법을 쓰듯 빨리 지나는 느낌이 든다. 스러짐이 깊으면 마음은 쓸쓸하고 아련해진다. 그러나 그것을 바라보는 눈길은 날카로운 각들이 사라짐으로써 완만해졌다. 

어느 결에 양쪽 소금창고를 모두 돌아보니  5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풀 위의 눈들은 모두 녹았다. 시간이 그렇게 지났던 것이다. 무너지는 소금창고 뒤로 월곳의 아파트들이 보였다. 점점 다가서는 아파트들이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어느 결에 더욱 바싹 다가섰던 것이다. 바라보면서 걱정스러운 것은 저 스러지는 소금창고가 모두 무너지면, 화들짝 저런 건물들이 들어서지 않을까 염려 되었기 때문이다,

염려되는 마음과 더불어 눈이 내린, 또 내리던 이곳 폐염전에서 넓은 들판과, 갯벌, 눈꽃송이들, 새와 풀들, 소금창고와 거센바람까지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이곳에서,  

오늘 하루 충분히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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